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김혜경 기자]
전국을 돌며 빈집에 침입해 수천만원대 금품을 훔친 중국인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경찰은 외국인 범죄조직이 있어 점조직 형태로 절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가 검거한 중국인 설 모(29) 씨 등 2명.
설 씨 등은 최근 넉 달 동안 전국을 돌며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경찰은 오랜 잠복 끝에 은신해 있던 이들을 붙잡았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와 수법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설 씨는 중국에서 배를 타고 밀입국한 뒤 전국을 떠돌아왔다고 진술했지만, 둘이서 벌인 절도치고는 너무 치밀했기 때문.
실제로 이들은 범행장소에 침입한 뒤 보석감정기구를 이용해 모조품은 두고 진품만 훔치는가 하면, 어떤 종류의 문도 열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다용도 칼까지 제작했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동은 철저히 대포차량을 이용했다.
또, 달아난 용의자 1명을 포함한 이들 세명은 업무를 분담해 절도에서부터 장물처분까지 일사불란하게 처리했다.
경찰조사에서도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처를 호소하거나 자국에 연락을 해달라는 요구도 없이, CCTV화면 등 직접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돈의 용처와 차량을 구입한 경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상부조직이나 윗선의 지원을 받아 점조직 형태로 절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부 경찰서 관계자는 "밀입국한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대포차량과 각종 도구를 마련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경찰조사에서도 피의자 둘 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상부조직으로부터 경찰에 붙잡혔을 경우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철저한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아난 용의자 한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피의자 2명도 여전히 경찰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고 있어 수사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중국 현지에 이들의 신상이나 범죄경력 등에 대한 수사 협조도 사실상 불가능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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