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기자
jenn@chosun.com 신평사, 현재 日 등급 부정적 전망
- 日 국채 금리는 여전히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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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용등급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거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국채 시장만큼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도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설에 흔들리면서 일본 국채의 부도 위험이 상승하고 있다.
◆ 日국채 부도 위험 상승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일본 국채의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그리스가 지난해 10월 부도 위험이 증폭했을 때와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WSJ는 밝혔다.
최근 일본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 것은 투자자들이 신용평가사들의 일본 등급 하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이미 일본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달에 등급 재평가에 나서 일본의 신용등급에 손을 댈 수도 있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오는 3월까지 소비세 인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안에 대해 야당과 여당 일부가 반대하고 있어, 세수 확보를 위한 소비세 인상안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S&P는 현재 일본에 ‘AA-’, 무디스는 ‘Aa3’, 그리고 피치는 이보다 한단계 높은 ‘AA’를 제시하고 있다.
◆ 日 부채 GDP 대비 200%
이 가운데 일본의 국가 부채 수위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의 지난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일본 부채는 올 3월 기준으로 985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200%를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11 대지진 피해 복구도 일본 재정에 압력을 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E)에 따르면 재건비용 지출로 인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올해 218%에서 내년에 230%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재정불량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GDP 대비 부채율이 128%, 그리스는 159%, 그리고 미국은 107%를 기록하는 것에 비하면 일본의 부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이 31년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도 불안 심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12월에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 위기로 대외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 日 국채 금리는 아직 낮지만…“곧 금리 상승할 수도”
대부분 투자자는 일본 국채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본 국채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부채가 대부분 일본 국민이 들고 있다는 점에서 부도 위험을 낮게 보고 있다.
또 유럽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엔화와 일본 국채가 안전자산 역할을 하면서 일본 국채 금리는 1%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스 국채 금리가 20~30%,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5~6%에 거래되는 것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신중한 전문가들은 일본의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이먼캐피털의 리처드 하워드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 정부의 적자 수준은 매우 심각하게 위험한 상태”라면서 “(부도 위험이 커지기까지) 1년에서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화가 12~18개월 안에 엔화 대비 90~115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지 히로히사 전(前) 재무상도 “유럽을 노리고 있는 핫머니(투기성 자금)가 곧 일본을 공격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부도 위험을 시사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도 소비세 인상안이 장기적인 적자 완화 효과를 가져오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 따르면“2015년까지 소비세를 2배로 인상해도 2020년 회계연도까지 연간 회계장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