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해서는 "내부 도전 과제 해결이 관건이 되는 시기이고, 돌발적인 외부 사건이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도 "시 주석이 심사숙고해 침착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말 막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급한 시 주석을 만난 직후, '도량이 넓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같은 급(級)의 인물'이라고 평가했었다.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는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요인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면서 "일본은 이런 상황에서도 '인종의 순수성'을 고집해 다른 대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민의 문호를 닫고 개방하지 않는 한 일본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면서 "앞으로 10~15년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우리는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내가 만약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젊은이라면, 이민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이패드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 한 미국 경제의 위세는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전 총리는 그러나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결국 다른 나라와 나눠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은 이데올로기 등의 측면에서 첨예한 대립 관계가 아니다"면서 "중국은 미국 시장 진입과 투자,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도 중국을 장기적인 적대국으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리 전 총리는 자신의 생사관도 드러냈다. 그는 "삶이 죽음보다 좋긴 하지만 누구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혼수상태에서 오래 병상을 지키는 것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는 길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