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장관 후보자 역사관]재야사학계 “식민사관” 역사학계 “사이비 역사학”
기사입력 2017-06-12 22:22
ㆍ1970년대부터 계속된 갈등
고대사는 논쟁적인 분야다. 역사학계와 재야사학계 사이의 논란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1974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국정 국사교과서를 배포하자 재야사학 단체인 한국고대사학회는 그해 7월 국정 국사교과서가 단군을 신화로 규정해 일제 식민사관을 답습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역사학계는 11월 재야사학계의 주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논란은 1980년대에도 이어졌다. 1981년 국회 문공위원회는 재야사학계의 청원을 받아들여 국사교과서 공청회를 열었다. 재야사학계는 공청회에서 단군은 역사적 실존 인물이며, 낙랑군은 베이징 지역에 있었고, 백제가 3~7세기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중국 동해안을 통치했다고 주장했다. 역사학계는 교과서 내용은 사실에 충실한 것이며 재야사학계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최근 역사학계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역사 인식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것은 2014년 이후 새롭게 전개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14년 3월 출범한 식민사학해체국민운동본부는 하버드대 한국 고대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간된 영문 책자가 식민사관을 따르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008년부터 진행하던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도 같은 이유로 재야사학계의 비판을 받았다. 두 사업 모두 현재 중단된 상태다. 역사학계는 재야사학계가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학계를 식민사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재야사학계는 역사학계가 학문적 토론 없이 자신들을 ‘사이비 역사학’으로 규정하면서 소통 가능성을 닫아놓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덕일 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소장은 저서를 통해 김 교수의 저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역사학계는 김 교수의 책은 오히려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한 책이라며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은 반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 소장의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합리성이나 서술방식의 공정성 등과 관련해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비판은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경쟁 영역에서 다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