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을 흔들어대면 미국도 꼼짝 못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특히 한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든다.과연 그럴까? 앞서 살펴본 뉴욕 중심의 국제자본 순환구도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대외거래에서 흑자가 나는 경우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흑자만큼의 외환을 해외로 뽑아내야만 한다.따라서 미국의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이해인 셈이다.그런데도 중국이 미국을 골탕먹이기 위해 채권을 투매하면서 뉴욕의 금융시장을 흔들어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2008년 중국의 공식 외완보유고는 2조 1000억 달러였다.국영은행과 투자공사 역시 중국정부 소유이므로 이들이 보유한 2500억 달러를 합산하면 총 외환보유액은 2조 3500억 달러로 늘어난다.그중 1조 7000억 달러 정도가 미국에 투자되었는데, 약 9000억 달러가 재무부 채권에, 페니 메이(Fannie Mae)와 같은 국영기관(government agency)의 채권에 약 5000억 달러, 그리고 기업채권 구매를 위해 1500억 달러, 증권 매입을 위해 400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2010년 전반기를 기준으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외국인 소유 총액이 3조 8860억 달러라는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중국이 보유한 재무부 채권의 총액이 약 9000억 달러라고 하면, 미국의 총 국가부채 12조 7730억 달러 중 중국의 지분은 7%밖에 안 된다.그럴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중국이 단지 7%의 지분을 흔들어댄다고 미국경제가 골탕 먹을 것이라는 주장은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아무튼 중국의 채권 보유액은 2009년 7울 94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에 이르는데. 미국이 금융위기에 처했는데도 중국 보유 채권물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조금 불안했던지 정확히 1년 후인 2010년 7월에는 보유액이 8470억 달러로 축소되었다.10% 이상을 1년 만에 팔아치운 셈이다.그런데 놀랍게도 다음의 통계를 통해 그것을 완충하는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같은 기간 일본의 보유액은 7210억 달러에서 8210억 달러로, 영국의 경우는 970억 달러에서 3750억 달러로 각기 증가했다.이 말은 중국의 투매가 있는 경우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자 경제강국인 일본과 영국이 투메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만약 일본과 영국에 9000억 달러의 외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미국은 양국과 통화스왑을 할 수 있을 것이다.엔화와 파운드화를 달러화로 맞바꾸고 양국이 그 달러로 미국채권을 구매하면 중국의 흔들기를 완충시키는데는 문제가 없게 된다.만약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미국은 발권력을 동원, 시장에서 달러화를 풀며 중국이 파는 채권을 사면 그뿐이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중국이 채권을 투매하면 채권값은 하락한다.중국은 앉은 자리에서 못 판 채권 값의 추락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하루아침에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상황을 눈 뜨고 지켜볼 바보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중국이 1년 동안 팔아치운 채권의 액수만큼 생긴 달러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곳에 투자되었을 것이다.2010년 7월 중국이 무려 220억 달러 어치의 일본채권을 순식간에 사들이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이후 상당 규모의 한국채권도 구매하는 일이 발생했다.달러화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상존한다.일본과 한국에 많은 달러화가 풀리면서 두 국가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당연히 중국의 외환시장도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상황이 그렇다면 현재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 쓰고 있는 중국 통화당국은 외환시장에서 더 많은 위안화를 방출하며 달러화를 구매해야만 한다.중국당국의 달러화 보유액이 역으로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물론 미국이 그토록 바라는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는 환경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셈이다.상황의 복잡함을 이해했는지 현재 중국은 위의 게임을 더 이상 안 하고 있다.
상기의 분석은 칼자루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아무튼 중요한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전후 미국이 만든 국제경제의 틀 내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이다.자유무역의 진흥과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는 전후 질서의 핵심 내용이다.자유무역의 원칙 대문에 세계 최대의 미국 수입시장은 항상 열려있을 수 있었다.바로 선진국의 열린 시장을 활용하며 중국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돈은 당연히 안전하다는 미국의 채권 구매에 다량으로 투자되었고 미국의 열린 시장 자체가 국제자금의 순환체계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그럴 능력은 없지만 중국이 미국을 심하게 흔든다는 것은 곧 미국의 방대한 수입시장을 닫으라는 말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중국의 핵심 이해를 중국 스스로가 건드리는 결과가 초래되는 셈이다.
P.S "중국이 어떻게 하면 미국이 망한다" "중국이 어떻게 하면 세계가 어떻게 된다"고 호들갑 떠는 소위 `중국 대세론자`들이 얼마나 경제와 국제관계의 기본원리에 무지한 바보들인지 잘 알 수 있다.언론의 `중국붐 마켓팅`에 놀아나는 무뇌아들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