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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3 10:51
[한국사] 당 현종 시기의 고구려 유민 왕모중(王毛仲)
 글쓴이 : 고이왕
조회 : 847  

https://www.nahf.or.kr/webzine/view.do?cid=58367

중국 당대(唐代)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의 시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 천자의 마굿간에서 기르는 준마를 그린 그림을 노래한 시)’노비 두목 대노(大奴)로 하여금 천자의 말을 기르게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대노는 당인(唐人) 정처해(鄭處海)의 문집 명황잡록(明皇雜錄)에 기록된 고구려 유민인 왕모중(王毛仲)을 가리킨다. 당 현종 시기의 여러 종류의 글을 모은 책에 왕모중이 교만 방자하여 황제의 총애를 잃어버리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수록된 것을 보아 당나라 사람의 눈에 비춰진 왕모중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당 현종 시기의 고구려 유민 왕모중(王毛仲)파란만장했던 왕모중의 일생

요행스럽게도 당나라 왕조의 정사(正史) 구당서(舊唐書)106 열전 제56에 왕모중 열전이 수록돼 있다. 왕모중은 고구려가 당에 멸망당한 뒤 왕족이나 지배층이 강제 이주될 때 관노가 된 왕구루(王求婁)의 아들이다. 당 현종 이융기가 황제가 되기 전 좌우에서 노비로 수행하였는데, 고구려인답게 말을 잘 타고 무예가 출중한데다 총명하여 이융기의 의도를 잘 파악하였다. 당 제국 최고의 태평성세인 개원(開元)의 치()’를 이룬 공신 중 그가 고구려 유민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왕모중은 양마(養馬) 사업에 뛰어났는데, 그는 공무를 소중히 여기고 정직하였으며, 공신 가운데에서도 위엄과 명망이 높았으며 세력도 컸다고 한다. 현종은 왕모중을 총애하였으며, 그에게 내리는 하사품도 특별히 두터웠다고 한다.

최근 국내학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까지 장안성 내 고구려 유민과 후손이 보유했던 사저는 모두 출입이 편리하고 지가가 높은 곳이었다고 한다. 성안 최고의 고급 저택가는 대명궁의 바로 남쪽, 궁성과 황성의 동쪽에 해당하는데 그중 흥녕방(興寧坊)이라는 곳에 왕모중의 사저가 있었다. 흥녕방의 북쪽은 현종의 아들 16명이 나누어 거주하였고 남쪽은 현종의 형제들 저택이 있었는데, 고구려 유민들의 사저앞뒤로 친왕들의 거주지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구당서왕모중 열전에서 그가 국공(國公)의 작위와 장안의 저택과 식읍 500호를 받았는데, 황족을 제외하면 진압에 공을 세운 인물 중 최고의 포상이었다는 내용과 부합하는 것이다.

왕모중은 현종으로부터 이러한 호화저택을 하사 받았음에도 병마양성을 위해 변방의 처소에서 사병과 함께 생활했으며,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게다가 경영능력도 뛰어나 현종의 신임이 한층 두터웠는데, 새로운 관리방법으로 24만 마리이던 병마의 수를 43만 마리로 늘렸고. 죽은 짐승도 버리지 않고 가죽을 팔아 비단 8만 필을 구입했다. 현종은 위후(韋后)를 주살하던 때부터 만기부대(萬騎部隊. 당대 정예 기마부대)를 의지했을 만큼 말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태평공주 집단을 주멸할 때도 현종은 왕모중으로 황실의 말과 병사 300인을 취하게 하여태평의 붕당에게 신속히 공격을 가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비참했던 최후와 편파적인 역사적 평가

왕모중은 갈수록 득의양양하였고, 급기야 현종이 총애하는 환관 고력사(高力士)와의 대립이 깊어졌다. 그러자 환관들은 늘 현종의 면전에서 왕모중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개원 18(730), 왕모중은 당의 군사력 전체를 총괄하는 요직인 병부상서(兵部尙書)의 자리까지 요구하였으나 왕모중이 반란을 노리고 북부에서 무기를 모으고 있다고 보고받은 현종은 이미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왕모중에게 홀대 받아온 환관들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왕모중은 태원군기감(太原軍器監)에게 무기를 내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왕모중이 모반을 일으킬까 염려한 현종은 그를 양주자사(瀼州刺史)로 추방시키고, 네 명의 아들은 모두 먼 지방 주의 참군(參軍)으로 추방시켰다. 결국 왕모중은 호남성 남부인 영주(永州)에서 교살을 당하였다.

왕모중의 일생을 살펴보면 고구려 유민 노비의 신분에서 당현종의 황위를 보좌하는 최고 무관에 이르기까지 실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앞서 두보의 시에 왕모중의 양마 공적은 열외되어 있고, 구당서의 왕모중은 당 현종 시기 최고의 간신들 이림보(李林甫), 양국충(楊國忠)과 같이 열거(혹은 병렬)되고 있다. 구당서의 편찬자와 저자, 감수자가 모두 한족 문인이라서 그랬을까. 특히 왕모중을 아첨을 잘해 황제의 총애를 얻었던 간신들과 같은 부류로 평가하고 있는데,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감출 수 없다. 어쩌면 왕모중이 그의 역할에 비해 과소평가된 것은 그가 고구려인이라는 출신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구려 유민에게 황제 외 최측근이라는 지위와 명예, 부를 허락해 준 당대의 개방성이 당으로 하여금 최고의 전성기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게 하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국인들을 배척하지 않고 당의 발전에 기여하게 했지만 왕모중과 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례, 고선지와 같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례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왕모중은 동북공정 이후 국내 학계에서 더욱 조명 받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미·중 지도자의 역사인식 보도와 관련해 중국 측 칼럼에서 당이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고구려 유민을 중국 내지로 이주시킨 사례를 근거로 한국이 중국의 일부분이었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다고 한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왕모중의 경우처럼 당대의 실록과 사료를 근거로 편찬한 구당서에서 왕모중은 본래 고구려인(중국 사서에서 고구려를 고려로 표기하기도 했음)이라고 기록한 것을 볼 때, 고구려 멸망 후에도 당대인들에게 왕모중의 고구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시금 당대 고구려 유민에 대한 다양한 사료와 사례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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