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이전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사회’이다. 그리고 국가 출현 이후의 첫 번째 사회를 ‘고대시대’ 그 다음의 사회단계를 ‘중세시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시대구분법은 일반적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이 중심이 되는데, 즉 고대시대는 노예제사회로 중세시대는 봉건제사회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역사학도 서양학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대구분법을 보편적으로 따르고 있다.
문제는 동아시아는 서구사회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점에 있다. 첫째로 동아시아의 고대사회는 서구사회와 같은 노예제사회가 아닌데다가 둘째로 서구에서는 고대국가 출현 이후 주민의 거주형태가 혈연조직에서 지역유대로 바뀌는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고대국가 출현 이후에도 씨족-혈연조직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애초에, 서양의 고대사회에는 노예가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였지만, 동아시아의 고대사회에서는 주된 생산담당자가 일반 농민 신분이었다. 다라서 서구사회의 시대구분법을 동아시아 역사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역사는 어떻게 시대를 구분해야 하는가? 앞서 말했듯, ‘고대시대’는 근본적으로 국가 출현 이후의 첫 번째 사회를 의미하며, ‘중세시대’는 그 이후의 사회단계를 뜻한다. 즉, 우리 역사에서의 첫 번째 국가 이후의 시대는 ‘고대시대’가 되는 것이고 그 뒤를 이은 사회단계는 ‘중세시대’가 될 것이다.
한국 역사의 첫 번째 국가는 고조선이다. 그렇다면 고조선 출현 이후의 시대는 ‘고대시대’가 되는 게 타당하다. 그리고 고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주요한 사회적 특성들은 삼국시대에 크게 변했으므로, 삼국시대는 중세시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