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졌다고 생각해서 나눠놨는데 막상 올려 놓고 보니 그닥 길지 않네요. 글을 쓰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저는 현재 대만의 한 국립대학에서 일하고 있으나, 중국과 대만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할 수 없고,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며 본문의 내용들은 개인적 시각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순전히 제 "개인적" 감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견임을 밝힙니다.(특히 *가 달린 부분은 저의 다분히 저의 개인적 의견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타이난시 야시장에 위치 한 한국식 양념 통닭 가판대-한국 치킨 가판들 중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
1부에서 대만의 기본 정보와 역사, 한류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2부에서는 대만인들이 한국과 한류를 대하는 이중성과 그 이유 그리고 대만의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한국인 더 나아가 그들이 생각하는 이성교제의 대상으로서의 한국인 남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만의 기성세대(40대 이상)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제 주변에서 이런 분들은 교수님들이나 부장,처장급(그리고 식당 아저씨들)의 나이든 교직원들 뿐이고 이들이 한국인인 저에게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피력할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므로 알길이 없고, 적어도 이들이 저를 굉장히 친절하게 그리고 동시에 약간 어려워하는 기색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감히 추측컨데 이들(제가 아는 한의 대만의 교수들이나 이하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교직원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이 90년대 말까지 일본을 바라보던 이중적인 시각, 예컨데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그들의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동시에 일본과 일본인에게 여전히 배울 점이 있다고 간주하던 태도와 흡사해보입니다. 이들이 이런 시선을 가지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교수들은 말그대로 대만 사회에서 지식인 계층의 수준 높은 양식을 갖춘 사람들이고, 이들은 세미나나 컨퍼런스같은 이유로 간혹 한국에도 방문하며, 이는 현재 대만과 한국의 차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 그게 아니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사람들은 이미 기본적인 세계 정세의 흐름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방면에서 한국이 이미 대만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이상 위라는 것 쯤은, 그 사실로 인해 그들의 감정선이 상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간파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한 경제 방송)
조금 진부한 이야기지만, 가생이 회원분들 이시라면 "대만에서 한류가 존재하건 않하건 간에, 대만의 기본 베이스는 친일적 성향과 반한에 가깝다"라는 인상 정도는 다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부에서 제가 언급했던 것처럼 정말로 대만에서 한류의 인기가 사그라들 줄 모를 정도로 대단하고, 이미 대만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면 "도데체 왜 그들은 우리의 드라마를 보고 우리의 음악 없이는 하루도 못살면서, 정작 그 드라마와 음악을 만든 우리는 싫어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 심도있게 들여다 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만의 뉴스_삼성의 모니터를 훼손하려고 애쓰는 대만인들)
2015년도에 부산 국제 영화제 20주년을 기념으로 KBS에서 제작한 "아시아 영화의 힘 1부-대만편"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영화 산업 관련 다큐지만 이 다큐가 현재 대만이 처한 상황과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KBS 다큐멘터리 아시아의 힘 제 1부-대만)
위 사진의 인물은 웨이더셩이라는 대만의 유명 영화 감독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대만 야구 영화 "카노"와 1부에서 사진으로 쓰였던 대만 원주민들의 항일 투쟁의 역사를 다룬 영화 "무지개 전사들"로 대만과 중국에서 큰 흥행을 거둔 감독입니다. 1부에서 대만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알아 봤듯이 대만은 수백년간 여러 나라의 식민지배를 거치며, 지금의 중화민국에 도달했습니다. 몇 달 전, 한 대만 교수의 역사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그 교수는 갑작스레 저에게 한국이 몇 년도에 일제치하에서 독립했느냐고 물었고-그녀도 당연히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저는 1945년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교수는 대만 학생들에게 "한국은 1945년에 일본으로 부터 독립했고, 마찬가지로 같은 년도에 독립한 대만은 지금 이 순간에 조차 정말로 완벽하게 독립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대만 역사에 대한 그녀의 비유가 인상적이었는데, 가령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가 과거부터 흘러왔고,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는 강과 같은 강의 역사라면, 대만의 역사는 항상 새로운 호수(스페인, 네덜란드, 명.청, 일본, 현재의 중공 -심지어 그녀의 관점에서는 대만의 국민당조차도-과 같은 대만인을 억압하는 식민지배의 시간들)를 끊임 없이 만들어 나가는 이어 지지 않은 호수의 역사라고 표현했습니다. 대만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이 감독의 인터뷰를 조금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다큐멘터리 아시아의 힘 제 1부-대만)
이 다큐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대만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대만인들은 간혹-특히 외국인들에게-"대만은 중국과는 다른 나라다, 대만은 자주 국가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자신들 조차 좀 처럼 자신의 주장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론적으로 그 명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대만인들은 중국본토인과는 다른 대만의 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홍콩이나 마카오 사람들도 본토인과는 다른 각자의 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과 마카오인들은 명백히 (그들의 주장과는 관련없이) 중국인 입니다. 마찬가지로 대만인들이 중국 본토에 방문할 때는 외국인 쪽 세관이 아닌, 내국인 즉, 중국인과 같은 세관을 통해 입출국을 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대만인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굴욕적이고 그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 다큐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KBS 다큐멘터리 아시아의 힘 제 1부-대만)
이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대만의 영화 감독으로서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문제 즉,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겪게되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다큐에 대한 이야기는 이 쯤에서 끝내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비교적 여러 방면의 대만인들과 교류하면서 * 제가 그들에 대해 느낀점은 그들 스스로조차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고 누군지 모른다 는 것입니다.(이 근본적인 질문이 현재 대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자, 이 문제를 어떤식으로 정의하고 방향을 잡느냐가 앞으로 그들의 국가적 차원에서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대만 다음 총통에 당선된 민진당의 차이잉원 당선자)
*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대만의 기본적인 정서가 왜 반한을 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가생이 회원분들이라면 이미 대부분 알고 계실, 88 올림픽 난지도, 개고기 보도 사건, 공자 한국인 설, 현대 중공업 해군 함정 제작 거부, 92년도 단교, 대만 연예인 한국 호텔 물주전자, 양수쥔 태권도, WBC 야구, FA-50 거부 등, 요컨대 대만인들이 한국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주요 레파토리입니다. (실제로 몇몇 대만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이 보다 더 많은, 우리가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그게 사실인지 여부와 상관없이-가령 "대만이 우연히 스텔스 기술을 개발했는데, 한국에서 이 기술자들을 높은 연봉에 채어갔다" 와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대만의 반한 감정에 한국측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뉘앙스의 기사)
특히 단교 문제는 마치 "대만의 반한 감정에 대한 원인과 책임이 한국 측에 있다"라는 식으로 제 멋대로 써내려간 기사들,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고 전파하게 되는 현상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매우 다르며, 위에 나열 된 모든 사건들은 -단교 문제를 제외하고- 대만인들이 한국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아닌 대만인들이 애초에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 편견(과거에는 멸시였고, 현재는 질투라고 보여지는)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물들인 것 입니다. 즉, 대만과 한국 사이에서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들이 한국을 증오하는 "행위의 원인"이 아니고 한국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행위의 결과"인 것입니다.
* 대만인들의 반한 감정의 근본 원인은 한국에 대한 기대 심리 즉, "과거에 우리가 너희보다 잘났으니 현재에도 미래에도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에서 출발하여, 그 환상이 깨진 지금, 그 현실이 그들을 상당히 괴롭게 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정신적 자위행위 즉, "한국의 지금의 지위와 위치는 인정하나 그 결과는 도덕적 해이를 (예를 들어, 제가 실제로도 면전에서 대만인들에게 가끔 듣고, 쯔위 관련 번역을 하면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바로 한국인의 스포츠 정신이 지저분하다였습니다.) 근간으로 삼은 진실되지 않은 결과물이다" 라는게 그들의 현재 반한이 이유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분량도 커서, 2부를 2파트로 나누어 2-2부에서 대만의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한국인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성교제의 대상으로서의 한국인 남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자료도 부족하고 아직 남녀 이야기가 안나와서 재미가 없는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