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오전 11시 세종대왕상이 바라보이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숭례문(이하 남대문) 국보 1호를 취소하기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미국에 있는 조선 의궤를 반환해 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스님과 우리문화지킴이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일제가 지정한 국보 1호를  취소하고 훈민정음 해례본(국보70호)을 국보 1호로 지정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남대문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4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국보 1호로 지정된 것을 1963년 박정희 정부가 국보 1호로 재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남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것은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1562-1611)가 주력부대를 끌고 한양에 입성할 때 통과한 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전해온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서울의 4대문 모두를 부수려다 가토 기요마사가 통과한 남대문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8-1600)가 통과한 동대문은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날 서명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은 일제가 국보 1호로 지정한 남대문은 이같은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뒤 최근 복구가 이뤄졌으나 각종 비리와 부실공사로 인해 국보 1호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대문 대신, 지구상에서 가장 문화적이고,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뛰어난 한글(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한글은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의 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혜문 스님은 “일제가 우리 민족과 강토의 정기를 끊는다며 전국의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은 것처럼, 숭례문 국보 1호 지정은 일제가 우리 민족의 머릿속에 박아놓은 말뚝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남대문 국보 1호 취소 서명 운동을 환영하며, 박근혜 정부와 국회도 ‘비정상의 정상화’와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남대문 국보 1호를 취소하고, 한글을 국보 1호로 지정하는데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