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월23일 경기 포천의 한 섬유업체. 불법체류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단속에 나섰던 의정부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정모씨는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A(필리핀)씨를 검거하려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팔꿈치를 찔려 30여 바늘을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정씨와 함께 단속을 나갔던 팀장 임모씨도 단속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체류자 B(필리핀)씨에게 왼쪽 팔을 물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2. 같은 달 13일 경남 김해 소재 D기업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박모씨 등은 C씨 등 불법체류자 3명을 붙잡아 단속차량에 태워 복귀하려다 동료 외국인 노동자 등 30여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박씨와 함께 단속에 나섰던 경찰관과 노동부 직원 5명도 폭행을 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정부가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단속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거나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는 단속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단속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어 공상 처리된 단속공무원 수는 지난 2004년 6명, 2005년 12명, 2006년 14명, 2007년 20명, 2008년 28명으로 5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25명의 단속공무원들이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섰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등 부상자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흉기에 찔리는 등 비교적 큰 부상을 입은 사례만 집계한 것이어서 경미한 부상까지 포함할 경우 부상자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속공무원 김모(37)씨는 "불법체류자들과의 마찰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늘 있는 일"이라며 "단속을 하다 다쳐도 대부분 큰 부상이 아니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봉변을 당하는 단속공무원이 속출하고 있으나 안전대책은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단속공무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도 모자라 인권침해와 과잉단속이란 비난 여론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단속공무원들은 "방검복과 가스총을 휴대하지만 인권단체 등을 의식해 위기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 불법체류자들의 인권 문제만 부각될 때 가장 힘들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침해 등 불법시비를 없애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단속공무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조직적으로 단속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불법체류자 증가와 함께 외국인범죄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만2821건이던 외국인범죄가 2005년 1만3584건, 2006년 1만7379건, 2007년 2만3351건, 2008년 3만4108건으로 최근 5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이 중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도 2005년 2596건에서 2006년 3104건, 2007년 4316건, 2008년 5982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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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호기자 bumblebee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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