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을 만든 창동인체상. 조선왕실이 정확한 침과 뜸을 익히기 위해 만든 청동상이다.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어두운 색깔의, 약간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느낌의 청동상을 만날 수 있다. 온몸에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청동인체상이다. 그러나 이 인체상은 사람을 살리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왜냐. 조선시대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침과 뜸(침구술)이었다. 침구술로 병을 치료하려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수백 개의 경혈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경혈(經穴)’의 ‘경(經)’은 ‘경락’, ‘혈(穴)’은 ‘공간, 틈’ 이란 의미이다. 경혈은 ‘경락의 기(氣)가 체표로 발현되는 틈이나 공간’을 뜻한다. 인체의 기가 출입하고 활동하는 문(門)이라고 할 수 있다. 경혈은 치료의 자극점이면서 동시에 질병에 대한 반응점이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시술하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 경혈을 잘못 찌르기 때문이다.
청동인체상 머리 위에는 구멍이 있다. 여기에는 물이나 수은을 넣은 뒤, 시술자가 올바른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액체가 흘러 나오도록 했다.|국립고궁박물관
그래서 조선 왕실에서는 청동으로 경혈을 표기한 인체상을 만들어 정확한 침구술을 익히는 연습을 했다.
그냥 청동상을 만든게 아니다. 청동인체상 머리 위에는 구멍이 있다. 여기에는 물이나 수은을 넣은 뒤, 시술자가 올바른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액체가 흘러 나오도록 했다. 용례도 있다.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승정원일기> 1747년(영조 23년) 8월24일자는 “(숙종의 3번째 왕비인) 인원왕후(1687~1757)를 치료하기 전 두 명의 의관을 선정할 때 바로 이 청동인체상으로 시험했다”고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9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유물‘로 조선시대 침과 뜸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청동인체상을 선정하고 23일부터 온라인에서 소개했다. 문화재청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luvu)와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https://www.youtube.com/gogungmuseum)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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