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역사학에 있어 정통과 유사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나요? 기득권을 갖춘 쪽의 주장이 정통이고 여기에 반발하는 쪽이 유사라는 얘기와 무슨 차이가 있나요? 사실에 기반하고, 검증하는 방법론이 보다 타당하기에 정통이라고 한다면 그건 참 어설픈 논리입니다.
역사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고요?그리고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야만 한다고요? 그럼 고고학과 역사학의 차이는 무엇인지? 역사학은 고고학이나 문헌학을 기초로 세워질 수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요. 역사학은 역사를 다루는 것이고, 역사는 현재를 통하여 과거를 해석하거나, 현재의 관점을 과거에 투영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목적이 없다면 그런 것을 학문으로서도 의미가 없지요. 역사가 무슨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학자들의 지적만족을 위한 학문이라면 몰라도...
정통이나 유사니 하는 얘기를 하면서 자기만 옳고 자기가 내세운 증거만 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입니다. 학문적인 듯 주장하면서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학문에서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주장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학문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역사학이란 것도 역사를 통하여 확인코자 하는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 학위를 인정받는데 요구되는 조사방법론에 의해 정리된 논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역사에 있어 사실에 의거한 검증은 제한적이지요. 미래에 새로운 것에 의해 반증되기 전까지 과거의 검증은 유효한 것인데, 미래의 새로운 논리까지 배척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지요. 역사학에 대한 논쟁에서 그런 것이 너무 횡횡하는 듯
그리고 역사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실증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학문과도 상관없지요...랑케가 뭔가 하는 그 사람은 프러시아의 어용학자였을 뿐이고, 그 역시 실증을 가장하여 사실을 선택적으로 논증하는 방식을 썼을 뿐이지요...학문적 깊이가 없어 방법론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를 무슨 과학에 기반한 것처럼 받아들이는데...참 멍청하지요.
역사를 과학적인 학문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 구조에서 얘기되는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 즉, 새로운 과학에 의해 기존 과학에 따른 패러다임이 부정되고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셔야 할 듯...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과학도 아니고 그냥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어쨌든 역사학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인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문적 관점에서 현재를 통하여 과거를 보는 것이고 공동체의 이념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일 수 있습니다.
학문에 있어 어떻게 수단이나 방법을 목적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단지 어떤 수단과 방법이 익숙하고 그럴 듯 하다고 해서 이를 기반으로 주장되는 것만이 옳고, 철학적 사유나 정치적 관점처럼 골치 아픈 목적하에 주장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우스운 것이지요.
겨우 학부까지의 교육용 교재 수준의 내용을 가르키는 강단사학의 주장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아무리 잘 정리된 학문적 주장도 그냥 주장이지 그것이 진리는 아니지요. 진리인 듯 주장하려면 좀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진리론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지요. 하나가 대응설...플라톤의 이데아 처럼 진리는 절대적으로 존재하고 이의 그림자가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그런 관점이고...다른 하나가 일종의 모자이크 설이지요...직소 퍼즐처럼 여러 조각들이 맞물려서 하나의 형상이 그려질 수 있을 때 진리라는 것으로 현대적인 진리 개념이지요...
정통 역사학이든 유사 역사학이든...그 주장이 인정되려면 진리론 관점에서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방법론을 따라 증명되었다고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다소 황당한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공동체가 지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의의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지요...그걸 낮은 수준의 방법론으로 부정하는 것이야 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그런 것(wag the dog)이지요.
역사학은 객관적일 수 있는지는 몰라도 역사 자체는 그런게 아닙니다. 역사랑 역사학은 구분해야 합니다. 역사학은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학문적 범위 내에서 목 소리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역사에 대한 해석까지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학문 영역 밖에 존재하지요...인문학적으로나 또는 정치적으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지지할 때 역사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 공동체의 역사가 있을 수 없지요. 그런데 공동체의 가치를 부정하고 학문적 방법론으로 역사를 얘기한다? 그렇다면 그건 도대체 무엇을 위한 학문인가요?
역사학의 의의는 낮은 수준의 방법이 아니고 높은 수준의 목적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목적이 배제된 맹신을 주장하면 안되지요...그건 강단사학이나 유사역사학이라고 불리우는 두 쪽 다 공히 적용되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