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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5 18:54
[한국사] 중국보다 후기 조선에서 화기 관련 운용법이 발달했던 이유 고찰(펌)
 글쓴이 : 고이왕
조회 : 1,544  

 


아주 오래간 만에 조선 후기 군제사 글을 발제합니다.


사실 화약이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면 많은 분들은 그 시초를 중국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이건 사실이기도 하고요. 화약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화약을 활용한 총기의 등장 이후 이를 가장 많이 발전하여 그에 걸맞는 진영과 전술을 내놓은 것은 후발주자였던 조선과 일본이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Kenneth Chase 교수의 'Firearms : A Global History to 1700' 을 보면 후발 주자였던 조선과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화약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을 밀어내고 화기 개발과 그에 걸맞는 전술 등장을 이룩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말했듯이, 명과 청은 화약 병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소극적이었고, 심지어 청의 경우는 화약 무기 개발을 아예 그만두거나 혹은 필요하면 조선으로부터 조선제 조총, 혹은 일본제 조총을 대신 수입하여 사용하는 식으로 운용을 했었습니다.


Kenneth Chase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화약 무기의 초기 발전단계에서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오랫동안 전장을 지배해왔던 기병의 위협이고 두 번째는 보병의 위협입니다. 


국가가 적 기병에 대한 위협이 클 경우, 초기 단계의 화기로 무장한 보병은 적 기병의 기동성을 상쇄할 만한 수단이 없으므로 전투에서 매우 불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기병의 위협이 심각한 곳에서는 기병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기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경우 화기의 개발은 밀려나게 되고, 반대로 보병의 위협이 크다면 기병보다는 화기 개발 순위가 앞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는 조선이 그랬고, 명이 그랬죠. 둘 다 기병에 대한 위협이 더욱 컸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경우 세종-문종 조 이후로 화기의 개발이 답보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적 기병에 대한 위협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선의 주적은 기병을 위시한 여진족과 보병을 위시한 왜구였는데 왜구들의 경우 태종-세종 대에 있었던 대규모 정벌을 통하여 한동안 잠잠했기 때문에 주로 상대하던 적은 북방을 어지럽히던 여진족 기병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기병을 상대하려면 가장 좋은 카운터는 똑같은 기병이었고, 조선은 기병대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세조 대에 3,000명 규모로 존재했던 화통군 편제가 삭제되고 화기 개발 자체가 멈추게 되는 이유가 되죠.


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은 오이라트-타타르, 몽골, 여진 등 기병을 중심으로 한 북방 민족들과 대결을 해야만 했으며 Kenneth Chase 교수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화기, 특히 1300~1400년대의 조잡한 수준의 화약 병기는 단독으로 명 왕조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화약 병기가 기병과 싸우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중국에서 화기의 발달이 별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이는 화기가 명 왕조가 가졌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실제로 명의 주력 군대는 기병에 치중되어 있는 모습을 보였으며, 임진왜란 당시 파병한 병종 구성을 보면 기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 54,500여 명의 원정군 중 82%가 기병이었을 지경이니까요.


화기가 답이 아니라면 같은 기병으로 상대하는 것이 훨씬 값싸고, 무엇보다도 인명피해를 줄이고 승리를 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선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병 중심의 편제가 이루어졌고 전 군의 30% 가량을 차지하면서 10%대에 불과했던 화기수들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어쨌듯 위의 조건에 따라서 Kenneth Chase 교수는 다음의 4가지 조건을 다시 제안합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병과 보병의 위협을 모두 받는 국가

2. 기병의 위협은 크지만 보병의 위협은 적은 국가

3. 기병의 위협은 적지만 보병의 위협이 큰 국가

4. 전쟁의 위협이 없는 국가


여기서 명은 2번에 해당되는 조건이었죠. 후기 조선이 1번에 해당되었고, 4번의 경우 에도 막부 시기 일본에 해당되는 조건입니다. 1번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화기 개발이 중간 정도로 일어나며, 2번의 경우는 화기 개발이 매우 느리게 일어나고, 3번의 경우가 화기 개발이 가장 빠르게 진행됩니다. 서유럽 전열보병의 등장이 저 3번에 해당되는 것이죠.


4번은 이렇다 할 발전이 없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중국이 조선보다 화기 관련 운용법이라던지, 혹은 제작법이 딸리기 시작한 것은 기병을 맞상대해야하는 해당 국가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의 경우는 명종 이후로 폭발적인 화기 개발/개량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유는 위협이 북방 뿐만 아니라 남방에서도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위협은 왜구들로 대표되는 대규모 보병 집단의 침입이었고, 기존의 북방의 위협을 대처하던 식으로 대처하기에는 좀 문제가 많았을 겁니다.


이에 따라 명종 대에 화기와 함대가 대대적으로 개량/개발되고 일선에 배치되면서 임진왜란 당시 초전 충격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다시 균형을 맞추고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입니다.


이후로 조선은 청의 침공을 받으며 기병과의 대결도 상정해야하는, 즉 1번에 해당하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명이나 청처럼 기병에 맞서기 위해서 똑같이 기병으로 카운터를 치는 방법이 조선에게는 매우 버거운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조선은 1번에 가까운 상황이었지만 화기 개발은 동아시아에서 굉장히 빠른 수준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17세기를 넘어서면 선형전술과 비슷한 진형이 도입되면서 상당하게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 서유럽도 선형전술과 테르시오가 격돌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춰서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죠. 물론 조선은 테르시오, 파이크 앤 샷이라고 부를 만한 진영을 갖추기 까다로웠기 때문에 선형전술과 비슷한 무언가로 넘어갔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는 전쟁의 위협이 줄어들면서 군사력과 전쟁 수행 능력이 크게 약화되기 시작했고, 청의 경우는 화약 장비에 대한 메리트가 사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운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조선에서는 보병과 기병이 강한 청과 일본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화기에 치중되었던 모습을 보여줬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P.S. 뭐 조선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기병 만능론에 빠져 있었는데 이걸 극복하고 큰 충격을 준 것이 임진왜란이라고 사료됩니다. 임진왜란 이후 심시티를 위해서 조총 제작과 화기 개발에 미친 듯이 매달렸으니.


출처

'Firearms : A Global History to 1700', Kenneth Chase

朝 · 明 聯合軍 騎兵作戰의 展開 樣相, 徐仁漢

조선군 기병 전술의 변화와 동아시아-조선 전기를 중심으로-, 최형국

국방인문총서 6권, 김병륜

[출처] 중국보다 후기 조선에서 화기 관련 운용법이 발달했던 이유 고찰|작성자 오로라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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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정관 18-05-25 20:15
   
잘 읽었어요.
위구르 18-05-29 13:37
   
흥미로운 사실 알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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