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환단고기에 대해선 고작 예전에 나온 역사스페셜 정도를 본 것에 불과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냥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대국에서 여러 열국으로 나뉘고 그 중에 배달국이나 뭐 기타 등등 국가가 있었고 이들이 우리민족의 시조란 식으로 서술한 책인 것 같은데, 매력적이고 웅장한 역사이긴 하지만 역사적 실제 증거가 없다는 점, 끊임없이 위서 논란이 있는 점에서 그냥 별 신경도 안 씁니다.
하지만 요하문명을 놓고, 요하문명을 우리민족과 연관 짓는 것을 가지고 환빠라고 하는 건 납득할 수가 없네요.
일단 이 환빠를 까대는 사람들은 그냥 무턱대고, 만주나 북방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우리와 연관시키기만 하면 그저 환빠라고 까나보네요?
그리고 무슨 요하문명 운운할 때마다 요동 땅이 탐나느니 어쩌니 지금와서 거론해 봤자 뭘 어쩌겠냐는 둥 하는데 그럼 역사는 왜 배우는지요?
지금와서 천 년 전, 이 천년 전 거론해서 어쩔거면 역사를 왜 배우는지? 기가 막힙니다.
일단 이 모든 걸 설명하기에 앞서 대전제는, 한족(중국)은 만리장성을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을 구분지었다 것입니다. 한족은 만리장성을 기준으로 그 북쪽은 오랑캐, 그 남쪽이 한족의 땅이라고 수 천년 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현재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지은 것이고,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처음 지었다고는 하나 그 이전부터 북방 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발적으로 산성이 있었고 진시황은 이런 산발적 만리장성을 구체적으로 다듬은 것입니다.
따라서 만리장성 이북은 전통적으로 중국, 한족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땅입니다.
지금 중국이 실효지배를 하면서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는데, 원래 한족과 상관없는 땅을 자기들이 지배하다보니 여러 모순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를 추친한 것입니다(물론 미래 한중 영토 분쟁을 위한 목적도 있음).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티벳을 자기네 영토, 문화로 하기 위해 서북공정을 한 것이고요.
만리장성 이북 땅이 바로 요하일대와 만주지방입니다.
요하문명은 요하강 일대에 산발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문명지인데 이 속에 홍산문화(가장 많음), 흥륭화문하 등 지역별로 여러 문화가 존재하는 겁니다.
그 중에 홍산지역에 유적지가 가장 많기 때문에 요하문명을 홍산문명이라 혼용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즉, 요하문명이라는 건 홍산지역, 흥륭화지역, 훙산지역, 자오바거우 지역, 신러지역 등의 이런 지역에서 발생한 문화를 통틀어 부르는 것입니다.
즉, 요하강 일대에 여러 문화가 존재하였고 이를 모두 묶어서 '요하문명' 이라고 부른것입니다.
이때 문명의 특징은 '옥' 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옥' 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광물이지만 이 옥을 세공하고 장신구로 만드는 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군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당시 세공기술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과, 전문 세공인이 있어야 했다는 것을 근거로 직업 분화 즉 계층도 분화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순서: 신석기 - (요하문명) - 청동기
이런 순이 되겠지요. 요하문명은 신석기와 청동기에 걸쳐있는 문명이라 보면 됩니다.
어떤 중국학자는 요하문명은 '옥' 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시기를 '옥기 시대' 라고 하자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건 그냥 주장이 아니라,
문명지에서 옥이 발굴되었기 때문에 나온 소리입니다.
요하문명의 연대는 기원전 4700년~기원전2900년 경이라고 하는데
고조선이 건국된 시기가 기원전2333년 인 점.
고조선이 요령지방(요하지방)일대에서 발생한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가 요하문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요하문명에서 출토되는 여러 유물은 만리장성 이남의 한족문화권과 관계되는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즉, 황하문명에서 발견되는 유물들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는 뜻이죠.
또한 요하문명이 황하문명보다 1000년이나 앞선 시대의 문명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요하문명의 등장으로 역사판을 다시 짜게 되는데
이때 중국의 주장이,
"원래 황제는 요하에서 문명을 건국하고 남쪽으로 내려와 문명을 또 건국했다. 따라서 요하는 황제의 땅이며 요하 인근에 있는 사람들은 황제의 제후국이다. 즉,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비롯한 만주 지역의 국가는 고대 중국황제의 제후가 건국한 국가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죠.
하지만 중국은 전통적으로 만리장성 이북을 오랑캐 땅으로 취급했는데
이 오랑캐 땅의 요하 일대에서 문명이 발생하니, 엄청난 자기 모순에 빠집니다.
어쨌든 지금의 중국 땅이니 중국 문명이라고 우겨야 할텐데, 자기들은 만리장성 이북과는 친연성이 없다고 떠들어댔으니 모순에 빠진거죠. 그래서 만들어 낸 게 요하공정입니다.
요하공정에서 "중국은 황하문명이 아니라, 요하문명에서 시작되었다" 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웃긴 건 요하문명에서 출토된 유물과 중국본토의 기존 한족 유물들과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죠.
기존 중국의 주장은,
한국, 일본 너희 모두 우리 황하문명으로부터 비롯된 인종이다. 즉 중국의 황하문명이 동아시아 문명권이고 한국과 일본은 황하문명에서 파생된 집단이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실테지만,
유전형질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상당히 높은 친연성이 있는 반면,
중국과는 친연성이 적습니다.
언어학적으로 봐도 '주어 - 목적어 - 동사' 를 쓰는 한국어, 일본어와 달리
'주어 - 동사 - 목적어' 를 쓰는 중국어와는 언어의 태생자체도 다르죠.
그래도 우리문화 곳곳에서 북방민족의 흔적이 다분히 있으니, 북방민족이 주류를 이룬 지배 사회라고 생각을 했지만 우리문화의 원초적 시원에 대해선 황하문명설을 부인할 수가 없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황하문명보다 1000년 앞 선 요하문명이 발굴되고, 요하문명의 유물들이 만주나 한반도에서 발굴되는 유물과 유사한 점도 보이면서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죠.
현재 역사는 실증주의가 기본원칙입니다. 유물과 유적이 제1 순위이며 그 다음이 비문(바위에 남긴 글), 그 다음이 역사서(사료)입니다.
요하일대에서 발견된 유물은 무슨 고분 한 두개 정도가 아니라 요하일대의 넓은 지역에 걸쳐 다양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지역과 시기가 우리의 최초국가 고조선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점에서 우리민족의 시원이 된 문명이라는 추측도 가능한 거고요.
그런데 이런 걸 그저 요동이나 만주, 북방에 미친 환빠라고 치부할 정도인지요?
진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