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평가도 위험하지만, 과대평가도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중립적이 평가가 필요합니다. - 최근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시기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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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G2라 부르는 유일한 나라
중국을 미국에 이어 G2 또는 2극(極)이라 부르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에 비견될 수 있는 대국(大國)이라 보는 곳은 한국 미디어 밖에 없다. 덩치만 크다고, 힘이 세다고 세상을 이끌 수는 없다. 아무리 약하고 보잘 것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만한 소양과 덕이 있다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나라도 거의 없다. 중국 밖의 사람은 물론, 중국인조차 중국에 살기를 원치 않는다. 30년 경제 개방의 결과는 세계 최악의 환경오염과 빈부 격차다. 그동안 가려졌던 중국 내 어두운 모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굳이 서양식 기준으로 인권이나 자유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어떤 측면을 봐도 중국에는 G2라 부를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코끼리는 지구의 왕자일 수 없다. 중국은 자신의 내일조차 알기 어려운 나라다.
중국을 G2라 부르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부분 중 하나가 '황혼에 접어든 미국'이다. 미국은 실업과 경제 불황에 허덕이는 '추락하는 대제국'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연방정부 주도하의 경제 회생 정책이 한계를 가질 것이고, 퍼주기 식의 복지 때문에 미국의 경쟁력이 한층 약화될 것이라고 한다. 2025년, 2030년이란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중국이 미국을 누를 미래에 관한 책이 한국 서점에 널려 있다.
최근 언론의 양상을 보면, 미국 관련 기사보다 중국발 기사에 더 큰 비중이 실린다. 일단 베이징발 기사가 워싱턴발 기사보다 많다. 미국은 비관적 뉴스로, 중국은 구름 한 점 없는 창공을 향해 비상(飛翔)하는 용으로 그려진다. 서울에서 느껴지는 중국의 힘은 태평양 너머 불어오는 미국의 바람보다 한층 강하고 뜨겁다.
G2의 배경인 중국 패권론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12년 9월 취항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辽宁)은 미·중 충돌의 서막처럼 느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즉시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방문을 결정한다. 미국의 중국 포위 작전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육지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14개국에 달한다. 이 가운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라오스, 파키스탄 정도다. 주변 모든 나라가 중국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3년 말 등장한 동지나해 상공에서의 방공식별구역(CADIZ)과,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남지나해에서의 어업권 설정은 중국의 위협을 실감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결국 아시아 제국(諸國)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와 신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2011년 7월 아세안 포럼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방성은 종전에 5대 5로 유지되던 유럽과 아시아 해군력을, 2013년을 기점으로 4대 6으로 재배치한 상태이다.
미국이 보는 중국관의 실상
중국이 아무리 G2의 자리를 원한다 해도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G2는 미국의 양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의 결판을 통해 G2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세계의 상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중략)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근본적으로 미국을 능가할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다고 본다. '굴기'를 원하는 중국인의 야심은 이해하지만, 굴기를 지탱해줄 허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허리의 핵심은 에너지, 즉 자연 자원이다. 허리를 움직여 활동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 에너지가 중국 패권론을 대세로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소프트 파원(Soft Power)』로 유명한 하버드대학 조셉 나이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누르는 이유,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인물이다. 에너지 독립국으로서의 미국과, 에너지 식민국으로서의 중국에 관한 분석이다.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안정되고 싼 에너지를 갖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이 조셉 나이 교수의 전망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해외 석유 수입 의존도는 50% 이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석유 외의 에너지는 전부 자급자족하는 에너지 독립국이 미래의 미국이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셰일(Shale)'은 미국의 미래를 밝혀주는 블루칩이다.
(전략) 미국에서 공전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셰일 가스다. 2013년을 기준으로, 셰일 가스의 가격은 석유가의 1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운송시설을 이용해 외국에 수출한다 하더라고, 석유가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셰일 가스가 다량으로 생산된다는 말은 석유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전부 내려간다는 의미다. 2009년 미국의 가스 의존도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약 24.7%이다. 2020년이 되면 가스 의존도가 42%로 높아진다고 한다. 전체 소비 가스 가운데 약 50% 정도가 셰일에서 만들어진 전망이다.
셰일 석유 역시 최근의 비약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각광받는 에너지원이다. (중략) 10년뒤 미국에서 소비되는 석유 에너지의 약 10% 정도이며, 현재 OPEC(석유수출기구) 하루 생산량의 7.5%에 해당되는 규모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석유 자립도가 50%를 넘어서면서 그 어떤 나라에도 없는 '원천적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 10년뒤 미국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면 흐를수록 미국의 에너지 패권이 한층 강해진다는 것이 조셉 나이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에너지 식민국으로 나아갈 운명이다. 올해 기준으로 대략해서 소비 에너지의 3분의 1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관영 기관인 페트로 차이나(Petro China)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기준으로 수요량의 50% 정도를 외국산 석유로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석유 필요량인 BPD(Barrels per day) 기준으로, 9.9백 만 BPD 가운데 5.3백 만 BPD가 중국산이다. 석유 소비량과 수입량은 늘지만, 중국산 석유 공급량은 계속해서 축소될 전망이다. 석유만이 아니라, 정제된 석유와 석탄, 목재 등 에너지에 관한 모든 것을 수입하는, 전 세계 에너지 수입대국이 중국이다.
전 세계 에너지의 수입대국인 중국
중국 에너지의 근본은 석탄이다.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노천 광산에서 얻어지는 석탄이 한계에 달하면서 깊고 깊은 속까지 지하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에 대한 허기는 전 세계로 확산된다. 스탠포드 대학의 리처드 몰스(Richard Morse)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석탄 거래의 1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석탄에 대한 중국의 집념은 미국 본토에까지 확대된다. 2009년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석탄은 약 38만 톤이다. 1년 뒤 2010년의 수입 규모는 약 4백만 톤이다. 1년 만에 11배 가까이 늘었다. 2010년 중국의 총 석탄 수입 규모는 1억 6,000만 톤 정도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율이 전체의 2.5%에 불과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산 석탄의 수출 규모는 매년 최소한 10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2008년까지만 해도 석탄 수출국이었다.
2010년을 전후로 본격화된 중국의 미국산 석탄 수입은 앞으로 펼쳐질 두 나라의 에너지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근거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석탄만이 아니라, 조셉 나이 교수가 말한 미국의 절대적 우위를 지탱해 줄, 셰일 에너지에 대한 수입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문가는 중국도 미국에 버금가는 셰일 에너지 보유국이라고 한다. 문제는 물과 기술이다. 셰일 에너지는 정제 과정에서 엄청난 물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중국 셰일 에너지의 대부분은 물과 무관한 지역에 편중돼 있다. 셰일 에너지용 물만이 아니라, 식수와 농업 용수조차 절대 부족한 상태다. 자원은 있지만, 활용할 수가 없다.
아직 출발 단계지만, 미국이 셰일 에너지 개발에 나서면서 중국의 셰일 에너지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미국산 가스의 일본 수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중단되는 과정에서, 부족한 에너지를 미국산 가스로 대체하면서 가스 수출이 폭증한다. 미국산 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아니라,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에너지다.
중국의 에너지 보고(寶庫)인 중동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이 원하는 최적의 에너지는 바로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그 같은 중국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중국은 석탄 외에는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셰일 에너지 수출은 미국의 동맹국이나 경제 협력 체제하의 나라에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셰일 에너지 수입 의사를 미국 측에 전한 상태이다. 미국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은, 언젠가 미국이 셰일 가스의 중국 수출을 허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유는 미국 내 셰일 에너지 생산자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모든 과정은 정부의 관여를 통해 철저히 통제될 것이다. 석탄에 이어 미국산 셰일 에너지가 중국을 먹여 살리게 되는 셈이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의 경제라고 하지만, 전 세계 패권을 노리는 나라가 가상적의 에너지로 살아간 예는 없다. 냉전 당시 소비에트가 미국의 적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독립국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부 유럽에 흩어진 위성국가들은 소비에트가 제공하는 에너지로 경제와 정권을 지켜나갔다. 소비에트의 주변국에 대한 에너지 제공이 중단되는 순간, 전부 위성권에서 벗어난다. 20세기 말 냉전 종식과 소비에트 몰락은 크레믈린이 쥐고 있던 에너지의 통제권이 무너지면서 빚어진 결과다.
총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중국의 대외에너지 의존도도 그렇고, 미국산 에너지만으로 자국의 경제와 군사력이 증강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기 대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전쟁은 에너지 확보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석탄과 철강석은, 독일이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다. 동남아시아 석유 라인의 통제는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이유 중 하나이다. 평화시에는 서로를 돕지만, 위기시에는 상대의 목숨을 끊는 비수(匕首)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에너지다. 조셉 나이 교수가 말한 21세기 미국우위론은 과장이거나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거만한 발상인 것만은 아니다. 역사가 증명한, '에너지의 이면(裏面)'을 통해 본 실증주의적 전망이다. 세계 패권은 군사력과 경제력 이전에, 에너지 패구너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그 같은 패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 유민호 ' 일본 내면 풍경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