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호젓한 편백숲,기운찬 금강송숲..마음껏 숨고르기
[조용준의 여행만리]호젓한 편백숲,기운찬 금강송숲..마음껏 숨고르기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오래된 숲에 들면 오감이 싱싱해집니다. 무구한 새소리, 바람소리는 귀를 활짝 열어줍니다. 알싸한 나무향은 폐부의 묵은 앙금을 털어내니 마음이 절로 느긋해집니다. 그 여운도 오래갑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치솟은 편백나무가 도열한 숲의 진가는 그 속에 들어서면 비로소 느낄 수 있습니다. '천연 향균물질인' 피톤치드를 가득 품은 편백숲은 더우면 더운데로 비가 오면 또 그대로 운치가 넘쳐납니다. 금강송은 또 어떻습니까. 금강송이 청정하게 늘어선 숲길에서 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요. 금강송 숲에 들어서면 몇 번의 호흡만으로도 온몸이 다 청량하게 씻겨집니다. 소나무 숲은 지금과 같은 가을에 그 정취와 느낌이 더 좋습니다. 쭉쭉 뻗은 자태도 훌륭하고, 향도 더 짙어집니다. 가을철 높은 일교차로 솔숲에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르면 더 몽환적인 풍경을 빚어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전국의 편백숲과 금강송 숲을 모아봤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기에 들면 찾아보기 좋은 곳들입니다.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수시로 개방일이 변경되고 있습니다. 숲길마다 개방여부를 꼭 확인하고 움직이는게 좋겠습니다.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송=금강소나무(금강송)는 금강산을 비롯해 태백산맥 일대에서 자라는 토종 소나무다. 소광리 금강송숲은 오지 중의 오지에 있다. 울진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국도 36호선에서 15km 더 들어가야 나온다. 숲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토록 오지 중의 오지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백두대간 일대의 목재를 숱하게 벌채할 때도 이 숲은 무사했다.
소광리 주변 산자락에는 수령 200~300년의 금강소나무 8만 그루가 자란다. 이 가운데 수령이 500년이 넘은 것도 있다. 소광리 일대를 중심으로 탐방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성종 때부터 자랐다는 '오백년 금강송', 늘씬한 자태가 인상적인 '미인송' 등 이름난 금강소나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숲 보존을 위해 탐방은 제한된다. (사)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울진군이 운영하는 산림치유시설 '금강송 에코리움'은 명상과 숲길 탐방 등 숲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활기리 농산물 집하장에 차를 세우고 1.8㎞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30분 정도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하늘을 찌를 듯한 금강송이 묘 주변 평지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른 새벽 혹은 비나 눈이 온 직후 운무가 가득할 때 이곳을 찾으면 신비한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활기리에 인접한 하사전리에는 이양무의 부인 이씨를 모신 영경묘가 있다. 준경묘만큼은 아니어도 차로 쉽게 가닿을 수 있는 이곳에도 늘씬한 소나무들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거대한 편백숲이 있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 평)에 1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제 손으로 심어 기른 곳이다. 다른 편백나무숲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숲은 깜짝 놀랄 만큼 깊다.
숲 속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고 서늘하다. 공기는 청량하고 벌레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촘촘한 편백나무 아래에는 돌들이 많다. 큼지막한 돌들은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준다.
편백숲의 한가운데는 삼림욕장이 마련돼 있다. 편백숲이 좀 성글어진 곳에 나무 덱을 놓고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가만히 앉아 오롯이 숨쉬기에 집중하고 있자니 왜 이곳을 '치유의 숲'이라 했는지 절로 공감이 된다.
편백숲은 선암사 경내에서 10분 남짓이면 당도한다.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을 지나고 마주한 편백나무숲은 장관이다. 60~70년생 편백나무가 거칠 것 없이 하늘로 솟구친 모습이 웅장하다. 나무쉼터에 앉아 힘차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알싸한 피톤치드의 향기는 그윽하다.
선암사를 찾았다면 송광사와 잇는 굴목이재도 넘어보길 권한다. 조계산 8부 능선을 걸어 사찰로 드는 길이다. 순천의 남도삼백리길 중 하나로 '천년불심길'이다. 굴목이재 중간쯤 있는 30년도 훌쩍 넘은 보리밥집의 밥맛도 일품이다.
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