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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6 00:47
[한국사] <삼국지> 예(濊)전과 관련한 고찰 (펌)
 글쓴이 : 고이왕
조회 : 790  

흔히 <삼국지> 동이전의 하위 속전 중에 '동예전'이라 불리는 부분은 정확하게는 그 표제가 동예가 아닌 '예(濊)'라고만 되어있다. <삼국지>에는 '동예'라는 표현 보다는 '濊貊(예맥)'이란 표현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동예(東濊)'라는 용례가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구려전을 살펴보면 "國人有氣力, 習戰鬪, 沃沮·東濊皆屬焉.(그 나라 사람들은 힘이 세고 싸움에 능숙하여 옥저와 동예를 모두 복속시켰다.)"라는 용례가 있기는 하다.

한가지 사례를 더 찾아보면 예전 말미에 "正始六年, 樂浪太守劉茂·帶方太守弓遵以領東濊屬句麗, 興師伐之.(245년에 낙랑태수 유무와 대방태수의 궁준이 영동의 예[領東濊]가 고구려에 복속되어 있기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정벌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서 '領東濊' 부분의 '領'을 "~을 이끌다"로 해석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영동의 예'라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동옥저전과 예전은 單單大領(단단대령) 이동의 東部都尉(동부도위)와 관련된 연혁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각자의 지리·풍속에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면 내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편은 아니다. 다만 동옥저전은 현도군의 설치와 이동과 관련된 사건과 고구려와 옥저의 관계를 서술하는데 주로 할애되어 있는 반면, 예전에는 보다 고조선과 연관되는 내용이 강조되는 편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니 답은 예전 서두인 "濊南與辰韓, 北與高句麗·沃沮接, 東窮大海, 今朝鮮之東皆其地也.(예는 남쪽으로 진한과 북쪽으로 고구려·옥저와 접하고 동쪽은 큰 바다에 달하는데, 지금의 '조선' 동쪽이 모두 그 땅이다.)"라는 부분에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낙랑군 조선현을 가리킨다.

예전에는 이 대목의 '조선'을 조선현이 아니라 조선현을 중심으로 하는 단단대령 이서의 지역을 가리키는 지방의 이름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漢武帝伐滅朝鮮, 分其地爲四郡. 自是之後, 胡·漢稍別.(한무제가 조선을 정벌해 멸망시키고 그 땅을 나눠 4군을 설치했는데, 이 이후로 오랑캐와 한족들 사이에 구별이 생겼다.)"라는 부분과 "自單單大山領以西屬樂浪, 自領以東七縣, 都尉主之, 皆以濊爲民.(단단대산령 이서는 낙랑에 속하게 하고, 영동7현은 동부도위가 관할하게 했는데, 모두 예족을 백성으로 삼았다.)" 부분을 다시 살펴보니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는 듯 하다.

예전의 연혁 부분이 동옥저전에서도 언급되는 동부도위의 설치 및 폐지와 관련된 연혁 위주로 서술되어 있기에, 예전에서 지칭되는 '예'가 단단대령 이동의 '동예'에 국한되는 것으로 여기기 쉽기에 여기에서 말하는 '동예'의 범위는 함흥~안변 일대의 함경남도 지방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이 점때문에 두계대마왕은 진한을 강원도 전역으로 비정해버리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앞의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단대령 이동과 이서에 모두 '예'가 있고, 흔히 가리키는 '동예'는 앞서 살펴본 용례들을 통해 봤을 때엔 주로 "(과거 영동7현에 소속되었던)단단대령 이동의 예[領東濊]"에 한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낙랑군 호구부>에서는 남부도위부(후일의 대방군 7현 지역에 해당되는 제2구역)와 동부도위부(영동 7현에 해당되는 제4구역)를 제외하면 2개 구역이 남는데 바로 朝鮮(조선)·䛁邯(남감)·增地(증지)·黏蟬(점제)·駟望(사망)·屯有(둔유) 6현의 제1구역과 遂成(수성)·鏤方(누방)·渾彌(혼미)·浿水(패수)·呑列(탄열) 5현의 제3구역이다.

평양으로 비정되는 조선, 용강(남포)로 비정되는 점제, 황주로 비정되는 둔유, 전한(前漢) 당시의 浿水(패수)의 하구 주변에 위치했다고 전해지는 증지현이 안주 인근으로 비정되기에 남은 2현은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으로 제1구역은 서부 해안에 가까운 쪽으로 비정해볼 수 있다. 제3구역의 수성과 혼미는 위치를 추정할만한 단서가 없으나 누방·패수·탄열이 모두 강의 수원지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기에 낭림산맥 이서의 산간지역에 해당 됨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예전 서두 부분의 "今朝鮮之東皆其地也(지금의 조선 동쪽이 모두 그 땅이다.)"라는 문장은 바로 이 제3구역을 포함하여 지칭한 것이 아닐까? 부여·고구려·옥저 등과 종족적인 계통은 유사하나 계파적으로 이들과 구분되는 풍습이나 문화적 특색이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과거 고조선과 臨屯(임둔)의 영역인 관동·관서·관북 지방 일대에 거주하는 집단을 '예맥'이라고 통칭했던 것 같다.


이런 발상은 내가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다. 일전에 윤선태 선생이 위의 제3구역과 <삼국지> 예전에서 보이는 위의 대목들을 기반으로 해서 제3구역은 '영서의 예'로 두는 해석을 한 적이 있다.(2010, 「한사군의 역사지리적 변천과 '낙랑군 초원 4년 현별 호구부'」, 『낙랑군 호구부 연구』, 서울;동북아역사재단.) 그 당시에는 이들의 정체를 옛 임둔군의 잔현(殘縣)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그다지 주목을 했던 부분이 아니었으나, 좀 더 살펴볼 여지가 있는 듯 하다. 물론 이 제3구역을 임둔군의 잔현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런식의 해석대로라면 낙랑군 25현 중 낙랑군 본래의 현은 6현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문장 중에 "自是之後, 胡·漢稍別.(4군 설치 이후로 오랑캐와 한족들 사이에 구별이 생겼다.)"라는 부분이 이 문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는 것이 아닐가 한다. 서해안에 인접해있는 제1·2구역은 한족계통의 이민자들의 후예들이 거주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물론 예맥계통 토착인의 비율이 적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들이 낙랑군의 통치에 적극 협조하는 대가로 지역 유력자의 지위를 차지하는 상황이었다면, 좀 더 내륙에 위치한 제3·4구역은 그러한 이민 세력이 거의 거주하지 않고 토착 군장사회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었기에 지역적으로 제1·2구역과는 명확히 구분되었고, 통치 방식 또한 달리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今朝鮮之東皆其地也(지금의 조선 동쪽이 모두 그 땅이다.)"라는 문장은 이러한 지역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출처] <삼국지> 예(濊)전과 관련한 고찰 작성자 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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