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슈퍼리치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성향부터 제대로 알자. 큰손 중국인 중에서도 슈퍼리치의 특성은 흥미롭다. 물 먹는 하마가 아니라 돈을 물 쓰듯 하는 하마가 중국 부자다. 중국 재계정보 조사기관인 후룬바이푸가 올해 내놓은 중국 부호 브랜드 경향 보고는 충격적이다.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1000만위안 이상 자산을 보유한 중국인 383명을 직접 만나 조사한 결과다. 놀랍게도 중국 부자의 평균 연령은 41세. 이 중 30%는 금주파고 절반은 금연파다.
연간 소비액은 평균 170만위안(약 3억원). 주요 소비 대상은 여행, 사치품 구입, 오락활동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선물은 중국 마오타이주와 양주인 루이13세. 지역별로는 베이징 부자의 연평균 소비액이 220만위안(3억84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가장 선호하는 명품은 루이비통. 까르티에 샤넬 에르메스 구찌 BMW 벤츠 파텍필립 몽블랑 아르마니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내일부터 중국인 관광객 비자 간소화 방안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명동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승환 기자> |
◆ 쇼핑형 인간 차이니즈
중국인 모시기에 관광 선진국들이 혈안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인의 소비 성향 때문. 호방한 대륙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일까. 통계만 놓고 보면 중국인은 21세기 가장 소비 지향적 인간으로 꼽을 만하다. 서울에서 씀씀이가 가장 큰 외국인 관광객 역시 놀랍게도 중국인이다.
서울시가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닐슨컴퍼니코리아를 통해 2~3월 개별 여행으로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80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서울에서 쓴 비용은 평균 1670달러로 조사됐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평균 2203달러. 전체 평균보다 무려 32% 많은 수준이다.
반면 일본인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은 1229달러.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국 관광객의 평균인 1680달러보다 400달러나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은 쇼핑광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전국 여행 만족도 조사 보고에 따르면 여행비용 중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8.5%.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가는 여행객은 여행비용의 절반이 넘는 돈을 쇼핑에 쓰고 있다.
◆ 통큰황색 소비파워
세계가 황색 소비 파워에 주목하는 건 향후 가치 때문이다. 올해 초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10년 후 중국 소비시장의 가치가 1조7200억달러(2009년 기준)에서 15조94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영국을 앞지른 지 오래. 202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황색 파워가 아니라 황금 파워라고 할 만하다. 한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중국인 비하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인식 전환) 다음 단계는 무비자 도입 등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다.
김상태 연구원은 "한국에 중국은 묘한 시장이다. 1차적으로는 비자가 벽이고, 2차적으로는 남북관계가 벽"이라고 전제하면서 "비자 발급 완화를 넘어 좀 더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진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사무관은 "1000만명이라는 한국의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 달성의 성패 역시 중국 관광객 유치에 달려 있다"며 "반대로 중국 시장을 놓치면 관광 선진국 도약은 요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