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입니다. 

얼마 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한 코피노 관련 내용을 보고 한심한 마음에 키보드에 다섯손가락을 조심히 올려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후 조선 일보 등 일간지에도 기다렸다는 듯 몇 개의 사설과 기사들이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뭐 방송이나 사설이나 기사에서 하는말과 결론,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 한 입에서 나온 듯 똑같더군요.  한국인 남성 처벌에 필리핀 여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지원…

그럼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한국인 남성 처벌에 필리핀 여성에 대한 경제적 지원…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제일 듣기좋은 말 같습니까? 사설을 쓰신 논설위원 분이나 방송국 PD님은 아직도 감이 않잡히실 지 모르겠지만 현명한 누리꾼들 분들은 벌써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가난이 싫어서, 돈이 달콤해서 오늘도 한국술집에서 술을 따르고 몸을파는 필리핀 여성들에게 가장 희소식일 겁니다.

한국인 아이를 임신하면 한국인 남성이 법적으로 도망을 못 가거나 도망을 가더라도 한국 정부에서 지원이 나온다는 소문이 그들사이에 쫙 퍼지면… 이제 감이 좀 잡히싶니까 관련PD, 기자, 논설위원님? 한국분들은 상상이 않 가시겠지만 필리핀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외국계회사도 대졸 초임이 월 30만원입니다. 세금떼면 그 돈도 못 받지요… 그런데 한국정부에서 월 30만원만 지원해준단 소문만 돌아도 필리핀 한국 남성들… 완전 먹잇감이 됩니다. 그럼 생산되는 코피노들은 파괴적(?)으로 늘겠지요.

저도 이 문제에 관심이있어 수업을 같이듣는 필리핀 학생들과 한 조가되어 학기말 그룹 리포트를 코피노를 주제로 썼던적이 있습니다. 뭐 리포트 자체는 시간에 쫓기고 고질적인 머리의 한계에 부딛쳐 깊이있게 쓰지는 못 했지만 예비싱글맘들과 한국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과의 인터뷰는 한 조였던 필리핀 학생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술집 여성들 사이에서 퍼진 ‘한국인과 결혼하면 2000만원의 지원금이 한국정부에서 나온다’라는 소문이었습닌다. 여성들이 이것을 하도 철떡같이 믿고있길래 저도 정말인가? 하고 헷갈렸을 정도입니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대부분 20세정도의 철 없는 ‘소녀들’인데 뭔 소문이 못 퍼지겠습니까…

헛소문의 발원지를 알아보기위해 어디서 들었냐고 물으니 다들 친구들한테 들었다고 합니다… 친구들한테.. 아마도 한국에 시집을 온 동남아 여성 중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죽음을 당해 남편 가족들로부터 나온 보상금 또는 한국 국민들로 부터 나온 성금에 대한 뉴스가 와전되어 이런 헛소문이 떠도는게 아닌가 합니다. 얼마전에도 베트남 신부가 안타깝에 세상을 떠나 한국 국민분들이 성금을 모아주신 적이 있었죠… 취지는 정말정말 좋으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도 있습니다.

앞서 필리핀 대졸초임이 30만원이라고 말씀 드렸죠… 그럼 2000만원이면 이런 술집 필리핀 여성은 정말 팔자 180도로 고칠 수 있는 돈 입니다. 그러니 이런 소문에 혹한 어린 여성들에게 한국남자가 뭘로 보이겠습니까.

두번째 경우은 같이 인터뷰하던 필리핀 학생도 인터뷰 도중 대상 여성에게 화를내며 뭐라고 필리핀어로 막 훈계를 하더군요… 이 여성도 한국술집등 여기저기서 고정된 장소 없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이었습니다. 나이는 만 21살로 ‘술집여성이 맞나?’ 할 정도로 정말 참하고 예쁘게 생겼었습니다. 이제 임신 3개월에 접어 든 예비 싱글맘이었는데 같이 잠자리를 하며 만나던 남자만 동시에 일본인 한국인 호주인 등 5명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아기아빠가 누군지 모른다는…

그래서 계획이 뭐냐고 물었더니 하는말이 가관입니다… 그 5명에게 다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해 그 중 책임지겠다는 남자를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사람이 책임진다 해서 따라갔는데 나중에 보니 아기가 백인혼열이면 어떻하냐? 하고 물었더니 그냥 천진난만하게 웃습니다… 그렇게 참하고 예쁘게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는데 저는 왜 이리도 화가 났었을 까요…. 같이 듣고있던 필리핀 학생이 훈계를 시작한 때도 이때입니다… 저는 이 친구가 필리핀어로 떠들동안 먼 곳을 초첨없이 멍… 하게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습죠… 그런 상황에서 뭔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글이 자꾸 길어지네요…

그것이 알고싶다… 정말 그것이 알고싶었다면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끌기 식의 방송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애시당 초 정말 알고싶었던 열정은 별로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4년전인가… MBC PD수접에서도 같은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소리 없고 자극적인 소재로 동정심 유발해 시청률 끌기식의 방송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더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노력을 했다면 제가 위에 언급한 사실들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을 겁니다. 거기다 이런 방송에서 제시한 해결책들은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불난집에 기름붙기나 다름 없습니다.

자, 그럼 제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이냐…

해결책으로 자주 거론되는 ‘한국인 남성 처벌 – 필리핀여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현실화 했다간 코피노들만 몇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대 재앙의 시작인 것이지요. 그렇다고 필리핀에 가는 한국 남성들을 일일이 잡아 정신교육을 하냐… 이것도 불가능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해결책도 실현이 가능한 지는 모르겠으나만 필리핀 여성들에게 임신해서 한국남자 낚아봤자 별 볼일은 커녕 국물도 없다는 것을 알게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헛소문 대신 현실을 알려주고 한국남자와 엮여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게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2년전인가 신문을 보니 한국 어느 여성단체에서 필리핀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상당수의 필리핀 여성이 생리대를 살 경제적 여유도 없어 위생이 않좋은 상태로 생활을 해 그에대한 지원이라고 했습니다. 국가의 이미지도 올리고 진정 필리핀 여성들이 무엇이 필요 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실시한 아주 좋은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캠페인을 할 때 한국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실상을 같이 알려주는 것이지요, 한국인 남성에대한 환상 혹은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에 관한 헛소문의 진상을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미래의 코피노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졸초임이 30만원인 나라에서 한국인 남성 낚으면 2000만원이라는 소문…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남자를 ‘기회’로 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요… 필리핀 여성에대한 값싼 동정심과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자격지심으로 그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며 잘난 체면 지키려는 것은 이해가 가나 이런 값싼 동정심과 자격지심은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킬 뿐 입니다.

P.S.

그것이 알고싶다 이후 사설도 많이나오고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 명백히 사실이 아닌점이 많아 바로잡습니다.

1. 방송과 기사에는 한국인 남성들이 필리핀을 악으로 물들인 것처럼 나오는데 필리핀의 화류계를 발전시켜 놓고 다져(?)놓은 장본인은 2차대전 후 미군과 그 후 80~90년대 필리핀에 몰려온 일본인들입니다. 80~90년대 일본남성 관광객의 변태 성행위로 죽은 필리핀 화류계여성이 적지않아 반일감정이 크게 났을정도라 합니다.

2. 필리핀 여성들을 피해자로만 묘사했는데… 물론 성실히 영어가르치며 사는 필리핀 여성을 재미상대로 건드리고 도망친건 나쁘다 하겠습니다만… 대다수의 필리핀 술집여성들은 잠자리상대가 동시에 3~4명은 됩니다… 임신해도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는 거죠… 솔직히 코피노 코피노 하는데 그게 중국앤지 일본앤지 한국앤지 누가압니까… 엄마도 몰라요… ㅎㅎ

3. 이건 정말 기자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인데… 한국인 처럼 생기고 피부색깔도 달라 필리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하하하하하하하… 필리핀에선 ‘필리핀사람’처럼 생기면 오히려 따돌림 받습니다. 피부 하얗고 다르게 생기면 오히려 사랑받고 우대받는 나라이지요… 그래서 필리핀 여성들 중에도 일부러 피를 섞고싶어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4. 한국인 남자가 필리핀의 모든 싱글말을 생산해 낸거마냥 과대포장을 했는데… 제가 본 싱글맘의 80~90%는 필리핀 남자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어떤 20대 중반 필리핀 여자는 자식이 세명인데 아빠가 한명의 필리핀 남자입니다. 한명 낳고 도망가고, 다시와서 또한명 낳고 도망가고… 그리고 또… 그런데도 묵묵하게 세명의 자식을 혼자 키우는 필리핀 여성입니다… 어쩌면 문화일 수도 있는데 답답할 정도입니다… 문화 자체도 모계문화 비슷해서 싱글맘에 관대한… 그래서 싱글맘이 더 많을수도…

P.S.2 

제 나이또래 젊은이들도 필리핀에서 문제이지만 필리핀에 일부 40~50대 한국 아저씨님들... 제발 딸같은, 딸보다 어린 필리핀여자 첩으로 필리핀에 두고 한국 왔다갔가 하며 바람 좀 그만피세요! 한국 집에 아들 딸 보기도 민망하지 않으십니까???!!! 

인 터뷰한 아직 소녀같은 필리핀 여성들이 핸드폰에 아저씨들 사진하고 문자메세지 다 보여줬어요! 대단치도 않은 명함들은 뭘 그리 뿌리고 다니시는지, 아저씨들 한국에 직장, 본명도 다 봤습니다... 입은 다물겠습니다. 제발 정신 차리세요 아저씨님들! 어떤 아저씨님은 아주 자기이름의 국제현금카드까지 필리핀 여자애한테 줬어... 나 참... 나이는 아저씨들 항문님이 드셨나???

그러다 나쁜 한국사람이 아저씨들 신상정보 보면 정말 큰일납다!!!!

아저씨 자식들이 불쌍해요!!!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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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파스 - 국내 외국인 지원단체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도 많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일도 많이 있습니다. 지난번 티비볼때 글쓰신 분처럼 저도 많이 우려가 되었습니다. 우리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면 아마 너도나도 달려들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