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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3 11:20
[일본] [취재파일] 방사능 물질 사용이 업체 영업비밀?
 글쓴이 : doysglmetp
조회 : 1,985  

 
 

[취재파일] 방사능 물질 사용이 업체 영업비밀?

 
 

 
- -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이상한 정보공개 거부 사유 -


바이오 방사선 목걸이라고 있습니다. 팔찌도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하고, 수상 내역도 화려합니다. 요즘처럼 방사능 공포에 질린 시대에 웬 방사선 목걸이에 팔찌인가 싶지만 한때 유행처럼 판매되기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2011.3 일본 대지진 전에는,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이렇게 방사성 물질로 만든 제품, 그것이 목걸이나 팔찌처럼 몸에 직접 착용하는 것일지라도 기준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업체는 그냥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사람들은 피로 해소를 위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몸 컨디션 유지를 위해, 고가의 방사성 제품을 구입해 착용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팔리긴 하는 것 같습니다.

2011.3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습니다. 방사능 공포는 우리나라를 휘감았습니다. 부랴부랴 법도 만들었습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라고 하는, 이른바 생방법입니다. 법을 공포한 지 1년이 지나고, 올해 3.23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방사선 목걸이나 팔찌 같은 제품의 제조와 규제 기준이 처음 마련된 것입니다. 법 집행 기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입니다. 원안위는 자체 자료에서, “음이온, 원적외선 제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일부 제품은 천연방사성핵종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방법 시행에 따라,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가공제품을(목걸이, 팔찌 등) 만드는 업체는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우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업체 이름을 등록해야 합니다. 원료 물질의 방사능 농도가 1Bq/g 이상이면, 원안위에 우리가 이런 물질로 가공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등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공제품을 만들 때는 천연방사성핵종을 함유한 물질이 공기에 흩날리거나 누출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또 가공제품이 몸에 닿았을 때는 제품에 포함된 천연방사성핵종이 몸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화장품에는 방사성 원료물질을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간단하고, 합리적인 기준입니다.



그런데 난해한 기준도 있습니다. 피폭 방사선량에 대한 것입니다. 방사성 물질 가공제품을 몸에 착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 이하로 피폭되어야 하느냐를 정해놓은 것이니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방법 15조는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 방사선량은 연간 1mSv(밀리시버트,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안위 설명은 이렇습니다. 가공제품의 사용 형태, 취급 조건, 평균 거주 시간, 생활 여건 등 모든 조건을 고려해 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해 사람이 피폭되는 양이 연간 1mSv를 넘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걸 직접 적용해보면, 왜 난해한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방사선 목걸이를 만드는 업체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간 1mSv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 목걸이를 24시간, 365일 차고 있는 사람은 피폭 방사선량이 많을 거고, 하루에 잠깐씩 차는 사람은 피폭 방사선량이 훨씬 적을 텐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측정한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성인이 목걸이를 하루에 몇 시간 착용한다는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더라도 그걸 기준으로 방사선 목걸이를 만드는 것도 난센스입니다. 제조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제품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규제해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mSv라는 단위는 측정 오차가 많이 생긴다는 점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원안위는 그래서 원료물질을 다루는 업체의 등록 기준을 정할 때도 mSv 기준을 쓰지 않고, Bq(베크렐, 방사선 방출 세기를 측정하는 수치) 기준을 적용합니다. mSv는 측정이 편리하긴 하지만, 측정 거리와 표면적에 따라 측정값의 변동이 커진다는 게 원안위의 설명입니다. 쉽게 측정하지만, 수치를 믿을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Bq 단위 측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더 정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공제품의 1년 피폭 방사선량을 1mSv 이하로 규제한다? 업체나 원안위가, 이걸 어떻게 측정하겠습니까. 설령 측정한다 해도 그 데이터의 신뢰도를 놓고, 가공제품 제조업체와 원안위가 대립하기 십상일 것입니다.

가공제품을 연간 1mSv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맹탕 기준입니다. 가공제품들이 방사선을 얼마나 내뿜는지 궁금해서 어렵게 데이터를 하나 구했는데, 이게 기준치 이하인지 초과인지 숫자만 보고 바로 알 수 없는 이유입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11년 ‘생활환경 중의 방사선 영향평가’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거기 보면, 음이온 모자 시료에서는 라듐226이 1g당 3.34bq 검출됐고, 바이오 방사선 목걸이 시료에서는 역시 라듐이 g당 3.27bq이 나왔습니다. 정부에서도 가공제품 시료를 bq 기준으로 분석해온 것이고, 1년에 1mSv 이하인지를 알아보려면 실제로 1년 이상 걸리게 되니까, mSv 분석을 하지 못한 것이죠. 어쨌든 나온 수치는 bq로 돼 있습니다.

이 정도 검출량이면 대체 어느 정도 피폭되는 건지,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했습니다. 물론 착용 시간에 따라, 또 신체 부위에 따라 피폭량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똑 떨어지는 대답은 나올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는 bq을 mSv로 환산하는 식이 나오긴 합니다만, 정확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합니다.) 계산 결과는 이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음이온 모자 2백g짜리를 1년 365일 썼을 때 피폭량은 약 2.8mSv입니다. 1년에 1주일 정도 쓴다고 하면 2.8을 그만큼 나누면 되고, 하루에 몇 시간 쓰지 않으니까, 또 나눗셈을 하면 피폭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방사선 목걸이는 100g짜리를 1년 365일 찼을 때 피폭량이 1.46mSv 정도 됩니다. 모자와 목걸이 무게는 제가 임의로 넣은 것입니다. ‘연간 1mSv 이하’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보고서에 나온 제품들 말고, 이제 다른 가공제품의 피폭량도 궁금해졌습니다. 방사선 원료물질을 가공한 제품들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만드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오래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홍보팀장에게 가공업체 리스트를 요청했습니다. 답은 제때 오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끝내 자료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특정 업체의 이름을 대면, 생방법 상 원안위에 등록했는지 여부에 대해 예, 아니오만 대답해주겠다고 했습니다. OX 퀴즈만 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어떤 업체들이 방사선 원료물질로 가공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우리 정부는 그 정보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비공개 사유나 명확히 알자는 뜻에서 8월 8일 원안위에 공식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9조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등록한 원료물질 또는 공정부산물 취급업체 목록”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원안위는 예상대로, 비공개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것입니다. 즉, 어떤 가공제품에 방사선 원료물질이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업체의 영업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예상치도 못했던 제품에 방사선 원료물질이 들어 있고, 어떤 업체는 방사성 물질을 쓰고 있는 걸 마치 숨기고 있다는 뉘앙스로 들리는 이상한 해명이었습니다.


법에 따라 9월 2일 이의신청했습니다. 이의신청 사유로 “청구인은 해당 정보가 원안위에 등록된 단순한 업체 이름들의 목록으로서,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는 없으며, 이익을 해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정만으로 비공개 결정한 것은 정보공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어 넣었습니다. 다시 보름이 지나고 지난 17일, 원안위는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번째 비공개 통보입니다. 원안위는 이번엔 “취급자 목록이 공개될 경우, 산업에 필수적인 물질이 오염물질로 인식되어 산업을 위축시키고 업체는 오염물질 활용 업체로 오인되어 경영·영업상 현저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공개 사유를 밝혔습니다. 방사선 원료물질이 산업에 꼭 필요한데, 제가 오염물질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당했습니다.

이쯤 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은폐 제일주의를 지적해야 마땅합니다. 방사능 공포는 국민들의 괜한 엄살이 아닙니다. 일단 비공개 하자, 숨기고 보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잘못된 행태가 방사능 공포에 일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안위가 취재기자와 일반 시민을, 방사능에 대해 합리적 판단조차 못하는 존재로 가정하는 것도 당혹스러웠습니다. 방사능을 잘 아는 자신들이 봤을 때는 산업에 필수적인 물질인데, 뭘 잘 모르는 기자와 시민은 이걸 오염물질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현명한 원자력 규제기관이라면, 방사선 원료물질을 다루는 가공업체의 목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할 것입니다. 또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언론에는 리스트를 공개하되, 만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업체 이름의 실명 보도는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비공개는 불확실성으로 직결되고, 불확실성은 불안감과 공포를 자아냅니다. 이런 경우, 방사능 공포는 원안위 탓입니다.

방사선 가공제품에 대해 몇 가지 확실한 정보도 있습니다. 우선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가공제품을 만든 업체는 원안위에 보고해야 하고, 가공제품을 수거해 폐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아직 보고 건수는 없습니다. 모든 가공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했다는 뜻도 되지만, 연간 1mSv 이내라는 난해한 기준 때문에 도대체 어떤 제품이 안전기준을 초과했는지 원안위가 판단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생방법에 따라 방사선 원료물질로 제품을 만들면서 원안위에 제대로 등록을 안 하면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근데 벌금 부과 건수도 아직 없습니다. 원안위는 아직 생방법 조항을 일선 업체들에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원안위에 등록하지 않고,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업체들이 있다는 어조로 들렸습니다.

현재 원자력 학계에서는 이 ‘연간 1mSv 이내’ 기준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가령 어떤 제품의 방사능을 bq 단위로 측정했을 때, 곧바로 연간 몇 mSv인지 환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공제품도 먹을 때가 있고, 손으로 쓸 때가 있고, 목걸이처럼 착용할 때가 있어서, 그 사용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려면 고려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생방법은 만들었는데, 적용하기가 힘들어서, 뒤늦게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작업이 끝나야, 방사선 원료물질로 만든 가공제품을 믿고 써도 되는지 하나씩 점검해볼 수 있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원안위가 업체 이름을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은 어떤 업체의, 어떤 제품에 방사선 원료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조차 알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든 법이, 시행 초기부터 껍데기만 남게 됐습니다.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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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13-09-29 11:59
   
이건 솔직히 어렵죠.

물질 자체의 방사선 측정과 실제 인체 피폭과는 다른 변수가 많으니까요.

사실 제대로 하려면 방사선의 종류에 따른 생물학적 영향력을 고려한 Gy 단위를 쓰는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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