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환빠라는말이 나올거임 나도 최순실 기사보다가 우연히 보게된글임
에스파냐어를 전공한 배재대학교 교수 손성태는 《우리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책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이 우리 민족이며 멕시코의 아스테카 제국을 건설한 주체도 한민족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책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쓴 글 〈멕이코에 나타난 우리민족의 언어: 나와들어의 생활용어를 중심으로〉와 관련 신문 기사, 블로그 글 등에 실린 아스테카 제국의 언어인 고전 나와틀어 속에서 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그의 주장은 다양한 각도에서 반박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언어에 관련된 주장에 초점을 맞춘다.
고전 나와틀어는 고유 문자로도 기록되었으며 아스테카 제국을 정복한 에스파냐인들에 의해 문법과 사전도 기록되었고 오늘날에도 백만 명 이상이 고전 나와틀어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언어를 모어로 쓰기 때문에 아메리카의 언어 가운데 매우 잘 알려진 축에 속하나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언어에 관련된 손성태의 주장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 것이다.
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에스파냐어 Náhuatl은 '나우아틀'로 써야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나우아틀어'로 쓰지만 본 글에서는 모두 나와틀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면서 언어명도 '나와틀어'로 적는다.
'멕이코'는 '멕이족의 곳'?손성태는 '멕시코'를 '멕이코'로 쓴 이유를 "멕시코인들은 모두 그들이 '멕이족'이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인하여 항상 '멕이코'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말 그럴까? 에스파냐어로 멕시코는 México [ˈme.xi.ko] '메히코'라고 한다. 여기서 '히'의 자음은 [h]가 아닌 연구개 마찰음 [x]이므로 얼핏 '멕이코'랑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대신 방언에 따라 [χ], [h]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México의 어원은 고전 나와틀어의 Mēxihco [meː.ˈʃiʔ.ko]'메시코'이다. 즉 철자 x는 원래 [x]가 아니라 영어의 sh처럼 [ʃ]를 나타내는 음이였다.중세 에스파냐어에서 철자 x는 [ʃ]를 나타냈다. 오늘날에도 이웃한 포르투갈어와 카탈루냐어, 바스크어에서는 x가 [ʃ]를 나타내는 음으로 쓰인다. 그런데 에스파냐어에서는 대략 16세기 중기부터 [ʃ]가 [x] 또는 [ç]로 발음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하층민의 발음으로 간주되었으나 17세기 초부터 대부분의 문법서적에서 이 발음을 언급하며 17세기 중엽에는 궁정에서도 [x] 발음을 썼다.오늘날에는 원래 철자 x로 쓰고 [ʃ]로 발음되었으나 [x]로 발음이 바뀐 음을 철자 j로 적거나 전설 모음 i, e 앞에서는 철자 g로 적는다. 대신 철자 x는 고전 라틴어식 어휘에서 [ks]를 나타내는 경우에 보통 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에스파냐어의 x는 'ㄱㅅ'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México라는 철자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멕시코'가 맞을 듯 싶다. 하지만 México는 아메리카의 지명이라서 에스파냐어의 철자 개혁이 적용되지 않아 발음이 예외적인 경우로 발음에 따라 적으면 '메히코'가 맞다. 간혹 에스파냐나 아르헨티나 등에서 Méjico라는 철자를 쓰기도 하나 에스파냐 왕립 학술원(Real Academia Española)에서 발음과 맞지 않지만 México를 표준 표기로 규정했다. 다만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는 x는 [ks]로 읽는 습관 때문에 영어의 Mexico [ˈmɛks.ɨ.koʊ̯] '멕시코', 프랑스어 Mexico [mɛk.si.ko] '멕시코' (멕시코시티), Mexique [mɛk.sikə] '멕시크' (국명 멕시코) 등으로 알려진 것이다.16세기 초반에 태어난 에스파냐의 문호 세르반테스는 철자 x를 [ʃ]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돈 키호테》는 중세 에스파냐어로 Don Quixote라고 적었으며 프랑스어로는 Don Quichotte [dɔ̃.ki.ʃɔtə] '동 키쇼트', 이탈리아어로는 Don Chisciotte [dɔŋ.kiʃ.ˈʃɔt.te] '돈 키쇼테'로 번역되어 원래의 [ʃ] 발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철자 개혁 이후 현대 에스파냐어에서는 Don Quijote [dɔŋ.ki.ˈxo.te] '돈 키호테'라고 적는다. 참고로 표면 발음에 따르면 '동키호테'가 맞겠지만 두 단어 사이에 일어나는 자음동화는 인정하지 않아 '돈 키호테'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에스파냐의 아스테카 정복은 1521년에 완성되었고 에스파냐인 프란시스코회 신부 안드레스 데 올모스(Andrés de Olmos)가 1547년 고전 나와틀어 문법서를 펴냈으며 역시 프란시스코회 신부인 알론소 데 몰리나(Alonso de Molina)는 1571년 고전 나와틀어 사전을 펴냈다. 그러니 고전 나와틀어가 최초로 로마자로 기록된 시기에는 에스파냐어에서도 x가 [ʃ] 발음을 나타내었다.
고전 나와틀어 Mēxihco [meː.ˈʃiʔ.ko] '메시코'는 원래 멕시코 중부 고원 지대에 위치한 넓은 계곡인 '멕시코 계곡(Valle de México)'을 가리킨 지명이다. 아스테카인 가운데 오늘날의 멕시코시티인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의 주민은 '메시카인(Mexica)'라고 불렀다. 고전 나와틀어로는 Mēxihcah [meː.ˈʃiʔ.kaʔ] '메시카'이다. Mēxihco는 Mēxihcah에 위치를 나타내는 어미 -co를 쓴 것으로 '메시카의 곳'이란 뜻이다. '메시카'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쯤되면 Mexico가 '멕이족의 곳'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던 발음상의 유사성이 상당히 약하다. 손성태는 에스파냐어 전공 교수이지만 중세 에스파냐어에서 철자 x의 발음과 México가 예외적으로 발음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듯하다.
참고로 손성태가 말하는 '멕이족'은 후한서에 나오는 명칭인 '맥이(貊夷)'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부여, 고구려, 삼한 등을 동이(東夷)로 묶어서 쓴 책에서 맥족을 오랑캐로 지칭한 표현인데 이들이 스스로도 '맥이'라고 불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스텍족'은 '아스땅', 곧 '아사달'에서 출발한 사람들?
흔히 영어식 철자 Aztec [ˈæz.tɛk] '애즈텍'에 이끌려 '아즈텍' 또는 '아스텍'이라고 적지만 에스파냐어로는 Azteca [as.ˈte.ka] '아스테카', 고전 나와틀어로는Aztēcah [as.ˈte.kaʔ] '아스테카'라고 하니 이 글에서는 '아스테카'로 통일한다. 이 이름은 고전 나와틀어로 Aztlān [ˈas.t͡ɬaːn] '아스틀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스틀란'은 아스테카 인의 전설적 고향이다. 그런데 손성태는 Aztlān이 '아스땅', 곧 '아사달'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고조선의 수도로 전해지는 '아사달(阿斯達)'을 중국말로 읽으면 '아스다'이며 '다'는 '땅'을 뜻하는 말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