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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26 07:14
[세계사] 600년 전 조상이 그린 지도, 미국 나사 사진과 똑같네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526  


[지도와 인간사] 강리도, 세계 최초로 남아공 오렌지강을 담다

오래 들여다보노라면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새로운 발견을 안겨주곤 합니다. 어느 날 새벽 한 줄기 섬광이 번뜩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1402년 한양에서 그려진 강리도의 남아프리카 윤곽이 나사(NASA)가 촬영한 남아프리카의 윤곽과 흡사하지 않은가!

한순간 그런 인상에 강렬하게 사로잡혔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착각일 거야. 아니, 착각이어야 해. 착각임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꾸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럴수록 착각이 아님이 드러나는 겁니다. 이제 그 내용을 공개하여 독자들의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

먼저 나사가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지도입니다. 범위는 남부 아프리카로 한정합니다.

남아프리카 나사 지도(2004) ⓒjpl.nasa.gov
이제 나사 지도의 아프리카 서해안과 강리도의 서해안을 병치하여 대조해 봅니다.
NASA지도와 강리도 ⓒ김선흥
다음은 동쪽 해안입니다.
NASA지도와 강리도 ⓒ김선흥
어떻습니까? 들고 나는 해안선의 흐름이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연일까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해안 쪽의 한 부분을 유심히 봅니다.

강리도 오렌지 강 ⓒ김선흥
대서양 쪽으로 강줄기가 나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지도에서 강의 위치, 길이와 형세가 흡사합니다. 남아공에서 제일 긴 오렌지강. 지금 우리는 그 강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것이 거기에 있습니다.

남아공의 오렌지강이 1402년에 한양에서 만들어진 지도에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의 눈을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만일 이 사실이 남아공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실제로 알려졌고 반응을 보였습니다.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남아공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고지도 전시회에서 강리도가 소개되었습니다. 다음은 2003년 전시회 사진입니다.

남아공 정치인이 알아본 강리도

오렌지 강 ⓒpmpsa.gov.za
이 여성은 당시 국회의장 진왈라(Frene Ginwala)여사입니다. 지금 강리도의 오렌지강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왈라 여사는 민주화 운동의 리더였으며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인문학자이기도 합니다. 지도에 조예와 관심이 깊은 여사는 어느 날 자기 나라를 방문한 중국 고위인사로부터 지도첩 한 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명나라 시대의 <중국고대지도집>이었습니다. 지도집을 펼쳐 든 여사는 놀랐습니다. 첫머리에 양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지도 <대명혼일도>가 나오는데 거기에 아프리카가 그려져 있는 것입니다.

명대 ⓒ김선흥
대명혼일도 ⓒ김선흥
진왈라 여사는 이 지도가 1389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더욱 놀랐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양인이 그린 아프리카 지도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선 게 아닌가. 여사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바로 민주 남아공 국민의 새로운 정체성을 위한 매체를 발견한 것입니다.

서양인이 그린 옛 아프리카 지도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침략과 착취, 식민지화와 노예의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대명혼일도는 전혀 다른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아프리카인들이 다른 세계와 평등한 관계를 맺고 교류했던 역사의 증언으로 읽혔던 것입니다. 과거의 족쇄를 벗고 새로운 정체성을 탐색하고 있던 여사는 지도에서 길을 찾은 것입니다.

남아공 국회 천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도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이 그렇습니다. 전시회에 대명혼일도를 소개하기 위하여 진왈라 여사는 중국 측과 외교적 교섭을 통해 복제품을 입수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때 여사가 강리도를 또한 찾아냈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관련 기록입니다. 

"(상세한 대명혼일도에는 오히려 나와 있지 않지만) 강리도에는 아프리카 남부 서쪽의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강까지 그려져 있다. 이는 오렌지강과 상응(correspond)한다. 대서양 쪽에 담겨있는 이러한 상세 지리 정보는 오로지 희망봉을 돌았던 사람들에게서 나왔을 수밖에 없다. (중략)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이러한 지리 지식은 정화의 항해보다도 앞선 것으로서, 강리도와 대명혼일도가 던지는 가장 큰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남아공 국회가 강리도의 소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도움 덕분이었다. 고 오부치 총리(당시 전 총리)가 강리도 사본을 국회의장에게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출처: http://archive.li/5l9rD)

현재 남아공의 사이버 박물관(www.pmpsa.gov.za)에 강리도의 두 판본과 대명혼일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강리도를 통해 남아공에 문화 친선 외교를 할 생각을 안 하는가(강리도 모사본이 서울대 규장각에 있다). 왜 우리나라에는 진왈라 국회의장 같은 인문지리학적 통찰력이 있는 지도자가 없는가(독일의 메르켈도 지도 외교를 종종 벌였는데, 2014년 시진핑에게 18세기 중국지도를 선물했다). 남아공과 일본이 우리의 강리도로 문화 외교를 벌일 때 왜 우리는 눈을 감고 있었으며 지금도 눈을 감고 있는가.

이런 의문을 뒤로 하고 이 기회에 대명혼일도에 대하여 좀 살펴 보겠습니다. 이 지도는 비단 바탕에 그린 것으로서 347cmx453cm의 대형 지도입니다. 강리도(150cmx163cm)의 6.4배의 크기입니다. 중국의 제일역사당안관(第一 歷史?案館,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한편 일본 교토대는 2006년 중국측의 협조를 얻어 원본 크기의 복사본을 입수하여 연구 중이라 합니다(교토대 미야 노리코). 지도 전체에서 보이는 하얀 눈송이 같은 것은 청나라 시절에 각각의 지명에 만주어 지명을 붙여 놓은 비단 메모 쪽지입니다.

대명혼일도와 강리도가 담고 있는 세부 지리정보는 동일하지 않지만 얼른 보아도 세계상의 구도는 동일합니다. 단지 대명혼일도는 동쪽의 한반도가 강리도에 비해 엉성하고 결함이 많으며 서단의 아프리카도 왼쪽이 잘려 나간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강리도가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대명혼일도에서 인도는 강리도의 그것보다 식별이 용이하나 만리장성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의 형상과 중앙의 거대 호수 및 나일강의 모습은 두 지도가 유사합니다. 단지 대명혼일도의 아프리카 남부에서는 오렌지강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명혼일도 ⓒ김선흥
조상들은 오렌지강을 어떻게 그렸을까

오렌지강에 대하여 좀더 살펴 보겠습니다. 강리도보다 6배 이상 큰 대명혼일도에 나타나 있지 않은 오렌지강이 강리도에 그려져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뿐더러 당시 이슬람 지도는 물론 서양 지도에서도 오렌지강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서양의 기념비적인 지도인 1502년 칸티노(Cantino)지도(유네스코 등재)에도 오렌지강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남아프리카 오렌지 강 부근 ⓒwiki commons
나그네(필자)가 조사해 본 바로는 서양에서 오렌지강을 최초로 그린 지도는 '아메리카의 출생 증명서'로 불리는 1507년의 발트제뮐러 지도로 보입니다(아래 부분도의 붉은 화살표, 당시에는 '오렌지강'이라는 이름이 없었으며 이 지도에서는 Rio de magdalena라고 명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렌지 강 ⓒwiki commons
결론적으로 남아공의 오렌지강을 사상 최초로 그린 지도는 조선의 강리도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명혼일도의 제작시기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명혼일도가 등장하기 전에는 강리도가 아프리카를 최초로 제대로 그린 세계지도(당시 기준)로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누려 왔습니다. 중국 학자들의 주장처럼 대명혼일도가 1389년에 제작된 것이라면 강리도보다 13년 앞섭니다. 하지만 대명혼일도의 제작자는 미상이며 제작시기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작 연도에 대하여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측에서는 거의 이구동성으로 1389년이라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서양 학계에서는 대체로 16세기 제작설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우리 국내 학자들의 의견은 혼재되어 있는 가운데 오상학 교수(제주대)는 중국의 1389년도 제작설을 논박하고 있습니다( 오상학,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최근 담론과 지도의 재평가, <2016 국토지리학회지 제50권 1호>).

조선의 강리도와 중국의 대명혼일도. 두 지도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일은 필요할 것입니다. 연구가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이점에 매몰되다 보면 두 지도가 공유하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두 지도는 모두 몽골 세계대제국의 유산으로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열린 세계상과 경계가 없는 드넓은 시야, 두 지도의 명칭이 공유하고 있는 '혼일(혼융)'의 함의가  그것입니다.

원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 것은 중국이고 이를 융합하여 보다 완성된 세계지도를 만든 것은 조선입니다.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이제 여기 지도와 인간사에서 의도적으로 미루어 왔던 질문 하나를 마주할 때가 되었습니다.

강리도에 서양보다 훨씬 먼저 그려진 아프리카는 도대체 어떤 정보와 자료에서 나왔는가? 그 원천 정보는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 다음 호에서 탐험해 보겠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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