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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23 12:37
[기타] 조선의 힘 - 오항녕
 글쓴이 : shrekandy
조회 : 3,369  

요즘 댓글들에 조선 까는 글들이 또다시 막 올라오는 추세던데 그분들에게 오향녕 교수님의 조선의 힘 이라는 책을 권해드려보고 싶네요. 진짜 조선만큼 어이없이 까이는 나라도 없을거라봅니다. 조선까들을 보면, 뭐랄까...1,2학기때 전교 1등인데 기대치 못했던 연속된 불행으로 3,4학기때성적 좀 떨어진애를 xx까지 몰고가는 막장 부모같달까...(제가 사는 미국 버지니아주는 1년에 4학기입니다)

제가 여기 올리는건 알라딘 사이트에서 Cyrus란 분이 이 책을 읽고 쓴 평인데 왜 조선이 조선까들이나 일베충들이 폄하하듯 대하면 안되는지 간략하지만 잘 써놓셨습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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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ds19.egloos.com/pds/201006/07/53/c0083153_4c0c61a20133e.jpg




 Scene #1  우리에게 조선이란 무엇인가?

 

조선이란 시대는 때로 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기념되지만, 때로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우리의 과거에서 추방당하곤 한다. 조선은 우리의 과거를 밝혀주는 위대한 유산이자, 동시에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때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머나먼 과거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 기묘한 양면적 얼굴에 드리운 찬란함과 일그러짐, 그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조선'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조선이란 무엇인가.

 

조선 500년 왕조를 이끈 역동성은 그것대로 온전히 인정해주고, 편견과 억측으로 인해 왜곡된 조선에 관한 오해들은 그것대로 제자리를 잡아주는 일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 머릿속 조선의 표상도 정말로 그 당시 조선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사극에서 보았던 조선의 궁궐 모습부터 일본 게임기에 대해 열광하며 동시에 느끼는 묘한 열등감까지 오늘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통해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의 표상은 사실 별 볼 일 없는 가장 작은 나라로, 현재의 우리나라 모습과 가장 가깝지만 그마저 조금 더 약하고 간섭 받았고 경직되어 있는 사회라는 인상이다.

 

 

 

 Scene #2  조선을 움직인 역동성 

 

우리들은 500년 왕조를 이끈 조선의 저력을 무시한 채, 조선이 근대로의 전환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조선시대에 ‘봉건’ 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있다. 물론 여기서 봉건이란 신분적 억압, 부자유, 당쟁으로 대표되는 악(惡)의 이미지로, 근대가 기술의 발달, 사회적 인권신장,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선(善)의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다.

 

그러나 만약에 누군가가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상해를 입는다면 그 사람에게 운이 없다고 하지 실패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러한 일을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과연 ‘근대’라는 미래를 예견하고 기대를 했을까?

 

우리가 조선을 근대로의 전환에 실패했다고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식민사관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이다. 근대주의는 일제 식민사관의 토양이라는 것이다. 광복 이후에 한국 역사학계는 식민사관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근대주의에 빠져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은 무력적 통치보다는 언제나 문화적 다스림을 중시하고, 역사적 정당성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실록을 기록했다. 또한 국가의 법과 개인의 도덕률을 조화시키려고 했고, 백성들에게 가정 절박한 민생문제를 제도적으로 풀기 위해 시스템을 혁신하려고 했다.

 

우선, 대동법을 들여다보자. 대동법은 오늘날의 세금문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세금 부과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실시한 대동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혁신적인 방안이었다.

 

대동법은 폐단을 극복하면서 제도를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오히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시 대동법 추진 과정을 통해 국정 시스템의 개혁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대동법 추진 주체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바로잡고, 위정자들이 세우는 ‘국가정책’이란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런 조선의 저력을 이제 다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근대는 모두 잘못된 과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과거를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단지 옛날이라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이 폄하해서도 안 된다. 동시에 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조선에 관해 왜곡된 역사적 해석과 평가도 반드시 경계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래야만 조선의 역동성을 읽는 일도, 조선에 대한 오해를 푸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Scene #3  부끄러운 과거의 초상은 없다

 

500년 이상 지속했던 조선 문명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있었고, 그것에는 몇 가지 중심축이 있다. 조선이 지닌 역동성을 발견하는 일은 조선이라는 두터운 지층을 탐사하는 일이다. 이는 우리의 과거가 쌓아온 역사적 사실들을 복기하는 일이자, 동시에 오늘의 우리를 긍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닌 문화적 유산의 힘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서는, 우리의 과거도 현재도 결코 제 얼굴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 너무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다음 고민은 그렇다면 왜 그 동안 조선 문명의 역동성을 잘 모르고 자랑스러워하지 못했는지의 문제이다.

 

역사의식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살지 못했던 시대, 살 수 없는 시대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형성된다는 저자의 말에서 보듯,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를 위해 조선을 끌어들이지 않았나 싶다.

 

마치 전설처럼 남아있는 고구려의 기개를 이어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당파싸움과 사대주의로 물든 조선은 우리의 현실과 시간적으로 가까운 업보이기에 그것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기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줄은 알아도 역사 속에서 희망을 끌어올리는 제대로 된 성찰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국가 단위에서 논하기 전에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알 수 있는데, 잘못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될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즉, 훗날 전혀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실록이 왕의 승하 후 편찬되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 알았을 때에는 나 역시 실록에 대해서 ‘그럼 그렇지, 왜곡도 되고 그랬겠지’ 라며 체념하는 부정적인 관점을 가졌다. 하지만 실록의 복잡한 편찬 과정을 알게 되니, 장소 문제와 관직 체계부터 시작한 여러 상황을 통해 조선의 실록편찬 과정이 깊이를 지닌 최선의 선택이었고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뿐 아니라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는 점을 알면서 무릎을 치게 되었다.

 

역사적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대충 설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한 자세하게 그 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것은 현재와 현재의 소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조선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중심으로 한 저자의 견해가 신선하고 많은 깨달음을 주었지만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다른 이유를 뒤집어 씌워 정적을 제거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역사에서 빈번했는데도 불구하고, 윤휴의 죽음에 대해서는 성리학의 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너무 예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역사에 대해 성찰하는 힘과 시각을 얻은 것 같아서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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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태천황 14-09-23 13:06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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