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같은 위대한 과업을 이룩하는 데에 미국민들은 모름지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흔히 말하는 동정 이상의 깊은 우애를 가지고 이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 만약 이 지구상에서 미국민의 적극적이고도 참다운 도움을 받을 만한 민족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곧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과 국교를 맺은 최초의 서방 국가이며 그 자리에서 체결된 조약에서 미국은 한국의 안전과 이익을 존중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미국은 야수와 같은 폭력에 대항하여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공정한 거래'의 편에 서서 공공연히 싸웠으며, 한국은 자신의 독립이 유린될 때에는 이를 막아 줄 수 있는 국가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에게 구원할 권리를 갖는다는 말을,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의 외교관들과 민간인들은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나 한국민에게 환난이 닥쳐오고 그토록 되풀이하던 공언이 순수한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맑은 우의가 절실하게 필요하게된 무렵에 미국은 그토록 약삭빠르게, 그토록 차갑게, 그토록 심한 멸시의 눈초리로 한국민의 가슴을 할퀴어 놓음으로써 한국에 살고 있는 점잖은 미국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기울어 가는 조국을 건질 길이 없게 되자 충성심이 강하고 지적이며 애국적인 한국인들이 하나씩 하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안에 한국 주차 미국 공사 모건(E.V.Morgan)은 이 흉행의 장본인들에게 샴페인을 따르면서 축배를 들고 있었다. 다른 어느 동양 민족에서도 맛보지 못한 정중함과 배려로써 미국 시민을 아껴 준 한 제국이 쓰러져 가면서 단말마적인 괴로움을 삼키는 모습을 보고도 그토록 무심한채로......
우리 미국 시민들은 이제까지 미국이 주창하던 여러 가지 원칙에 배치되는 그러한 행동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민에게 납득시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그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 길은 다름이 아니라 한국민이 하나의 민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토록 흔하게 쏟아져 나온 한국을 비방하는 성명들이 일식적으로나마 숨낳은 미국인들의 선의를 무시한, 진의가 아닌 것이었음을 한국인들이 알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좃너 사람들은 이미 여러 해 전에 벌써 관심을 쏟아야 했던 이 교육만이 이제 최후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무지에서 깨어나자고 외치고 있다."
대한제국멸망사(The Passing of Korea), Homer B. 헐버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