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이후 실학의 대두되고 꽃피웠다느니
정약용,김정희,홍대용,박제가 등이 실학자라느니 하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조선중기 이후 실학이란게 존재하고 성리학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게 실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학과 성리학이 상호 반대되는 개념도 아니고 조선중기 실학이란 용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의미로 쓰여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잘못된 역사 교육의 폐해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17,18세기 효종부터 정조때까지의 서인의 북학이니, 남인의 중농주의 관점의
학문을 뭉뚱그려 새로운 학문적 흐름이라 하고 실학이라 이름 지은건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서였다.
일본사람들은 예전부터 무언가 정리하고 규정짓기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식의 일본 학자들에 의한 초기 연구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도 자체적으로 개혁하고 근대화의 맹아를 키웠다는 식의 우리 입맛에도 맞는 부분이 있고 해서 더욱 더 확고해졌다.
예전에 "성리학은 무엇인가" 란 글에서 성리학은 곧 인간의 이성을 탐구하고 그 이성의 관점으로 만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송.명 시대 유학의 총칭이라고 했다.
근세 서양의 계몽주의,합리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이 성리학엔 주자학도 있고 양명학도 있다.
주자학이 이학이라면 양명학은 심학 이라는 차이가 있을뿐 "성명이학"이란 본래의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그럼 실학이란 뭘까?
실학이란 허구적인 허학이 아닌 실사구시에 입각한 실제의 학문이란 뜻으로 북송때 정이나 남송의 주희가 허학에서 벗어나 실제의 학문인 실학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씌여지기 시작한 말이다.
공허하고 허황된 학문이 아닌 실제의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의 이치를 논한다는게 실학이란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자와 율곡 역시 실제 현실 문제를 논한 실학자라고 해야 맞다.
정약용 선생의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정약용과 주자의 생각이 얼마나 놀랍게 일치하며
이미 주자가 한 말을 당시 조선의 시대상에 맞게 정리한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오랑캐라고 얕잡아만 보지 말고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보고 배우자는 북학과 서양 문물과 천주교를 배우자는 서학은 전혀 다른 개념이고 이걸 실학이라고 뭉개서 말하는건 역시 앞뒤가 바뀐 말이다.
이런걸 이웃 일본이나 중국은 실학이라고 하지 않고 그런 개념으로 실학이라고 쓰지도 않는다.
물론 17세기 이후 동아시아 3국 한중일에 기존과 다른 학문적 경향이 일어난건 사실이다.
중국에선 만주족 청 정부가 대의명분론을 중요시하는 기존 주자학적 관점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학자들을 고증학,금석학 쪽으로 돌려 이 분야가 발달한것도 사실이고 대외무역이 확대되면서 경세치용의 학문 풍토가 인것 역시 사실이다. 일본 역시 네델란드를 통한 난학이 퍼지고 육구연과 왕수인의 심학이 극단적인 형태로 변형되어 후일 일본식 군국주의의 토대로 자라난다.
그러나 이런것들을 실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성리학은 송명대의 현실적인 문제위에서 발생한 학문이다.
그러나 근세로 넘어가면서 사회가 좀 더 복잡해지고 다른 문화가 들어오는 현실은 기존의 성리학만으로 설명.규제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 나고 있었다.
이건 분명 사실이다.
더구나 예학이 극도로 발전하면서 주자학이 곧 성리학이다라는 식으로 교조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교조화에 반해 주자학을 전체 성리학이나 유학 속에서 상대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경전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를 한 백호 윤증과 그 뒤를 잇는 일단의 남인,소론 계열의 학자들이 있었다.
또한 주자와 이이를 잇는 노론계열로 경세치용 경장을 핵심으로 삼으며 청나라에 대해 오랑캐지만 그래도 문물이 발달한 것은 본받자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는 모두 성리학자란 공통분모가 있을뿐이다.
더구나 흔히 실학자(이 용어가 맞건 틀리건) 특히 남인계열 실학자들은 어떤 근대적 개혁을 추구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고대 중국의 3대 (하,은,주) 시대를 이상향으로 했으며 지주-전호제의 모순도 그때로 돌아가야만 해결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시 모순이 심화되던 지주-전호제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봉건시대보다 더 이전
고대 노예제 사회로 돌아가는게 대안이 될수 있을까?
결국 이러한 흐름은 조선 중 후기 성리학의 발달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지 전혀 다른 두 계통을 뭉뚱그려 실학이란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용어로 규정짓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맞지가 않다는 얘기다.
거의 모든 국사 교과서나 한국사 책에 실학이란 불분명한 용어가 남용될때 묵묵히 한국사를 연구한 진짜 학자들은 실학이란 용어를 잘쓰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기존 관념에 익숙한 독자를 위해 실학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용어 사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