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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14 12:12
[북한] (하얼빈 특종) 조선족 이민 여사의 증언..12편.(마지막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882  

11편에 이어서~~                           (마지막편)

 

 

문화혁명 때 부부가 함께 큰 수난

 

―여사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이겠지만 문화혁명 때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문화혁명은 突發的(돌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毛澤東(모택동)이 직접 일으켰기 때문인지 시작부터 그 氣勢(기세)가 대단했지요. 당시 나는 하얼빈市(시) 제1도구공장 당위원회 서기였어요.

 

1966년 8월18일 내가 공장에서 회의하고 있는데 홍위병 완장을 팔에 두른 대학생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노동자들이 제지했지요. 나는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학생들을 들어오게 했어요.

 

학생들은 走資派(주자파)를 반대하고 혁명적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회의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나는 의견이 있으면 정당한 경로를 통해 제출해야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학생들을 설득하려고 했지요.

그러자 학생들은 내가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비방하며 문화혁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기들이 미리 준비해온 고깔모자를 내게 씌우려고 들지 않겠어요? 복도에 지키고 섰던 노동자들이 나를 둘러싸서 보호했습니다.

 

회의장 한가운데 내가 서 있고, 노동자들이 손에 손잡고 나를 둘러싼 圓(원)과 학생들이 나를 욕 주려고 둘러싼 또 하나의 원이 그려진 이상한 상황이었지요. 그날은 그런 대로 넘어갔습니다. 다음날 우리 공장 주위의 大字報(대자보)들은 한결같이 학생운동을 탄압한 나의 죄상을 성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省委(성위) 제1부서기 겸 省(성) 정부 부성장 陳雷(진뢰) 동지는 8월23일 齊齊哈爾(제제합이)市(시)에서 벌어진 유혈 사건을 해결하려고 출장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齊齊哈爾(제제합이)로 떠난 뒤 만나지 못한 陳雷(진뢰) 동지가 8월26일 하얼빈市(시) 인민운동장에서 열린 성 정부 지도자 성토대회에 나타난 것입니다.

 

「사령부를 포격하자」는 슬로건 아래 50만명의 군중이 모여 省長(성장)과 省(성) 정부 간부들의 머리를 깎고 얼굴에 검댕이를 칠하여 演壇(연단) 위에 세워 욕을 보였습니다. 陳雷(진뢰) 동지의 죄목은 反(반)혁명 분자, 주자파, 반역자, 조선 간첩 등 굵직한 것만 너댓 가지였지요.

 

게다가 항일 투쟁시기에 抗日聯軍(항일연군) 2백명을 학살했다는 터무니없는 죄상도 있었어요. 홍위병들은 앞에 쇠가 달린 가죽 혁대로 陳雷(진뢰) 동지를 사정없이 후려쳤습니다. 눈에서 피가 나고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그때 나는 연단에서 약 50m 거리에 있었어요.

 

나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사실을 밝혀야 한다. 군중들과 학생들이 역사를 몰라서 저런다. 오직 그 일념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단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도 감시를 받고 있던 몸입니다. 그만 홍위병 다섯 명이 나를 번쩍 들어 회의장 밖으로 끌고 나와 공장으로 보내졌어요.



나는 陳雷(진뢰) 동지를 만날 수도 없었고 소식조차 감감했습니다. 공장은 생산이 완전 정지되어 버렸습니다. 어찌된 판국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이튿날 아침 공장에서 小字報(소자보) 전단을 하나 주웠는데 이게 무슨 기사입니까. 「陳雷 조리돌림 참관기」라니!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은 비판받은 사람들의 목에 나무 패쪽을 걸고 화물자동차 뒤에 실어 거리를 돌며 그의 죄목을 큰 소리로 외치면서 수시로 매질을 했습니다.

 

그 전단에는 陳雷(진뢰)가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맞아서 눈이 멀었고 갈비뼈가 4대나 부러졌으며 무릎이 끊어지고 머리가 터졌다고 쓰여 있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요. 허나 그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도 몰랐고 갈 수도 없었어요.



공장의 노동자들은 중앙에서는 폭력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 왜 이 지경인가 따지기 위하여 모두 省委(성위)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청원도 내지 못하고 省委(성위)를 점령한 홍위병들과 싸움만 하다가 돌아왔지요.

 

그런데 그 이튿날 거리에는 李敏(이민)이 노동자들을 사주하여 야료를 부렸다는 죄목을 성토하는 대자보가 나붙었습니다. 매일 밀려드는 홍위병들을 만나느라고 집에도 한 번 들르지 못했지요.




남편은 너무 맞아 입이 저팔계처럼 돼




나는 陳雷(진뢰) 동지가 죽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를 찾아 나서기로 했지요. 노동자들은 나의 안전을 염려하여 같이 가겠다는 거예요. 그들과 함께 가면 또 싸움이 날까 봐 나는 혼자 갔습니다.

 

省委(성위)의 한 보위과 간부를 통해 陳雷(진뢰) 동지의 가족 신분으로 그를 만나게 해줄 것을 강경하게 요구했지요. 홍위병들이 인도한 작은 방에서 오래 기다렸습니다. 陳雷(진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어요.

 

포기하고 일어서려는데 전혀 모를 사람이 문을 열고 휘청거리며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다가 순간 저 사람이 남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陳雷(진뢰) 동지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남편이 아닙니다.

너무 맞아서 입은 猪八戒(저팔계)의 주둥이처럼 퉁퉁 부어 앞으로 쑥 나와 있고, 머리는 너댓 군데 터져서 온통 피가 말라붙었고,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했어요. 덜컹거리는 화물차에 너무 오래 꿇어앉아 무릎의 살은 다 떨어져나가고 뼈가 드러날 지경이며, 발을 거꾸로 들고 발바닥을 몽둥이로 때려서 발바닥도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를 부축하여 작은 의자에 앉히고 적삼을 들치고 잔등을 보았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졌는가 살펴본 것이지요. 등은 성한 데가 없었고 검푸르게 멍들었습니다. 나는 통곡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홍위병들에게 한 시간 이상 남편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그들을 설득해보았습니다. 이 사람 몸을 보라! 항일 전쟁 때 일곱 번이나 부상을 입은 상처가 그대로 있지 않은가. 역사는 결국 당신들이 잘못한 것을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홍위병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가지고 간 빵이며 과일을 짓밟아 뭉개버리는 것입니다.

그후 나도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남편 소식은 더 이상 알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감옥에 끌려가기 전에 쪽지를 하나 써서 保姆(보모)에게 주며 기회가 있으면 남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입니다.

 

쪽지에서 나는 남편에게 네 가지를 당부했어요. 첫째, 毛(모)주석의 혁명노선을 믿어야 한다. 둘째, 사실대로 해야 한다. 견디기 어렵다고 없는 일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 셋째, 신체 건강을 지켜야 한다. 넷째, 절대 xx해서는 안 된다. 살아서 남는 것이 곧 승리이다. 당시 많은 간부들이 정신적인 절망과 육체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xx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옥 속에서 나는 남편의 생사를 알 길이 없고 집에 두고 온 일곱 살 난 어린 아들이 걱정되어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어느 날 잠깐 잠든 사이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맑은 날인데 내가 호수에서 쪽배를 저어가고 있었어요. 갑자기 풀밭이 나타났지요. 풀밭에 오르니 웬 이불이 펴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陳雷(진뢰) 동지의 이불이에요. 이불을 들추니까 남편의 시체가 있었어요. 나는 통곡했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간수가 와서 소리쳐 깨우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지요. 꿈을 꾸면서 진짜로 울었던 것입니다.

나는 陳雷(진뢰) 동지가 틀림없이 죽었다고 단정했어요. 슬픔에 잠겨 있는데 철창 밖에서 조리돌림을 하면서 외치는 구호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데 「陳雷(진뢰)를 타도하자」는 구호가 섞여 들려왔어요.

 

순간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지요. 그 구호는 陳雷(진뢰) 동지가 살아 있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우리는 5년 동안 각각 감옥에 갇혀서 서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韓中(한중) 결혼의 이상적 커플


李敏(이민) 여사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혁명 때 남편이 광적인 홍위병들에게 당한 잔인하고 야만적인 학대를 얘기하면서도 분노의 감정은 잘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악몽 같은 10년을 되돌아보고 얘기한다는 것이 李(이)여사로서는 매우 가슴아픈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 여사 자신의 수감생활 5년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와 같은 호된 試鍊(시련)과 艱難(간난)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사랑과 존경은 더욱 깊어만 갔다. 두 사람 사이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 하나가 서로의 사랑과 존경을 나타내고 있었다. 과연 韓中(한중) 결혼의 이상적인 커플인저!



중국 지도를 보면 흑룡강성은 마치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백조의 모습과 같다. 하얼빈은 그 백조 목에 걸린 빛나는 진주라고나 할까. 이렇게 詩的(시적) 지형을 가진 중국 동북 지방에서 陳雷(진뢰) 부부는 아주 존경받는 유명한 커플이다.

 

실제로 가장 모범적인 출세한 부부라고 하겠다. 陳雷(진뢰)는 省長(성장)으로서, 李敏(이민)은 여성과 소수민족 문제의 선구자로서 여러 가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쌓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들 부부는 사람들의 憧憬(동경)의 대상으로 人口(인구)에 膾炙(회자)되고 있다.



陳雷(진뢰) 성장과 李敏(이민) 여사와 3일간 집중 인터뷰를 마쳤다. 두 분 다 솔직하게 아는 사실을 다 말해 준 것은 틀림없다. 어느 날인가 나는 그분들 집에서 점심을 함께 들 정도로 가까워졌다. 金宇鍾(김우종) 교수에 의하면 보통 사이가 아니면 외국 손님과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분들과 작별하자니 金日成(김일성) 부자에 관한 대목이 좀 아쉬웠다. 혹시 수십 년 친한 우정과 의리 때문에 더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중국인들은 義理心(의리심)이 강한 사람들 아닌가. 그런 이유로 오랜 항일투쟁 戰友(전우)인 金日成(김일성)에 대한 기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또 평양에 있는 그분들 친구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金日成(김일성) 부자에 관한 완벽한 진실을 밝혀줄 가능성은 있었다. 아무리 중국이 남북한과 미묘한 관계에 있고, 그분들이 중국 공산당 평생 동지이지만, 내가 가까이서 본 두 사람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 陳雷(진뢰)선생은 나의 박정희 傳記(전기)를 높게 평가하면서 『박정희의 初年(초년) 인생이 毛澤東(모택동)과 비슷하지요?』라고 말했다.

 

 

이상..              끝..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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