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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04 13:24
[세계사] 소련은 어떻게 악마가 되었나? (2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2,057  

(2편) 

 

 

고르바초프가 드디어 공산당 중앙위원회 문서고(庫)를 개방했다. 소련을 비난해왔던 사람들은 비밀문서고가 열릴 날만을 기다렸다.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문서고가 개방되자 이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거두어들였다.

 

 

서구의 선전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젬스꼬프(Zemskov)같은 학자가 문서고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는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9000쪽에 달하는 그의 연구보고서가 1990년 나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반(反)혁명활동 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살인, 성폭행 등의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이가 보내지는 노동수용소는 53개, 규율이 느슨했던 노동이주지는 425개가 있었다.

 

 

여기에 토지가 몰수된 부농이 보내진 개방 특별지역이 있었다. 이곳 전부를 합해서 약 200만 명이 수용되었다. 정치범의 수는 콘퀘스트의 주장과 달리 45만 4000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1937~1939년 사이에 죽은 인원도 300만 명이 아니라 16만명이었다.

 

 

아마 여기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래요. 정보 조작한 사람들이 엄청 과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45만 명의 정치범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잖아요?" 우리는 이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의 판단은 덧붙이지 않고, 일단 마*오 *사의 견해를 들어보자.

 

 

"우리는 쏘련이 외부의 적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930년대 쏘련의 인구는 거의 1억6000만~1억7000만 명이었다. 30년대는 유럽에서 일어난 거대한 정치적 변화로 인해 힘겨운 시기였다. 독일의 나찌즘,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민주주의 국가(자본주의국가. 필자 주)들은 쏘련에게 전쟁의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중략) 이러한 힘겨운 시기 동안, 쏘련에서 형벌체계 하에 있었던 사람은 최고 250만 명이었다. 이는 대략 성인 인구의 2.4%였다.

 

 

" 감이 안 잡힐 수 있기에 한국의 예를 들자면 교정시설 수용인원 총수는 2017년 현재 5만 7000명, 보호관찰 대상자 수는 2017년 현재 10만 5000명이다. 인구 대비 대략 0.3%가 된다.

 

 

*사의 글에는 당시 소련 인민들이 가졌을 긴장감이 살아나지 않아서 좌파 이론가인 채만수의 논문 '좌익공산주의자들의 쏘련론'(<노동사회과학> 제7호, 2014)의 일부 글을 인용해본다. "당시 나찌 독일의 대대적인 전쟁 도발, 따라서 쏘련 침략은 누가 보기에도 필연적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남은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였다.

 

 

독일과 쏘련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전쟁, 즉 피차가 모두 그 흥망 자체를 걸어야하는 전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결국엔 독일과의 전쟁이 불가피함을 알면서도 그 전쟁을 늦추며 시간을 벌기 위해서 1938년 9월 뮌헨협정을 통해서 체코를 진상하면서까지 쏘련을 침략하라고 히틀러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독점자본들 역시 사회주의 쏘련을 침략하여 파괴하고 궤멸시키도록 히틀러를 부추기며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는 주지의 사실이 된 당시의 정세였다."

 

 



마*오 *사는 "1996년 역사상 가장 많은 550만 명이 미국의 형벌체계 하에 있다"는 1997년 AP 통신의 기사를 인용하며 전쟁 직전의 소련과 평화 시기의 미국을 비교한다. 이 숫자는 미국 성인 인구의 2.8%에 상당하는 규모다. 형벌체계 하에 있다는 것은 교도소 수감자와는 다소 다른 의미다.

 

 

여기에는 보호관찰까지 포함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2007년 말 기준 미국 법무부 통계는 730만 명이 교도소 수감, 보호관찰 등의 형태로 교정기관의 관리대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2007년 말 기준 미국 성인의 3.2%가 수감되어 있거나 지역 공권력의 감시 하에 있다.

 

 

미국 교정시설 내부의 인권은 어떨까? 2005년 8월 19일 자 <시사저널>에 실린 정문호의 '미국 교도소에서는 엉덩이 지키기 어렵다'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 2000년 미국의 교도 행정 전문 잡지인 <프리슨전 저널>이 4개 주 7개 교도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소자 중 21%가 최소 한 번 이상 성폭행 위협을 당했으며 그중 7%는 실제 성폭행을 당했다.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따져보면 매년 최소 14만 명이 미국 내 교도소에서 성폭행당하고 있는 셈이다."

 

 

교도소 수형자의 인권을 개선시키자는 여론은 미국에서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열악한 인권을 소재로 삼아서 <프리즌 브레이크>(2005년 8월~2017 5월까지 FOX에서 방영)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2017년 3월 시작해 현재 시즌 6 방영 중. 넷플릭스 제작)과 같은 드라마를 만든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미국 교도소의 수형자는 범죄자이지만 소련의 노동수용소인 굴라그(Gulag)에 있던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지 않은가? 일단 공개된 문서고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죄수다. 게다가 당시 소련 인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러시아 연구자인 서울 과학기술대 김남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논문 '굴라그 귀환자들과 흐루쇼프 하의 소련 사회'(<러시아연구> 25권 1호, 2015)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흐루시초프의 소련은 스탈린이 사망한 3주 후 굴라그 죄수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단행한다.

 

 

그 수는 무려 120만 명에 이르렀다. 우리가 생각하면 방면된 사람들에 대한 환대가 넘칠 것 같았지만, 넘쳤던 것은 인민들로부터의 냉대였다. 당시 소련 인민들은 귀환자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편지를 소련당국에 보내었다.

 

  

노동수용소에서 죽었던 사람들의 수적 변화도 극적이다. 1934년 5.2%에서 1953년 0.3%로 크게 낮아졌다.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항상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사실과 사회적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사망률이 매우 낮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형량의 경우는 어떨까? 1939년을 보면 5년 미만의 형 95.9%, 5~10년의 형 4%, 10년 이상의 형이 1%로 나타난다. 무한정 긴 징역형이라는 괴담은 소련에 대한 심리전에 불과했던 것이다. 책에는 이것 말고도 우리가 막연히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조작된 정보였음을 말해준다.

 

    

고전에 대한 서평을 주로 올리다가 뜬금없이 소련을 둘러싼 프로파간다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쓴 이유는 내가 사회주의자라서가 아니다. 필자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의 급진 사상을 지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짓된 신념체계, 허구적 사실에 기초한 문화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는 사실이 아닌 믿음의 덩어리다. 마르크스, 알튀세 이래 이데올로기론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사상가는 지젝이다. 최승락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의 논문 '지젝의 사회정의론에서 바라본 바울 이해'(<신약논단> 제2권 제2호, 2017)는 이데올로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환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산물, 곧 언어를 통해 매개된 하나의 상징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마치 그것이 본래적이고 자연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지젝은 이런 환상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환상 가로지르기라 부른다. 자본주의와 같이 하나의 만들어진 상징체계로부터의 동력차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련을 악마로 만들면 사회 개혁세력을 악마의 동조자로 몰아갈 수가 있다.

 

 

격심한 빈부격차를 반복하던 북·서유럽은 사회통합을 위해 사회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갔다. 미국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언어로 구축되는 질서인 담론과 상징계에서 사회주의를 지워버렸다.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수단이 정보기관을 통한 소련에 대한 프로파간다였다.

 

 

부족한 사회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보다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개혁을 회피한다. 사회주의 소련과 바로 인접했기에 악마화(demonization)가 잘 먹히지 않았던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사회민주주의라는 온건한 복지국가로 나아갔다.

 

 

대신 미국은 극단적 불평등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기득권은 외부의 적을 설정한다. 외부의 악마가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고 회로는 기능부전에 빠진다. 사회개혁 세력은 늘 외부의 악마와 비교당해야 한다.

 

 

외부의 악마를 설정하면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개혁이 힘들어지는 우리 사회다. 미국 사회의 거대한 불평등이 보여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바로 이것이다.

 

 

         이상 ~ 끝..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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