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20-01-20 16:39
[북한] 북한의 역사를 지켜보면서..04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757  

03편에 이어서~~


 

아내는 아무 말 없이 토마토가 든 광주리를 들고 돌아섰는데, 그 어깨가 기억에 남을 만큼 축 처져 있었다. 그 순간에는 내 말의 뜻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그게 어떤 암시였다는 걸 깨닫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내가 북을 떠나기 보름 전쯤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 나는 그동안 써두었던 두 트렁크 분의 원고를 모두 불살라버렸다. 그때 아내가 가만히 다가와 물었다. “아끼던 원고를 왜 태워요?” “이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때도 나는 그렇게 짤막하게 대답했지만, 아내는 왠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내도 내 스스로 자기 사상을 마음대로 발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글을 많이 써둔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면서 여러 해에 걸친 내 정신적 생산물들이 한줌 재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무실에서 챙겨온 카메라며 고급 만년필 따위 귀중품들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도록 했다. 개중에는 우리 부부에게 아직 필요한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역시 아무 말 없이 따라주었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 속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나는 나대로 가족을 구할 계획을 세우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런데도 이렇게 훌훌 떠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생각 못지않게 나를 몰아댄 내 마음속의 또 다른 목소리 때문이었다. ‘결국 구해낼 수도 없으면서 미련을 갖고 주저하면 너는 끝내 떠나지 못하고 만다. 그리되면 훗날 역사는, 그때 북에서는 그렇게도 엄청난 폭력과 불합리 속에 인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도 당당하게 나서서 비판하거나 저항한 지식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할 것이다’라는 그런 소리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무사히 서울에 당도하고 보니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고 특히 아내이다. “잘 다녀오세요” 그날 아내는 늘 그랬듯이 그렇게 담담한 인사로 나를 보냈다. 나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랐지만 마음속으로는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나의 이 결단이 한낱 속된 욕망의 추구가 아니라 민족적 양심의 부름에 순응하는 것이며,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데 기여했던 한 지식인이 조국통일의 제전에 바치는 마지막 헌신이라는 것이 과연 아내에게 위로가 될는지.

살아서 다시 만나 한지아비로서 자기 아내를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죄를 씻을 날이 올는지. 원래 내가 망명을 계획했던 곳은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한 지 하루도 안 지나서 나는 불길한 예감 속에 그 결행을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조총련 쪽에서 나온 사람들이 호위라는 구실로 밤낮없이 내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면서 도무지 몸을 뺄 틈을 주지 않았다. 낌새를 느낀 김정일의 특별지시가 있어서 밀착 집중감시에 들어간 게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다음 경유지인 중국에서 망명을 결행하게 되었다.
 

  

 

              이상..    05편에서 계속~~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19,98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1) 가생이 08-20 85695
19818 [한국사] [FACT] "강감찬" 이지 "강한찬" 이 아니다. (3) 아비바스 11-15 688
19817 [기타] 강감찬 / 강한찬 (2) 관심병자 11-14 514
19816 [한국사] [FACT] 15년전, MBC에서 방영했었던 대제국 고구려 참역… (2) 아비바스 11-13 750
19815 [한국사] 역사학자가 말하는, 광개토대왕이 10년을 더 사셨다… (3) 아비바스 11-13 625
19814 [한국사] 역사학자가 말하는 고구려가 삼국 통일을 한다면? (1) 아비바스 11-13 545
19813 [기타] 인도 타밀 고고학 발굴성과 (ft.아라가야 도부호)및 … (5) 조지아나 11-13 573
19812 [일본] [FACT] 일본에서 올린 논란의 영상 "This is a Pen" (1) 아비바스 11-12 605
19811 [한국사] [FACT] 이 세상 모든 발음을 정복하자! – IPA(국제음성… (3) 아비바스 11-12 528
19810 [기타] 일제 잔재중 가장 시급하게 정리되야 할것 (7) 관심병자 11-12 618
19809 [기타] 일본계 인도인추정 85만유투버. 일본인 논문을 내세… (4) 조지아나 11-12 795
19808 [한국사] [FACT] 일본의 가타카나는 한국의 구결에서 왔다 (1) 아비바스 11-11 539
19807 [한국사] [FACT] 한중일 언어의 변화 (1) 아비바스 11-11 510
19806 [한국사] [FACT] 고대 한국어, 만주어와 일본어 속의 옛 한국어 … (2) 아비바스 11-11 554
19805 [한국사] [FACT] 인도어(타밀어, 드라비다어)와 한국어 비교 검… (6) 아비바스 11-11 477
19804 [한국사] 옛 한글중 일부가 사라진 배경이 일본정부에 의해… (2) 조지아나 11-11 538
19803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한국어의 기원… (1) 아비바스 11-10 600
19802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트렌스유라시… (1) 아비바스 11-10 449
19801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요하문명은 트… (14) 아비바스 11-10 497
19800 [한국사] 사실은 유전자전쟁중인 5000년 한국사 (3) 금성신라 11-09 927
19799 [한국사] [충격] 연구가 필요한 태극과 금성 (1) 금성신라 11-09 672
19798 [한국사] 티벳 장족" 그리움 " 곡 도입부 "아리랑"과 유사 (1) 조지아나 11-08 1038
19797 [한국사] 성헌식 인터뷰 - 산서성의 지배자 고구리 하늘하늘섬 11-08 499
19796 [한국사] 티벳의 Relpa dance ( 삼태극 소고 무용) (3) 조지아나 11-08 496
19795 [기타] 딱 걸린 조작 ! 중국왕조 영토지도 관심병자 11-08 636
19794 [기타] 5백년전 명나라 지도, 明과 高麗 등 지명 분석 관심병자 11-06 1224
19793 [한국사] 합단의 침입 경로로 살펴본 고려의 동북 영토 (지도 … (4) 보리스진 11-04 995
19792 [한국사] 고려 후기 의주의 영토: 형제산, 청수구자 (지도 첨부 (3) 보리스진 11-03 100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