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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3 10:32
[한국사] 명도전
 글쓴이 : 지누짱
조회 :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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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고조선의 돈 명도전(明刀錢)
작가 기백김
2019. 11. 16. 06:25댓글수0공감수8


1편에서 다룬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의 저자 김상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학자 이덕일이 주장하는 명도전은 이렇다. 아마도 그는 명도전이 고조선의 화폐라는 것을 대중에게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일 것이다.



로제타 스톤과 명도전(明刀錢)



1799년 나폴레옹 원정군이 아프리카 동북부 알렉산드리아 동쪽 로제타 마을에서 발견한 현무암이 현재 대영박물관에 있는 유명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이다. 로제타 스톤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1820년 초 프랑스의 천재 언어학자 샹폴리옹(Champollion)이 해독했다. 그는 상형문자의 기호들을 ‘그림’으로 보는 AD 5세기부터의 정설을 ‘발음기호’로 뒤집으면서 후대인들을 BC 3000년경부터 시작되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로 안내할 수 있었다.


현행 국사교과서에 ‘중국 춘추시대에 연나라와 제나라에서 사용한 청동 화폐’라고 설명하고 있는 명도전(明刀錢)은 표면에 명(明)자 비슷한 글씨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칼 모양의 이 화폐는 네이멍구 츠펑(赤峯)에서부터 대릉하 상류의 랴오양(遼陽)은 물론 평북 영변군 세죽리(細竹里), 평북 위원군(渭原郡) 용연동(龍淵洞) 등 한반도 북부에서도 수백·수천 점씩 대규모로 출토된다. 만주와 한반도의 명도전은 연나라 세력이 고조선을 공략한 증거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랴오양과 츠펑도 기원전 3세기까지는 고조선 영토라고 보는 러시아의 고조선 연구가 유엠 부찐의 견해에 따르면 의문이 생긴다. 이 시기 고조선은 연나라와 수차례 전쟁을 치르는데,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라면 고조선은 적국의 화폐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고조선, 사라진 역사’는 이런 모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 성삼제씨는 지린(吉林)대학 역사학과 교수였던 장보취안(張博泉)의 ‘명도폐연구속설(明刀幣硏究續說)’을 인용해 명도전이 고조선 화폐임을 밝혀냈다. 명도전 손잡이 끝의 구멍이 사각형인 방절식(方切式)은 연나라 화폐지만 원형인 원절식(圓折式)은 고조선 화폐라는 것이다. 만주와 한반도에서 출토된 많은 명도전이 원절식인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그렇다면 ‘明’자 ‘비슷한 글자’는 고조선 고유 문자일 수도 있다. 샹폴리옹 같은 언어학자가 나온다면 우리도 고조선어를 통해 반만년 전 고조선의 원초적 역사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덕일의 역사사랑>




신성문자(히에로그리프), 민중문자(데모틱), 그리스어의 배열 및 비석의 글을 해석한 장 프랑스와 샹폴리옹의 초상. 1799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의 이집트 원정대가 발견한 것을 후에 영국군이 인수했다.



낯선 글자가 새겨진 평양시 용연동 출토 명도전(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에 대해 남아 있는 많지 않은 기록 중에서도 우리가 고조선이 발달된 화폐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조선의 법률('8조 금법') 가운데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그 물건 주인집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풀려나려면 50만 전을 내야 한다(慾自贖者人五十萬)'는 <한서지리지(漢書地理誌)>의 내용이다. 당시 이미 화폐의 단위가 지정되어 있음을 미루어 살필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위 이덕일의 글을 읽고 명도전 손잡이 끝의 구멍이 사각형인 방절식(方切式)인 연나라(혹은 제나라)의 화폐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한·중·일 모두를 뒤졌지만 없었고, 연명도폐(燕明刀币) 등으로 표시된 중국 고대 화폐는 모두 구멍이 동그란 원절식이었다. 이에 유추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방절식의 절은 '끊을 절(切)' 자가 아닌 '꺾을 절(折)' 자의 오기(誤記)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즉, 명도(明刀)의 허리가 각지게 꺾였으면(方折) 중국 돈이요, 둥글게 꺾였으면 (圓折) 고조선의 돈이라는 설명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방절식 연명도패





아울러 모든 교과서와 백과사전에는 연나라 장수 진개가 고조선의 침공했을 때(BC 3세기 초) 그 영향으로 연나라의 고대 화폐인 명도전이 조선에서 유행하게 되었다는 기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오류가 있으니 고대 중국의 문명이 조선보다 앞섰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에서 비롯된 추측에 불과하다. 명도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인 학자이고 명도전이 연나라 돈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중국 학자라는데, 그 연나라 돈이 연나라 지역보다 고조선 땅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것도 의문이다.(아울러 그걸 무턱대고 답습하는 한국 학자들의 사고방식도 의문이다)



사료를 정확히 살피자면, 학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연나라와 제나라에서는 명도전이 통화(通貨)로서 그리 정착돼 있지 않은 듯 보이는 바, 그에 대한 증거가<'관자(管子>'1에 실려 있다.


"황금, 도(刀, 명도전), 포(布, 옷감)는 민간에서 통용되는 화폐다.(이중) 도폐는 가볍게 여기며 황금은 중하게 쓰인다."



그런데 <관자>에서는 이웃 나라인 조선과 교역하기를 희망하고 있는바, 대금 지급을 위한 결제통화로써 명도전을 만들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그 제나라의 명도전이 아래 사진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고조선 상인이 받은 그 화폐는 물론 제나라와의 다른 거래에 쓰였을 것인데, 그것을 살피기 전, 우선 제나라가 조선과의 교역을 희망한 이유부터 살펴보자.



관중은 제나라의 재상이 된 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소금이나 해산물 등을 특화시켰는데, <관자> '규도(揆度)'편에서 관중이 환공에게 말한 내용을 보면 관중은 발조선(發朝鮮)의 문피(紋皮)2를 해내(海內, 제 나라가 속한 바다 수역)의 일곱 가지 특산물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이것이 중국 사서에 보이는 고조선에 대한 최초 기록이다) 관중은 또 ‘경중갑(輕重甲)’편에서 환공에게 이르기를, "(문피를 많이 생산하는) 발조선에 그 문피에 대한 값을 쳐주면 제나라에 갖다 바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두 나라 간의 지근(至近) 거리인 요동반도 남단의 항구도시들에서는 당연히 많은 상거래가 이루어졌을 터, 서울시립대 박선미 박사가 만든 아래 지도를 보면 현재의 대련 일대에서 가장 많은 명도전이 출토됨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연나라와의 국경 지대로 여겨지는 적봉에서도 다량의 명도전이 발견되었던 바, 국가간의 교역에 있어 고조선이 실물화폐보다 주조화폐를 더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는 적봉 지역과 대련 지역









현재까지 출토된 것을 보면 명도전은 그 크기와 모양이 크게 3종류로 나뉘는데, 크기는 길이 12.4~13.5cm, 너비 1.5~1.9cm, 무게 12~19g이 일반적이다. 출토 지역으로 볼 때 등이 부드럽게 휜 원절식에 명(明)자와 비슷한 표시가 들어간 것이 본래 고조선의 것으로 짐작된다. 쇠의 재질이 매끄럽고 미려하다. 제나라의 방절식 명도전은 표면에 '제화(齊化)', '제화공금(齊化共金)', 제화이십(齊化二十)' 등의 글자가 써 있으며 역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나 발견된 양은 많지 않다. 끝의 고리가 큰 것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고조선의 명도전(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글자가 새겨진 제나라의 명도전

가장 고식(古式)으로 고조선과의 문피(紋皮) 교역에 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나라 것이라 불리는 명(明)자 표시가 들어간 방절식 명도전은 투박하여 고조선이나 제나라의 것에 비해 질이 떨어지나 그 양이 많다. 연나라 영토와 국경지대, 그리고 고조선의 영토에서도 상당량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국경을 접한 연나라와 고조선에서는 거의 같은 통화체계를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EU에서 유로화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울러 방절식 명도전의 거푸집이 고조선 지역에서도 발견되는 것을 보면 고조선 또한 방절식 명조전을 통화로써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바, 원절식 명도전만을 고조선의 돈이라도 단정함은 옳지 않을 듯하다.







전형적인 연나라의 명도전





고조선과 연나라가 혼용해 썼을 것으로 여겨지는 고조선의 명도전

당연히 연나라 지역보다 고조선 지역에서 더 많은 양이 발견되었다.(너무 많이 출토돼 귀찮아 버려질 정도였다고)





말했다시피 위의 명도전은 고조선과 연나라 지역, 그리고 전국시대의 조나라 지역에서 두루 발견된다. 그 일대가 하나의 통화체계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의 돈인 반량전(半兩錢)은 한반도 지역에서 전무(全無)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발견되는 양이 휘귀한 바, 과연 한사군이 한반도 땅에 있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낙랑군이 평양지역에 있었다면 한나라 화폐인 오수전(五銖錢)이나 반량전이 명도전만큼이나 출토되어야 할 터, 하지만 출토된 것은 언제나 고조선의 돈이었고 평양시 정백동 3호 목곽분 유적에서 명도전과 함께 소량의 오수전이 출토되었을 뿐이었다.



 

평양시 용연동 유적 출토 철기류와 명도전





황헤북도 황주군 흑교면  출토 오수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의 명도전

어느 나라의 돈이라는 설명없이 그저 무더기로 발견된다는 해설만을 달아놨다.




참고적으로 말하자면 연나라는 100년 정도 존속했고 한사군은 400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게다가 연나라는 고조선 땅을 직접 통치한 적도 없다. 그런데 (주류학계에서) 연나라의 돈이라는 주장하는 명도전은 가마니 떼기로 쏟아져 출토되고 한나라의 돈은 가뭄에 콩나듯 나온다. 뭐가 좀 이상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여기서 한사군의 위치를 논할 생각은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조선 전역에서 출토되는 명도전은 고조선의 화폐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며, 같은 모양의 화폐가 연나라 지역에서도 발견됨은 고조선의 경제력이 연나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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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짱 20-09-13 10:59
   
https://kibaek.tistory.com/355
이글에 앞선글 비파형동검에 대한 글입니다.
부르르르 20-09-14 17:26
   
경제와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이치.
상식으로만 판단해도 답은 나와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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