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9-09-08 02:27
[세계사] 칸트의 '영구평화론' 은 어떤 이유로 폭력적인가 ? (1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2,137  

오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온다.  특별


한 이유가 있다.  다름이 아닌 태풍 링링 이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날은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지는데..  막상


행동하기가 귀찮다.



나도 나이 먹었나 보다..ㅎㅎ



 

내 책상에 앉아서 맨 윗쪽의 책꼿이에 칸트의 오래된


책이 눈에 띤다.  그래서 책을 빼서 펼쳐 보았다.



아 하  그때 읽었던 책이구나.!!  단번에 생각이 난다.



이때 한생각이 머리에서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글을 써서 올려 보려 한다.




21세기가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막연히


생각하던 21세기는, 장밋빛은 아니어도 적어도 전쟁


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20


년을 되돌아보면,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이라크 전쟁, 리비아 전쟁, 시리아 전쟁 등 새로운 밀


레니엄은 전쟁으로 얼룩졌다. 장밋빛 21세기가 이처


럼 처참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


다. 인류에게 평화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일까? 오래전


꿈을 꾼 철학자가 있었다. 칸트다. 칸트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영구평화론'이라는 설계도를 그렸다.


  

30년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베스트팔렌 조약(1648


년)이 체결되었다. 30년 전쟁(1618년~ 1648년)은 가


톨릭교회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개신교를 지지하는 국


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종교 전쟁이다.




전쟁의 후유증은 혹독했다. 사망자만 무려 800만 명이


었다. 평화 조약으로 한동안 평화의 시기가 흘렀다. 그


러나 스페인 왕위 전쟁, 프랑스 혁명 등이 또다시 찾아


왔다. 유럽인에게 평화 수립은 어려운 과제였다. 지식


인들은 평화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칸트도 그


런 지식인의 한 사람이었다.


 

칸트에 앞서 프랑스의 생피에르는 '영구평화론'을 통


해 국제연맹 및 국제재판소 설치, 분쟁 해결을 위한 무


력 사용 금지를 주장했다. 생피에르는 국가 간 분쟁이


결국은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생피에르는 군주들이 상호 인정하고 단결할


것을 주문했다. 군주의 단결을 촉구하는 그의 주장에


대해 계몽주의자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루소는 국가


체제의 폐지 없이는 국가 간 항구적 평화는 요원하다


고 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적 단일 체제 국가가 먼


저 수립되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혁명이 수반된


다. 그러나 너무 많은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에 혁명은


바람직하지 않다. 루소는 영구평화를 불가능에 가깝다


고 보았다.



그는 책 <에밀>(이환 옮김, 돋을새김 펴냄)에서 인간


에 대한 교육을 통해 평화적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권


하고 있다.

 

 

칸트는 루소와 달리 세계평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다만, '확정조항'이란 이름으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


았다. 두고두고 탈이 날 조항이었다. 칸트는 책 <영구


평화론>(이*구 옮김, 서*사 펴냄)에 나온 제1 확정조


항은 이렇다.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체제는 공화정체이어야 한


다." 칸트는 어째서 세계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공


화정을 주장하는가? 칸트의 대답이다. "전쟁을 해야


할 것인가 또는 해서는 안 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국


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이 체제 아래에서는 이런 절


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때 국민은 자신의 신상에 다


가올 전쟁의 재앙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나쁜


경기를 감행하는 데 무척 신중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공화제가 아닌 체제 속에서는 전쟁 선포를 결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손쉬운 일이다." 여기까지는 납득할만하


다. 그런데 칸트는 세계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모든 국가가 대의제 공화정체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칸트는 대의제를 중요시한다. "대의적이지 않은 모든


정부 형태는 정확하게 말해서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


다." 칸트는 대의주의를 지배방식과 통치방식의 세부


항목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친다. "법의 개념에


부합하려면 통치방식은 대의주의의 형태를 취해야 하


며, 그리고 이 체계 속에서만 공화정체가 가능하다."


대의제와 공화정체에 방점이 찍힌 칸트의 주장은 수백


년이 흐른 뒤에도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영구평화를 위한 제2의 확정조항은 이렇다.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


다." 칸트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인 자연 상태에서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체제의 보호 아래


들어가듯이 국가들도 국제적 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 말한다.

 


"그들은(각 국가의 국민들. 내가 주) 자신들을 보호하


기 위하여 모두가 공민적 체제와 비슷한 체제에 귀속


되기를 요구할 수 있고 또 요구해야만 한다. 이때 비로


소 각자의 권리는 보장될 수 있다. 이것은 아마 국제연


맹일 것이다."





영구평화로 가는 과정은 순탄할까? 철학자 한 사람의


평화론으로 평화가 오진 않을 것이다. 칸트가 기대한


것은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 그 자체의 힘이었다. 칸트


는 전쟁에 대해 인류문화를 진보시키기 위한 불가결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칸트의 또 다른 글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는 전쟁을 "사회 속에서 인간들 상호 간의 항


쟁(적대. 본인 주)이야말로 자연이 인간들의 모든 소질


을 계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인간의 폭력성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고 말한다. "자연은 처음에는 인간으로 하여금 불완전


한 시도들을 감행하게 하고, 결국 무수한 황폐화와 몰


락을 거쳐 그들의 모든 힘을 고갈시킨 다음에야 비로


소 그렇게 많은 불행한 경험이 없어도 이성이 이야기


해줄 수 있었을 것으로, 즉 야만의 무법상태에서 벗어


나 국가들 사이의 연맹을 이루는 것으로 몰고 간다."




칸트는 인간의 선의가 아닌 인간의 폭력성에 기대어


세계평화를 기획하는 것이다. 칸트에게 그 동력은 인


간의 '비사회적 사회성'이다. 비사회성은 인간의 잔인


한 폭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폭력적이다. 그렇지만 동


시에 인간은 타인을 필요로 하는 사회성을 갖고 있다.




거대한 폭력이 휩쓴 후 인간은 자신의 비사회성에 대


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시 잠재되어 있던 사회성


을 발휘하여 이웃과 다른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한다. 칸트의 예측은 그대로 맞았다. 1차 대전의 잔인


함은 사회성의 발현인 국제연맹을 촉발했고 2차 대전


의 끔찍함은 국제연합(UN)을 가져왔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의 이념적


근거가 되었다. 칸트가 그리던 꿈이 100여 년 후에 실


현되었다. 칸트의 평화론을 연구해 온 정태일이란 사


람은 "칸트의 평화사상은 오늘날에도 매우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칸트의 평화사상은 규범적 국제정치이론


의 선구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평화이론의 모색


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적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평화가 온 것일까? 국제 사회는 평화적인가? 아


무도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칸트 기


획의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일까? 나는 감히 칸트의


주장 하나하나를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칸트의 주장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체제는 공화정체이어야한다"라는


제1 확정조항이다. 칸트의 평화론은 20세기 후반 미국


의 정치학자 마이클 도일(michael doyle)에 의해 민주


평화론으로 발전된다.



도일은 칸트의 대의주의에 기반한 공화정체제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해석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우호가, 자유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는 비자유국가 간에는 적대가 빈발하는 현상적 사실


을 칸트의 평화론을 이용해 이론적으로 정당화했다.


 

이후 그의 '민주평화론'은 미국 패권을 위한 도구로 사


용되었다. 정치학자 이혜정의 논문 '민주평화론의 패


러독스'(2008)에서 민주평화론에 대한 평가다. "민주


평화론은 냉전의 종언 이후 미국 패권의 지구적 확산


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고 9.11테러 이후에는 테러


의 근본 원인을 미국이 체현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적 근대성의 부정으로 보는 부시 정부에 의해 대테러


전쟁의 궁극적 승리를 보장하는 전략적 지침으로까지


설정되었다.



" 칸트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칸트 이론을 오용한 후대 지식인의 잘못이지 칸


트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변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론 자체에 오용의 가능성이 큰 요소가 처음부터 존재


했다면 그것은 칸트 자신의 책임일 수 있다. 칸트 주장


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의 전쟁관이다.



    제 2편에서 계속 ~~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19,949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1) 가생이 08-20 83873
19814 [한국사] 역사학자가 말하는 고구려가 삼국 통일을 한다면? (1) 아비바스 11-13 525
19813 [기타] 인도 타밀 고고학 발굴성과 (ft.아라가야 도부호)및 … (5) 조지아나 11-13 556
19812 [일본] [FACT] 일본에서 올린 논란의 영상 "This is a Pen" (1) 아비바스 11-12 588
19811 [한국사] [FACT] 이 세상 모든 발음을 정복하자! – IPA(국제음성… (3) 아비바스 11-12 506
19810 [기타] 일제 잔재중 가장 시급하게 정리되야 할것 (7) 관심병자 11-12 589
19809 [기타] 일본계 인도인추정 85만유투버. 일본인 논문을 내세… (4) 조지아나 11-12 776
19808 [한국사] [FACT] 일본의 가타카나는 한국의 구결에서 왔다 (1) 아비바스 11-11 528
19807 [한국사] [FACT] 한중일 언어의 변화 (1) 아비바스 11-11 501
19806 [한국사] [FACT] 고대 한국어, 만주어와 일본어 속의 옛 한국어 … (2) 아비바스 11-11 532
19805 [한국사] [FACT] 인도어(타밀어, 드라비다어)와 한국어 비교 검… (6) 아비바스 11-11 460
19804 [한국사] 옛 한글중 일부가 사라진 배경이 일본정부에 의해… (2) 조지아나 11-11 519
19803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한국어의 기원… (1) 아비바스 11-10 582
19802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트렌스유라시… (1) 아비바스 11-10 432
19801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요하문명은 트… (14) 아비바스 11-10 474
19800 [한국사] 사실은 유전자전쟁중인 5000년 한국사 (3) 금성신라 11-09 907
19799 [한국사] [충격] 연구가 필요한 태극과 금성 (1) 금성신라 11-09 651
19798 [한국사] 티벳 장족" 그리움 " 곡 도입부 "아리랑"과 유사 (1) 조지아나 11-08 982
19797 [한국사] 성헌식 인터뷰 - 산서성의 지배자 고구리 하늘하늘섬 11-08 484
19796 [한국사] 티벳의 Relpa dance ( 삼태극 소고 무용) (3) 조지아나 11-08 477
19795 [기타] 딱 걸린 조작 ! 중국왕조 영토지도 관심병자 11-08 626
19794 [기타] 5백년전 명나라 지도, 明과 高麗 등 지명 분석 관심병자 11-06 1216
19793 [한국사] 합단의 침입 경로로 살펴본 고려의 동북 영토 (지도 … (4) 보리스진 11-04 974
19792 [한국사] 고려 후기 의주의 영토: 형제산, 청수구자 (지도 첨부 (3) 보리스진 11-03 989
19791 [기타] 우리가 알고 있던 고구려 평양성은 가짜다! 원사(元… (1) 관심병자 11-02 937
19790 [한국사] [FACT] 역사 유튜버중에 이분만큼 정리 잘하는 사람 없… (1) 아비바스 11-01 989
19789 [기타] 일제 강점기 지명 변경 (1) 관심병자 10-31 985
19788 [기타] 한반도로 줄어든, 우리영토의 비밀 (4) 관심병자 10-30 108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