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방은 무효라는 성명을 최근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이 발표했습니다. 이에 일본네티즌들은 중국, 러시아한테 먹히는 걸 막아주고 근대화로 이끌어준 은혜도 모르는 배응망덕한 놈이라는 반응입니다. 그러면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의 근대화는 일본에 의해서 그 초석이 구축되었고 그 덕에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일까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지금부터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했고, 수학과 친하지 않은 관계로 통계학이나 수리경제학쪽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서 겨우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이였지만, 경제사(경제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나 경제학사(경제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에는 나름 관심이 있어 유심히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공부했던 내용중에 한국의 일제 식민지경제사에 대해 공부한적이 있는데 그 때 공부했던 내용을 이곳에 몇자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일본측 주장의 가장 큰 요지가 한국에 경제발전과 근대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프라에 대해 짧게 설명드리면, 사회간접자본입니다. 즉, 항만, 도로, 철도, 복지시설 같은 것을 말하며, 이 시설들에서 발생하는 혜택이 이 시설에 자본을 투자한 개인 혹은 기업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다수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자본을 말합니다. 도로가 생기면 그 도로로 원료를 수송하는 기업만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보기에 직접자본(투자한 개인만이 혜택을 직접 보게되는 자본, 생산시설, 원료같은 것들)이 아니라, 간접자본인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일본이 구축한 인프라가 진정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얼토당토 않는 소리, 씨알도 않먹히는 소리입니다. 한마디로 개풀뜯어먹는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일본이 한국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했던 이유, 아니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국의 자원(광물, 곡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보다 많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식민지 경제체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식민지 경제라는 것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나라가 식민지에서 원료와 노동력을 수탈해서 그것을 가공해 식민지인 나라에 다시 가져다 파는 경제체제입니다. 즉, 한국은 당시에 일본에게 원료 및 노동력을 싸게(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원료공급지 였으며, 그 자원으로 생산된 상품이 소비되는 식민지 소비시장이였습니다. 이러한 경제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류가 잘 이동될 수 있도록 도로, 철도, 항만같은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런 시설들을 갖추지 않으면 식민지 경제체제하에서는 식민지를 가진 나라만이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민지적인 인프라 구축은 한국이 독립한 후에도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지 못하는 저해요소가 됩니다. 일본이 구축한 인프라가 자원수탈의 인프라이다 보니 물류이동경로가 일본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한쪽으로만 편향되게 치우치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점점 지역간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불균형 상태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일본이 만약 인프라 구축한 투자금을 내놓으라는 말되 안되는 주장을 계속 펼친다면, “그 인프라로 수탈해간 자원과 노동력의 정당한 댓가부터 지불해라, 이 도둑놈들아!!!”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