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임금이 좌우의 신하들과 월상루(月上樓)에 올라가 사방을 바라보니, 서울에 민가가 즐비하고 노랫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임금이 시중 민공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내가 들었는데, 지금 민간에서는 짚이 아닌 기와로 지붕을 덮고, 나무가 아닌 숯으로 밥을 짓는다 하니 과연 그러한가?”
민공이 대답하였다.
“저도 역시 일찍이 이와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또 아뢰었다.
“임금께서 즉위하신 이후로 음양이 조화롭고 바람과 비가 순조롭고, 해마다 풍년이 들고 백성들은 먹을 것이 풍족하며, 국경이 안정되고 도시에서는 즐거워하니, 이것은 임금의 어진 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임금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것은 그대들의 도움에 힘입은 것이지 나에게 무슨 덕이 있겠는가?”
[네이버 지식백과] 헌강왕 [憲康王] (원문과 함께 읽는 삼국사기, 2012. 8. 20., 한국인문고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