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기밀정보 접근 기회가 없으므로 실제 전략을 직접 알 수는 없으나
각종 언론이나 여론 등을 통해 누구나 대충 감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공부삼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정치외교학의 학파
여러가지 학파로 갈린다고 볼 수 있는데, 크게 2가지 학파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고전학파" 입니다. 이 학자들은 정치외교를 아주 단순한 파라미터로만 해석합니다.
하드파워, 지정학이 그것입니다.
경제학에서 고전학파라고 하면 아담스미스 자유주의일텐데, 아담스미스가 경제를 해석할 때 "수요,공급" 파라미터만 가지고 해석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전학파의 장점은, 모델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이해와 해석이 쉽고, 문제를 단순하게 해서 본질을 파악하기가 수월하죠.
대신 그 외의 다른 파라미터가 정치외교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은 "실제 세계"에서는 예측이 틀릴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구소련이 붕괴되었을때, 붕괴되는 원인을 고전학파 이론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소련은 하드파워와 지정학 요소를 모두 갖춘 초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고전학파 해석으로는 붕괴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외부 요인 없이 스스로 붕괴해 버렸죠.
따라서 이런 현상을 설명해 주기 위해 다른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모델이 제안되었는데, 대표적으로 "구성주의" 학파가 있습니다.
이것은 고전학파와 달리, "소프트파워" 부분도 추가해서 해석하는 것입니다.
소프트파워에는 여러가지가 있죠. 이념, 명분, 경제, 문화 등등....
아무튼 소프트파워까지 고려해서 해석을 하면 마침내 소련의 붕괴가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특히 무역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국가들간의 관계에 소프트파워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고전학파 모델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정치외교 현상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성주의 모델을 이용한 해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 한국의 전략
한국내 2개 정치세력의 전략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하 편의상 극우세력, 진보세력으로 구분해서 지칭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극우세력은 고전학파를 추종합니다.
진보세력은 구성주의학파를 추종합니다.
뭐 다 그런건 아니지만 거칠게 구분하면 그렇다는 거죠.
아무튼 한국이 극우정권이 집권할 때, 그리고 진보정권이 집권할 때 취하는 전략이 변경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이죠.
이렇게 전략이 자주 바뀌는 것은 한국에게는 취약점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유물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전략이 변경되면서 많은 실험적 경험이 쌓이게 되고 점점 전략은 성숙되어 갑니다.
3. 극우세력의 고전학파
한국의 극우세력의 고전학파 전략가들의 문제점은, 고전학파가 가진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즉 하드파워와 지정학에만 모든 전략적 사고가 갇혀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일본 관련 외교전략도 매우 단순한 종속적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되고요.
그 이외의 전략이 제안되면 "이단"으로 취급되어 빨갱이 소리를 듣게 됩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하드파워와 지정학은 매우 중요한 파라미터이기 때문에, 이것을 중시하는 것은 한국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게 해 줌으로써, 한국의 국력 한계를 초월하는 외교적 모험에 제동을 걸어줍니다. 즉 한국이 "패배할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방지해 주죠. 그 전에 미리 강대국에 "종속"을 해서 안보를 보장받기 때문에요.
냉전시대에는 이러한 고전학파의 전략이 잘 먹혔다고 대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었고, 피아구분이 확실했으니까요.
또한 적대국과는 교역 자체가 없었으므로, 소프트파워의 비중이 매우 낮은 시대였습니다.
4. 대외환경의 변화
그런데 문제는 현재가 21세기라는 점입니다.
냉전은 끝난지 아주 오래 되었고, 적대국가라는 존재도 모호합니다.
왜냐면 전략적으로 잠재적인 적국이라 할지라도, 매우 강한 소프트파워의 연결이 복잡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대규모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전략적으로는 중국과는 대립관계입니다.
일본과는 전략적으로 협력관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적대관계입니다.
미국과는 전략적으로 동맹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대립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튼 엄청나게 복잡한 거죠.
이 시스템은 고적학파 모델로는 해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훨씬 더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구성주의 모델이 그 대안의 하나이긴 한데, 여전히 많은 결함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 정답은 없는거죠.)
5. 미국의 전략가들
이 와중에, 미국의 전략가들은 어느쪽 성향일까요.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고전학파를 철저하게 추종하다고 생각됩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중동,남미 등 각 지역에서 미국이 해 왔던 일들을 보면 바보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역사적인 맥락, 문화적인 특성, 종교적인 특수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오로지 군사력이나 정치공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대부분 실패합니다. 실패하면서도 원인이 뭔지 파악조차 하려 하지 않습니다. 고전학파적 사고방식으로 굳어져 있어서 그러합니다. 다른 소프트파워적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을 못하는거죠.
(물론 미국에서도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전략가도 있긴 하겠지만, 실무적 권한이 거의 없죠.)
최근에 베네수엘라에 마두로 좌파정권을 없애기 위해 친미주의자들로 이루어진 대항세력을 내세워 쿠데타를 사주했다가 실패한 케이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두로 정권도 문제가 많지만, 그걸 뒤집기 위해 괴뢰정권을 세우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 자체가 "실패하도록 계획된 작전"이나 마찬가지죠. 베네수엘라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친미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라는 걸 모르는 겁니다. 베네수엘라 상황은 꼴통으로 유명한 볼턴이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볼턴 같은 인물이 전형적인 고전학파 맹신자라고 할 수 있겠죠.
6.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도 철저하게 고전학파 모델을 적용해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부분적으로 약간의 다른 요인들이 반영은 되어 있지만요)
이 전략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전략의 초석"으로 지위가 부여되어 있고, 한국은 "한반도 지역의 핵심"으로 지위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이 한국보다 더 상위 지위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상반되게 이해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이 일본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 (일본이 원함)
(2)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되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 (한국이 원하지 않음)
(2)번의 이유는,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교역을 확대하면서 그 나라들에 대놓고 적대행위를 하기가 곤란한 이유가 있고, 또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데 더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죠.
7. 일본의 변화
그런데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일본이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극우화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고요.
또한 한국의 발전이 일본의 맹주 역할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여, 한국을 견제하기 시작한지가 좀 되었습니다.
8. 한국의 변화
한국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일본의 변화"를 방관 조장해 버렸습니다.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중으로 봅니다.
즉 "일본에 대한 견제"가 필요해 졌습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법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 가운데로 한국이 뛰어들어가는 것이죠.
그것이 현 정부의 "결심"인 것 같아요.
한국의 국방중기계획에서, "경항공모함", "한국형 아스널쉽", "첩보위성 확보" 같은 자원을 선택한 이유가 그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략의 요체는 다음과 같이 생각됩니다.
(1)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일본의 함대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도록 담당시키려고 있었는데, 여기에 한국이 추가되어 일본과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바꾼다. 즉 기존에는 일본이 지분 100%의 "지역맹주" 역할이었는데, 여기에 한국이 뛰어들어 일본 70%, 한국 30% 정도로 맞춰서 맹주 역할을 나누도록 전략 수정을 한다.
(2) 북한과의 영구적인 평화 상태를 만들고,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산업적 중요도를 낮춘다.
(3) (1)(2) 조치를 통해 일본이 헌법개정을 해서 군사대국화할 명분을 제거해 버린다.
이 전략을 쓰면, 다음과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 일본이 한국을 공격할 빌미가 사라진다.
(2) 일본과 군비경쟁/군사충돌을 하지 않고,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막을 수 있다.
(3) 기존과 달리,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다만, 한가지 부작용은...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중국/러시아와는 군사적으로 대립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현재는 군사적으로 매우 강경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산업적으로 이미 탈중국 프로세스를 시작해서, 점차 중국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고,
중국의 군사력 성장은 경제발전 한계로 인해 이제 한 풀 꺾일 것입니다.
때문에 해 볼 만 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한국의 현정권 이전의 극우정권 하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전략을 구상할 상상력을 가진 전략가가 없었죠.
오로지 종속전략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구시대 고전학파 추종자들만 있었을 뿐입니다. (김관진, 김태영 등)
그들은 심지어 부패하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현 정부의 전략가들은 훨씬 유능하다고 평가합니다. (김현종 등)
더 복잡한 방정식을 구성해내어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9. 결론
한국은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여, 미국의 전략수정까지 도출해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수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본과는 다른 수단을 씁니다.
일본은 미국의 싱크탱크에 대한 로비와 뇌물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했죠.
반면 한국은 명분을 통한 여론전에 강합니다.
아울러, 한국이 자신의 전략을 수정함으로써, 이것이 미국의 전략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계속 안정적으로 변경된 전략을 유지해야 합니다.
즉 정권이 바뀌면 안됩니다. 최소 10~15년 정도는 유지가 되어야 합니다.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 한국의 유권자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진보정권을 지지하되, 부패하지 않도록 계속 단련시켜주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은 한국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권을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