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설령 다시 한번 한국의 성공을 인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더라고 10분 안에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한국이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과정을 지루하게 듣고 싶은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기적적인 성장 스토리는 흥미 촉발의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선진국의 등장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세상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한국의 성공 비결이다. 이런 성장 비결은 하눅의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으며 한국의 정체성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녹아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며 진지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진정한 홍보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홍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한국의 역사를 나열하거나 한국 문화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구체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어떤 측면이 작용해서 오늘의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 설명이 있어야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
오랫동안 한국의 이미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불안한 나라,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무능한 사람들이 고생하며 사는 나라였다. 이런 이미지는 선진국이 된 한국 입장에서 볼 때 과도하게 왜곡된 것으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런 한국의 이미지는 일본이 오랫동안 자기 시각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국제 사회에 전달해온 과정에서 고착되었다. 이때 한국은 역량 부족으로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하고 바로잡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또한 한국전쟁 이후 10년간 국제 사회에 보여준 모습에서 비롯된 이미지이다. 따라서 그 이미지를 교정할 책임은 한국에 있다.
그런데 단순하게 한국의 성장 경험을 수치로 나열하는 것은 그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방안이 아니다. 국제 사회가 한국을 새로운 선진국으로 인식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국민적 역량이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