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형상이 호랑이인가? 토끼인가? 간혹 나오는 주제입니다.
1903년에 고토 분지로가 동경제국대학기요에 조선산악론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한반도의 형상이 토끼와 닮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1908년에 최남선이 1908년 소년 창간호에서 한반도의 형상이 호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근역강산맹호기상도라는 지도 그림이 고려대학교에 소장되어있습니다.
한반도를 호랑이로 그려넣은 것입니다. 19세기말~20세기초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국토를 가리켜서 용과 닮았다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원래 예전에는 동물 형상에 국토를 비유하기보다는 사람에 비유를 했습니다.
백두산 부근이 사람의 머리이고, 백두대간은 사람의 등, 남쪽은 사람의 하반신으로 봤습니다.
사람이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한반도를 호랑이, 토끼로 비유하는 것은 조선 후기에 나타난 개념으로 보입니다.
혹시 조선 중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방위 개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12지지를 가지고 동서남북 방위를 나타냈습니다.
8괘로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패철에는 8괘, 천간, 지지를 가지고 방위를 나타냈습니다.
흔히들 한반도는 간방(艮方)에 속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중원을 중심으로 동북방 지역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간(艮)이라는 개념은 8괘 가운데 하나인데, 주로 주역에서 다루어졌습니다.
12지지로 나타내면 인(寅)과 묘(卯)가 됩니다. 인(寅)은 호랑이이고, 묘(卯)는 토끼입니다.
인(寅)은 동북쪽입니다. 묘(卯)는 동쪽을 뜻하는데, 정동방향입니다. 동남쪽에 진(辰)이 있습니다.
이 진(辰)은 용입니다. 한반도가 동북쪽에 있다고 한다면 동쪽 또는 동남쪽에는 일본이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중국을 중심으로한 방위체계입니다. 유교를 받아드리면서 파생되어 생겨났던 것
으로 판단됩니다.
1800년대 조선 후기에 사회가 굉장히 어지러워서, 신생종교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한반도를 간방(艮方)으로 가리키는 것은 신생종교에서 이러한 개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역학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이 개념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에 대중적으로 퍼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조선에서 대중적으로 퍼져있었던 인식들이 종교단체들에도 흡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한반도가 호랑이, 토끼와 형상이 닮았는가? 또 일본 섬이 용의 형상과 닮았는가?
얼마나 닮았는가를 해석해본다면 호랑이나 용은 형태상 그렇게 닮지는 않았죠.
이 개념들이 영토의 형태와 관련이 있기 보다는 방위 개념에서 차용되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인(寅), 묘(卯), 진(辰), 사(巳)는 호랑이, 토끼, 용, 뱀을 뜻합니다.
아무래도 자기 나라를 토끼나 뱀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죠.
호랑이와 용이 있으니까, 호랑이와 용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남의 나라는 호랑이라고 칭하기보다는 토끼라고 칭하면서 낮추어보는 면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용이라고 하기보다는 뱀이라고 말하면서 낮추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한반도의 형상과 닮은 동물들로는 코끼리가 있고, 날개를 펼친 새가 있습니다.
독수리가 V자로 날개를 주욱 펼치고 날라가는 것 같습니다.
황해도가 독수리 머리가 되고 강원도는 새의 등이 되고, 날개를 쫘악 양쪽으로 펼치는 모습입니다.
반드시 토끼라고 한정짓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영토의 형상적인 부분도 있겠지마는, 당시의 방위 개념이 기본 토대에 깔려있습니다.
조선초기의 영토가 현재의 한반도 지도보다 더 북쪽에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으로 다 나오는 얘기입니다.
현재와는 다른 영토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토 형상이 토끼와 닮았다는 것은 조선 후기에 일본 학자가 얘기한 것 아닙니까?
그 이전에는 영토가 더 북쪽에 있었으니, 토끼와 닮을 수 없는게 당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