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한국은 중국의 속국’ 인식
뿌리깊은 中華의식이 韓-中 역사갈등 불러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 부분을 삭제했던 중국 정부가 한국정부의 항의를 받은 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역사 전체를 지워버리는 등 한-중간 역사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중국 정부 차원의 역사왜곡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중국인들의 뿌리깊은 중화제일주의’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면서 ‘주변의 작은 나라들은 예전에 우리한테 조공을 바치던 속국’이라거나 ‘지금 우리가 못살지만 한때는 주변국 모두를 통치했다’는 식의 ‘중화제일주의’ 사상이 일반 국민사이에서도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한 대학생은 “중국인들과 한국인간에 대화중 충돌이 가장 심한 부분은 역사문제였다”며 “이것은 양국 간의 역사의식의 차이도 있지만 한국을 얕잡아보는 중국인들의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중국인들은 대만통일 이후, 과거 중국 영토의 일부라 생각했던 한국과 베트남, 동남아의 많은 국가들을 중국의 그늘에 두고 싶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은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결코 한반도를 프랑스나 미국과 같은 다른 외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들은 한국이 중국과 완전히 다른 민족이라는 점을 별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례로 중국은 한국과의 축구경기가 있을 때면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온 것이 시실이다. 중국에서 열린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경기를 치른 것도 아닌데 중국 팬들은 한국 대표팀에 일방적 야유와 비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흔히 중국축구가 과거 단 한 차례도 한국에 승리하지 못한 치욕적인 ‘공한증’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그들의 솔직한 마음은 과거 자기나라의 속국으로 여겼던 한국에 대한 패배를 수용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뒤틀린 심리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중화민족이 국토면적에서는 95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도 고작 4,500만명이 조금 넘는 한국 같은 나라에게 수십차례 경기를 해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얘기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은 중국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관계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한국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한국의 미래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니면 파멸적인 위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호민 기자
中, 동북역사 왜곡으로 中華질서 꿈꾼다
중국 견제위한 한-미동맹 강화 바람직
고구려사를 왜곡해온 중국이 임나일본부설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리더니 이번에는 발해사 왜곡에 까지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에 세워졌던 모든 왕조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주변국의 문제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과 관련된 과거사 왜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속셈이 도대체 무엇인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2월부터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든다”는 내용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공식출범 시켰다.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사학계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시작돼 올 초 중국의 역사왜곡을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초 중국과 한국은 고구려사 문제를 학술적으로 접근하기로 약속하기도 했지만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은 지난 4월에는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가 한국의 역사라는 내용을 삭제하더니 7월 초에는 국영통신사들이 노골적으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보도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단지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언론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는 일본사를 설명하면서 “야마토(大和)국이 5세기 초 세력이 조선반도 남부까지 미쳤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소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광식 고구려 연구재단 상임이사는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게재함으로써 일본을 (중국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에서 제외시켜서 일본으로부터 간접적 지지를 받아내려는 속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중국은 발해사도 손대기 시작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 연구센터 소속 동북공정 판공실(사무국)에 따르면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가 2004년 연구과제로 발해 연구 2건을 포함한 총 6건의 과제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계기로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의 중국사 편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일련의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해 정부는 ‘조용한 외교’라는 이름 아래 외교적으로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구려 역사 왜곡을 시작으로 최근 발해로까지 중국당국의 역사왜곡이 이어지자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점차 깨달아 가는 분위기다.
윤휘탁 고구려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궁극적 목적은 한반도와 동북 3성을 단절시키는 데 있다”며 “중국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국시대를 한국사의 일부로 보거나 중국사와 한국사가 겹치는 시기로 보았지만 90년대 들어 탈북자 문제가 확대되고 조선족의 한국방문이 늘어남에 따라 중국 공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동요가 생기면서 한반도와 동북 3성을 역사적-문화적-민족적으로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중국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역사왜곡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북한이 완충지역으로 남기를 바라지만, 북한의 체제변화 또는 충분히 예상되는 돌발사태의 경우 한반도의 북부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와 개입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대비해 중국 동북부 지역의 조선족의 동요를 막는 한편 동북 3성 중국인들이 통일한국에 편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변방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해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중국이 ‘중화주의’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역사왜곡과 관련된 잡음들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확장을 시도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조직적 역사 왜곡에 대해 정부의 어정쩡한 외교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국들의 이해가 얽힌 민감한 사안을 정부가 정면대응하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실익을 취해간다는 정부의 ‘조용한 외교’ 방침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중-일 3국이 새로운 역사기술을 통해 동북아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 역사공동위원회(가칭) 발족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공동위의 연구결과는 각국의 역사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도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여와 개입전략을 억제하고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을 확대시키는 현실적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는 한-미 관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