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다.
출처 : http://onzzz.tistory.com/106
많은 사람들이 시민의식과 단순한 준법정신, 질서의식 등을 혼용 하고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 줄을 잘 서는 문화라든가 깨끗한 거리를 보고 시민의식이 투철하다며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하고, 싱가포르의 깨끗한 거리와 완벽에 가까운 도시미관을 보고도 역시 선진국 시민의식답다며 감탄을 한다. 하지만 시민의식은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것이 시민의식이라면 북한의 평양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단연 세계최고의 시민의식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누가 평양시민들이 시민의식이 투철하다고 하는가?
시민의식이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활태도, 마음자세인데 시민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봉건제도’를 타파하여 시민사회를 성립시켰냐가 관건이다. 세계 3대 시민혁명이 있다.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 대혁명이다.
(사실 이 시민혁명도 서양역사학자들의 입맛에 맞게 맞춰진 부분도 있다 생각한다.)
시민의식이란 시민혁명의 의식을 말하는 거라 볼 수 있다. 즉, 프랑스 대혁명 때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왕정을 무너뜨린 그런 의식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던 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 더 확장되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갖고 행동하며 전근대적 미망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킨다’ 라는 것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외에, 각자 자유와 평등을 향위하는 자세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의식을 뜻한다. 즉, 시민의식이란 어디 버스정류장에서 줄 잘 서기, 길바닥에서 쓰레기 버리지 않기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자주 거론되는 말이 국민성이다. 한국인의 국민성을 수준이 낮다 라든가, 일본의 국민성이 어떻다 하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국민성은 그 자체로 개성적인 것이다.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느 나라 국민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 낮다 하는 게 아니라, 국민성은 그 자체로 해당 국가의 성격이다. 다만, 이 국민성과는 별개로 시민의식이나 질서의식, 준법정신 등으로 인해 장단점이 두드러 지기는 한다.
질서의식과 준법정신은 사람들 개개인의 자율성에 의해 보장되기도 하고 강력한 법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싱가포르가 그토록 깨끗한 이유는 강력한 법규에 있다. 무단횡단, 침뱉기, 껌팔거나 씹기, 공공장소 흡연, 공공장소 쓰레기버리기 등 기본적으로 어마한 벌금이 부과된다. 무단횡단은 1회 적발시 1천달러의 벌금, 2회 적발시 2천달러에 6개월 징역이다. 이러니 질서정연할 수 밖에 없다. 침을 뱉으면 우리 나라 돈으로 약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외에 밤에 야외에서 음주하기(우리나라에선 여름에 밤늦게 편의점 앞, 시민공원, 해변 등에서 술을 먹는 모습)을 하면 역시 벌금, 화장실에서 물을 안 내려도 벌금 죄다 벌금이다. 과연 이들 스스로 준법정신이 투철한 것인지 법에 의한 규제가 강력해서 그런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일본은 싱가포르에 비해 교육과 시민들 스스로의 준법정신이 강한 국가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암묵적 규칙’ 이라는 사회 법규가 있다.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은 ‘집단의식’ 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가이다. 한국이 공동체문화, 집단의식이 강한 반면 일본은 개인주의와 개성이 더 강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일본의 개인주의는 서양에서의 개인주의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소위 ‘개체주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보통의 개인주의는 개인이 사회에 우선한다. (개인 > 사회) 의 모습이다. 하지만 일본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자세를 규정한다. 이로 인해 일본인 그 과거부터 현재까지 뚜렷할만한 민란이나 시민운동을 한 역사가 거의 없다. 왜냐면 개개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과 자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일본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행해야 하는 암묵적인 사회의 룰이 매우 강한 사회이다.
이런 사회적인 특징과 높은 교육 등의 효과로 만들어진 준법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메이와꾸’ 라고 하여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라는 것을 꾸준히 교육받으며 이것이 일본사회의 굉장한 미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민주주의를 가진 사회라고 자부할만 하다. 광복 이후를 현대사의 시작으로 보는데, 이승만 대통령의 불법선거에 항거하여 발생한 419혁명, 전두환 군부정권의 집권에 저항한 518광주민주화 운동, 전두환의 독재에 저항한 6월민주항쟁이 현대 한국사의 대표적인 시민혁명이다. 그리고 얼마전 발생한 촛불집회도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부패정권을 끌어내린 시민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민혁명은 ‘시민의식’ 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이 굉장히 우수하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의식은 국민성과도 관련이 깊다. 현대의 시민혁명 외에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도 비슷한 시민들의 항거가 많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3.1운동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민족시민혁명운동이다. 사실 미국의 독립혁명도, 영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한 미국시민들의 혁명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3.1 운동과 맥락이 비슷하다.
또 일제 강점기에 ‘광주학생항일운동’ 도 있다. 마찬가지로 일제에 항거한 시민운동이다. 더 이전에는 동학농민운동이 있다. 외세침략과 부패정권에 항거한 시민운동이라 볼 수 있다. 그 이전에 임술농민봉기도 세도가문의 조세부패 등으로 백성들이 항거한 운동이다.
이처럼 우리역사에는 괄목할만한 큼직한 시민들의 집단 행동이 꾸준히 있어왔고 이것이 현대의 시민의식과 맥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 조선시대에는 시민주인의식이라든지 근대적 개념의 의식은 부족했을지라도 어쨌든 백성들이 집단적으로 기득권에게 저항했다는 행동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였던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불의에 항거한 시민들의 운동이 거의 없다 시피 하다. 현대사에 들어, 일본의 1960년대 도쿄안보투쟁이 있는데 당시 집회인원이 약30만 명이었다. 그 규모도 당시 일본의 인구에 비해서 크지 않거니와 그 이후 뚜렷할만한 시민운동이 없었다.
중국은 공산국가이니 뭐라 언급할 수가 없다. 현대사에선 천안문사태가 그나마 큼직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예전부터 이민족들의 침략으로 혼합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남북국,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조의 성씨와 세력은 바뀌었으나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한족과 북방유목민족간의 다툼이 많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청나라도 만주족의 국가였으며 원나라도 몽골인이 지배층이었던 나라였다.
시민의식을 이야기하다가 다른 쪽으로 내용이 흐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시민의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줄서기를 잘하고 거리가 깨끗해서 시민의식이 투철한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북한도 시민의식이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