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생이닷컴-해외 네티즌 반응 커뮤니티


HOME

 - 해외반응>게 임/IT
메뉴보기
  • 해외반응 -
  • 뉴스 -
  • 영상자료 -
  • 유머/엽기 -
  • 커뮤니티 -
  • 팬빌리지 -

회원

로그인

04월 25일 (목)


[JP] 日 칼럼 "일본보다 5년 앞선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선진국 한국"

푸른울림 조회 : 39,638
목록
한국인 저널리스트 김경철 (전 도쿄신문 서울지국 기자 ) 씨의 새 저서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을 바탕으로  세계 제일의 인터넷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경제·엔터테인먼트에서의 지각변동에 대해 김 씨와 현대 비즈니스의 칼럼니스트 곤도 다이스케가 줌 (zoom)을 통해 대담한 내용입니다.



초인터넷사회 한국.png



<일본 칼럼 내용>
일본보다 5년 앞선 ‘초인터넷 사회 ’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엔터테인먼트의 지각 변동

한국은 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선진국인가?
곤도: 오랜만입니다 . 김 씨와는  20년 지기로 코로나  19  사태로 한동안 못 뵈었습니다만 , 일본어로 쓰인 인터넷 기사는 읽고 있습니다 . 변함없이 활약하고 있더군요 .
 
김경철: 영광입니다 . 감사합니다 .
 
곤도: 전작  ‘한국 지나친 자본주의 ’(고단샤 현대신서 )는 명저였습니다 . 60개 이상의 한국 최신 유행어를 구사하며 한국 사회를 쉽고 심오하게 분석해 나가는 접근법은 일본인 한국 전문가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 외무성 코리안스쿨 (일본 외무성의 한반도 전문 그룹 ) 외교관에게서 들었는데 , 그들은 김 씨의 책을 교과서처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
 
김경철: 정말요 ?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기쁘긴 합니다만 ….
 
곤도: 그때 이후 다음 작품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왔네요 .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
 
그동안 여러 필자를 만나 본 입장에서 말하면 데뷔작이 충격적이면 두 번째 작품은 기대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두 번째 작품은 군말할 것 없이 재미있었습니다 .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 내 안에 있던 한국에 대한 의문점들이 하나하나 풀려나갔습니다 .
 
김경철: 풀렸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
 
곤도: 저는 동아시아 소식통이기 때문에 평소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 대만 , 홍콩 , 동남아시아 등의 정세도 보고 있습니다 . 그렇게 동아시아를 보다 보니 일본과 한국만이 소위 중화권이 아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 그러나 밀려오는 중화권의 파도에 대응하는 방향은 한국과 일본이 정반대입니다 .
 
일본은 점점 내성적·보수적·복고적으로 변해 갑니다. 그러나 한국은 외향적·혁신적·미래적입니다 . 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수비 '고 한국은  '공격 '입니다 . 한국의 패기 넘치는 자세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 그러던 와중에 김 씨의 새 저서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을 읽고 키워드는  IT였구나 하고 이해했습니다 .
 
김경철: 일본은 오랜 세월 선진국이었기 때문에 지킬 것이 많아서 보수적으로 변한 것 아니겠습니까 ? 반대로 한국은 지킬 것이 적으니까 공격해 나갈 수밖에 없고요 (웃음 ).
 
곤도: 그 논리에 일본인은 잘 속습니다 (웃음 ). 저와 대담하고 있어서 겸손하게 일본을 추켜 올려 주시지만 , 새 저서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에 쓰신 내용은 과격한  ‘한국이 IT  강국이 된 비결 ’ 아닙니까 ?
 
김경철: 속이려는 게 아닙니다 . 일본의 대학원 (조치대학교 문학부 신문학과 석사과정 )을 나왔고 , 일본에는 존경할 만한 점이 많다고 갈 때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
 
곤도: 이거 실례했습니다 .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김 씨의 새 저서를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는 것입니다 . 왜 한국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제일인 삼성전자가 있고 일본에는 없을까 ? 왜 한국에는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BTS(방탄소년단 )가 있고 일본에는 없을까 ? 일본인들은 그런 것들이 석연치 않은 거죠 .
 
세계최첨단 ‘IT선거 ’의 실태
곤도: 내용을 상세히 살펴봅시다 . 먼저  1장  ‘인터넷 광분의 대선과  SNS의 마력·위력·신통력 ’. 주로 올해  3월  9일에 치러진 한국 대선 이야기입니다 .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싫어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자로 우파 윤석열 후보와 좌파 이재명 후보 중 누가 이겨야 한일관계가 개선될까 하면서 멀거니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세계 최첨단  IT  선거가 치러지고 있었죠 .
 
김경철: 그렇습니다 . 한국에서는 금세기 들어 주요 선거에서 모두 최신  IT  기술을 더욱 능숙하게 활용한 후보자들이 승리하고 있습니다 .
 
가장 큰 이유는 연령별 투표 경향에 있습니다. 한국에는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우파 지지층이 많고 중년층은 좌파 지지층이 많습니다 . 그래서 무당파층이 많은 젊은 층을 어느 쪽이 끌어들일 수 있는가가 승부를 가릅니다 .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이라서  SNS  등이  '주전장 '이 됩니다 .
 
이번 선거에서는 AI(인공지능 ), 메타버스 (인터넷 가상공간과 서비스 ), NFT(대체불가 토큰 )…최신  IT  기술이 총동원됐습니다 .
 
곤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이재명은 심는다 !'라는 공약입니다 . 이재명 후보가 최신식 유권자 제안형 앱을 개발하자 ,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 ”는 남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습니다 . 그래서 공약으로 삼았죠 .
 
요즘 머리가 계속 후퇴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정치인이 일본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며 한국을 부러워했습니다 (웃음 ).
 
김경철: 그러셨군요 (웃음 ). 사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상당한  IT  얼리어답터입니다 . 2011년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 이후 매일 부지런히 글을 올려 이번 대선 때는  3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유튜브도 시작해 구독자 수가 약  45만 명에 달합니다 . 페이스북에서는  ‘웹 자서전 ’을  4개월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 빈곤하게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장으로 일하러 나가야 했다는 말을 적나라하게 써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또한 가상공간 메타버스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거나 공약을 NFT로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 그런 가운데  '이재명 플러스 '라는 유권자 제안형 앱을 공개한 것입니다 . 거기서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고 이름 붙인 공약을  90건이나 만들었고 , 그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게 바다 건너 곤도 씨의 마음에도 울림을 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 '는 공약이었습니다 .
 
곤도: 대머리 치료 공약은  90분의  1이었던 거군요 . 그에 대항해 윤석열 후보도 김건희 여사와 집에서 키우는 개를 인스타그램에 등장시키거나 하면서 화려한  SNS  선거를 펼쳤습니다 .
 
김경철: 반려견 토리 이야기군요 . 윤석열 후보 자신은  IT에 둔감했지만 , 작년 여름 대선 출마를 표명할 때 강력한  ‘IT진 ’을 쳤습니다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등 대번에  6개의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
 
그는 아이가 없는 대신 네 마리의 개와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장녀 토리가 인스타그램으로 이야기한다는 사랑스러운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 한국에는 반려동물 애호가가  1,000만 명이 넘기 때문에 ,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
 
그런데 작년 10월  21일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 또 아빠 (윤석열 )가 나무에서 인도사과 따왔나봐요 "라는 설명 문구를 달아서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 왜 그런지 아십니까 ? 
 
곤도: 모르겠습니다 . 무슨 일입니까 ?
 
김경철: 곤도 씨도 한국어를 잘해서 알겠지만 , Apple을 한국어로  '사과 '라고 합니다 . 사과의 동음이의어는 ?
 
곤도 : 사과 (Apology)죠 .
 
김경철: 그렇습니다 . 이틀 전 윤 후보는 광주사태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칭찬해 빈축을 샀고 , 이날 사과까지 했습니다 .
 
그러고나서 밤에 귀가해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사과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말이냐며 한국의 유권자들이 격분했습니다.
 
곤도: 아 , 무서워라 … 과연  ‘대통령이 은퇴해서 가는 다음 직장은 감옥 ’이라고 불리는 나라답네요 .
 
김경철: 정치인에게 인터넷은 양날의 검이고 , 항상 생각지 못한 곳에 리스크도 숨어 있습니다 . 하지만 전직 검찰총장은 그런 일로 기죽지 않았어요 . 개의치 않고  '3S'(스피드 , 쇼트 , 스마일 )라고 부르는 디지털 선거에 매진합니다 .
 
예를 들어 유튜브에 ‘석열이형네 밥집 ’이라는 코너를 개설해 윤 후보가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어 유권자에게 나눠 주는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 이것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
 
곤도: 저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로 요리입니까 ? 50세까지 독신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겠죠 . 지금의 김건희 여사도 그다지 요리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실례 ).
 
김경철: 그 밖에도  ‘AI  윤석열 ’이라는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어  “어떤 유권자의 질문에도  AI  윤석열이 답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
 
그러자 한 짓궂은 유권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하면 어느 쪽을 돕겠느냐 ”고 물었습니다 . AI  윤석열의 대답은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
 
곤도: 대선 투표율이 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그 밖에도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상당히 앞선  IT  선거 에피소드가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에 가득합니다 .
 
GAFA가 아닌 네카라쿠배당토
곤도: 2장은  ‘IT  강국의 빛과 그늘 ’. 김 씨는 한국인은 인생의  40%를 인터넷 공간에서 보내고 있다고 썼지만 , 이 장의 키워드는 네카라쿠배당토 . 바로 한국을 발전으로 이끄는  ‘주문 ’입니다 .
 
김경철: '네카라쿠배당토 '는 네이버 , 카카오 , 라인 , 쿠팡 , 배달의민족 , 당근마켓 , 토스뱅크라는 인기  IT  기업  7사의 앞글자를 딴 총칭입니다 .
 
월급 이야기를 하자면, 예를 들어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 연봉은 약  4,500만 원 (약  450만 엔 )인데 , 이들  IT  기업은 프로그램 개발자 등의 기술직이라면 무려  6,500만 원 (약  650만엔 )이나 됩니다 .
 
곤도: 월급으로 환산하면 엔화로 50만 엔 이상 ! 그 정도가 초봉이라니 엄청나네요 .
 
최근 각국의 IT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로 불리는 유니콘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미상장기업 )의 최신 국가별 기업 수 순위를 조사했더니 미국이  539개로  1위 , 중국이  174개로  2위 . 여기까지는 예상을 했었는데요 , 3위 인도 , 4위 영국 , 그리고  5위가 한국이었습니다 . 한국은  18개사이고 일본은  10개사였습니다 . 어라 ?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김경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  3년에 한 번씩 발간하는 디지털 경제전망 보고서 최신 (2019년 )판에서도 한국은 브로드밴드 인프라 보급률이  38개 회원국 중  1위였습니다 . 인터넷 통신 속도나 모바일 데이터 사용료도  1위입니다 .
 
곤도: 일본이 몇 위인지는 묻지 못하겠습니다 . 주문인  '네카라쿠배당토 '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
 
김경철: 네 . 네이버는 삼성의 자회사에 근무하던 이해진 씨가  1999년 독립해 세운 회사로 회사 이름은  '항해 (네비게이트 )하는 사람 '이라는 조어입니다 . 현재는  45개의 계열사가 있으며 그 중  ‘제페토 ’는 전 세계에  3억 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아시아 제일의 메타버스 서비스입니다 .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씨도 삼성 자회사 출신이고 이해진 씨와는 1992년 입사 동기입니다 . 1998년 독립해  2010년 이후 카카오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지금은 계열사가  174개 (삼성은  59개사 )에 달해  “한국은 카카오공화국이다 ”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
 
그 중 하나인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은 현재 한국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4,300만 명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인기인 웹툰  '픽코마 '도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
 
LINE은 일본인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 앞서 언급한 네이버가 만든 회사입니다 . 쿠팡은  '한국의 라쿠텐 '이지만 , 지난해  22조 엔 (약  2.2조 엔 )의 매출을 올리며 일본의 라쿠텐을 앞질렀습니다 . 쿠팡이 도약한 이유에는 한국에 아마존이 없다는 점도 있지만 , '로켓 배송 '(로켓과 같이 빠른 배송 ) 등 기업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배달의민족은 ‘한국의 우버이츠 ’이지만 , 주  32시간 근무를 시행하는 직원 친화적 회사입니다 . 당근마켓은 고객의 집 반경  6km  이내에 특화된 프리마켓 애플리케이션이고 , 토스뱅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은행의 하나입니다 .
 
곤도: 일본보다 오히려 중국과 비슷하네요 . 요점은 전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신규 비즈니스라는 것입니다 . 분명 한국은 일본보다 정부의 규제가 적고 기업의 자유도도 높겠죠 .
 
김경철: 규제는 그렇습니다 . 금년  5월  9일 퇴임한 문재인 정권은  ‘IT  대국을 넘어  AI  대국으로 ’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 인터넷은행 관련법을 통과시킨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이었습니다 . 이미 인터넷은행의 총 고객 수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에 달하고 있습니다 .
 
시작은 겨울연가의 욘사마 열풍
곤도: 그렇군요 . 3장은  ‘세계로 비상한 한류 콘텐츠 ’입니다 . 이 장 역시 매우 통쾌했습니다 .
 
김경철: 어느 부분이 통쾌했나요 ? 
 
곤도: 전 일본의  '원조 한류 팬 '입니다 .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한일학생회의 '가 개최되었는데 , 그 멤버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 그 후 푹 빠져서 한국에 왕래하기 시작했습니다 .
 
서울에 도착하면 반드시 비디오 대여점에 들러 한국영화와 드라마 비디오, CD  등을 샀습니다 . 그것들을 가득 안고 일본으로 돌아와 필사적으로 보는 거죠 . 1990년  3월 드디어 한국의 신작 영화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영됐습니다 . 박광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명배우 안성기가 열연한  ‘칠수와 만수 ’입니다 .
 
개봉 첫날 아침, 숨을 헐떡이며 도쿄 신주쿠 영화관으로 달려갔더니 넓은 관내에 관객은 저와 다른 한 명뿐 . 그 사람은 밤을 새운 영업사원으로 좀 자고 싶어서 들어왔다더군요 (웃음 ).
 
김경철: 농담이 아니고  30년 전만 해도 정말 그랬었죠 . 저도 조치대학교에 유학했을 때 , “김치는 어떤 음식이야 ?” 하는 질문을 받았어요 (웃음 ).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분 것은 한일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2002년에 제작된  ‘겨울연가 ’의 욘사마 열풍 때부터였죠 ?
 
곤도: 그렇습니다 . 그 열풍 때 한국을 대표하는 월간지 월간조선에서 원고 의뢰가 와서  “욘사마는 일본인이  1500년 만에 존경하는 한국인 ”이라고 썼습니다 . 못쓰게 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올려주셨습니다 . 욘사마는 일본인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멸시에서 선망으로 바꿨습니다 .
 
일례로 그때까지 “한국어를 공부해서 뭐하냐 ”고 악담하던 우리 어머니마저 갑자기  NHK  한국어 강좌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에 가면 욘사마를 우연히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잖니 "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 스쳐 지나갈 리 없대도 참 (웃음 ).
 
김경철: 새 저서에도 썼는데  KBS  미디어에서 겨울연가 수출을 담당했던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해외 방영 같은 건 생각도 못 하던 차에 갑자기  NHK에서 방영권을 팔아달라는 적극적인 접근이 있었다고 합니다 . 그래서  30억 원 (약  3억 엔 )에 제작한 드라마가  300억 원 (약  30억 엔 )의 이익으로 대변신했다고 .
 
그 후 소설, 만화 , 시나리오 텍스트 , CD  등으로 관련 상품의 범위도 점점 확대됐습니다 .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원소스 멀티유즈 '라는 개념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
 
곤도: 일본에 온 욘사마를 제가 인터뷰할 때 ,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은 ? 결혼은 생각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 주위에 있던 덩치 큰 한국인들이  “프라이버시는 묻지 마 !”라고 말하며 끼어들었습니다 . 그러자 욘사마께서 그들을 진정시키고 , "일본의 가족 (팬을 이렇게 불렀다 )이 관심 있어 하는 걸 기자가 묻는 건 당연합니다 "라며 솔직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
 
어쨌든 태도가 성실하고 마음이 넓으셨습니다. 아시아에도 드디어 이런 스타가 나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 경호원한테 맞지 않고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호텔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왔더니 수백 명이나 되는 살기등등한 아줌마들이  "욘사마를 만난 기자다 !"라고 말하며 둘러싸 와이셔츠가 다 찢기고 말았습니다 (웃음 ).
 
김경철: 한류도  K-POP도 그 무렵부터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이라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 얼마 안 있어  '한국 →중국 '이라는 흐름이 생기는데 , 이는  '대장금 '이 중국에서 대히트를 친 이후입니다 .
 
곤도: 중국에서 대장금이 방영된 것은  2005년  9월부터인데 방영시간에는 거리에서 사람이 사라진다고 했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열광했습니다 . 중국 외교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주석이 주최한 만찬은 주로  '대장금 '이 화제였다고 합니다 . 중국의 최고 간부들까지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
 
이 성공으로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시작돼 마침내 정착해갔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한류 아이돌 김수현을 춘제 (음력 설 ) 특별 프로그램에 꼭 부르고 싶었던 장쑤웨이스 TV는  ‘8시간 출연에  800만 위안 (당시 환율로 약  1억 엔 )이라는 파격적인 출연료를 제시했습니다 . 특별히 전세기를 빌려 서울과 난징을 당일치기로 왕복했다고 합니다 .
 
김경철: 한때 한류 콘텐츠 관계자들이 일본이 아닌 중국만 바라보게 됐으니까요 . 역시 중국 마켓의 거대함은 일본 마켓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
 
곤도: 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북경에 살면서  '베이징 콘텐츠 연구회 '라는 일본계 문화 기업  30여 곳을 모은 모임을 설립 , 초대 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 매달 정기 모임이 있을 때 베이징의 한국문화관광부 대표를 불러  ‘한류 드라마 보급 비결 ’에 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
 
그때 가장 놀랐던 건 ‘해적판 대환영 ’이라는 발언이었습니다 . “예를 들어 쓰촨성에서 한류 드라마의 해적판이 활개를 치면 다음에 쓰촨성에서 현대차가 팔린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해적판은 한국에 돈이 들지 않는 선전 도구라는 발상이었습니다 . 중국의 해적판 박멸을 큰 목적의 하나로  '베이징 콘텐츠 연구회 '를 만든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웃음 ).
 
김경철: 확실히 일본은 좋든 나쁘든 권리관계에 엄격한 면이 있습니다 . 그러나  2016년 미군이 한국에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를 배치하면서 한중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고 ,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와  K-POP이 금지됐습니다 .
 
곤도: 갑작스레 엄청나게 변화했죠 . 중국 최대의 코리아타운은 산둥성 웨이하이에 있었는데 , 가보니  12만 명이었던 코리아타운의 인구가  2만 명까지 줄어 있었습니다 . 한글로 된 건물들만 즐비한 고스트타운이었습니다 .
 
김경철: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한국의 강점입니다 . 다음에는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한국 →세계 '라는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친  ‘사랑의 불시착 ’이나  ‘이태원 클라쓰 ’, ‘오징어 게임 ’ 등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
 
곤도: ‘사랑의 불시착 ’은 오랜만에 빠져든 한류 드라마였습니다 (웃음 ). 한국의 사장 아가씨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놀다가 바람에 날려 북한에 불시착하고 조선인민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니 대단한 발상이죠 .
 
김경철: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한류 드라마에 투자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입니다 . 이때  ‘한국적 감각 ’이 세계에서도 통할 것을 확신했죠 . 동시에 한국의 고속 인터넷과 브로드밴드 (광대역 인터넷 ) 등  IT  선진국의 모습을 재인식한 것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요인이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7,700억 원 (약  770억 엔 )을 투자했습니다 . 2021년에는  5,500억 원 (약  550억 엔 )으로 늘리고  2022년에는 무려  1조 원 (약  1,000억 엔 ) 가까이 투자해 25편의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를 만들 예정입니다 .
 
곤도: 마치 성난 파도와 같은 기세로군요 . 그러고 보니  ‘사랑의 불시착 ’의 주인공 , 현빈과 손예진은 실제로도 올해  3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 이게  '사랑의 착지 ' 아닐까요 ? 재미없었습니까 ?
 
K-POP의 진화와  IT화의 흐름
곤도: 그럼 이제 그만  K-POP으로 넘어갑시다 . 김 씨의 새 저서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에서는  K-POP에 대한 깊은 통찰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김경철: 1996년에 데뷔한  HOT나  SES, 핑클 등이  1세대로 , 활동범위는 국내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 2세대는  2000년대 중반 등장한 그룹으로 대표격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였습니다 . 뛰어난 가창력과 칼군무 (고난도 댄스 )로 국내 최정상급으로 자리 잡은 뒤 일본 등으로 침투해 나갔습니다 .
 
3세대는  2012년에 데뷔한 엑소를 필두로 한 그룹으로 데뷔 때부터 한국 시장과 일본 등 해외 시장을 동시에 보고 있었습니다 . 또한 ,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도 신선했습니다 .
 
그리고 2018년경부터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조류가 바로  4세대입니다 . 예를 들어 걸그룹 에스파는  AI와  VR을 응용한 독특한 세계관을 펼치고 있습니다 . 네 명의 실제 멤버가  VR로 만들어진 각각의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성장하는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곤도: 역시  K-POP  시장도  IT화의 흐름과 함께 하고 있군요 . 책에는  BTS의 진화 과정도 적혀 있습니다만 , 작은 기획사 소속이고 심지어 처음에는 땜빵 가수에 불과했죠 . 이 대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김경철: 그렇습니다 . 한국에서는 매년 , 50~60개의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고 , 게다가 데뷔까지 수년간 몇 십억원을 투자합니다 . 철저한 노래와 춤 연습 , 영어 , 일본어와 중국어 학습 ,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시킵니다 .
 
그러던 중 2013년  6월  13일  '엠카운트다운 '에서  BTS가 데뷔합니다 . 구멍을 메우기 위한  '땜빵 가수 '였던 사실은  '바다 (SEA)'라는  2017년 곡의 가사에 담겨있습니다 .
 
곤도: 그러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신곡을 내면 유튜브에서 조회수  10억 회를 넘고 빌보드 차트 정상에 서는 슈퍼스타로 성장했죠 . 한국에서 멤버의 병역특례조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는  NHK도 그날의 톱뉴스로 전했습니다 .
 
김경철: BTS가 성공한 요인은 그러한 불리한 조건을 고려해  TV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라 유튜브 , 트위터 , 블로그 , V라이브와 같은 뉴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해 나갔다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아미 '(팬클럽명 )라는 충성스러운 팬들을 늘려갔죠 .
 
BTS는  '방탄소년단 '의 약자입니다 . 총알처럼 쏟아지는 사회적 편견과 압박을 막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으로 팬들은  BTS를 지키는  '아미 '(군대 )인 셈입니다 .
 
곤도: 그런 전략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만 , 역시 댄싱 능력이 탁월합니다 .
 
저는 앞서 언급한 베이징 주재원 시절인 2011년  9월  16일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SMAP의 공연을 봤습니다 . SMAP는 알다시피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1988년에 결성됐고 , 중심 멤버인 기무라 타쿠야가 이때 벌써  38세였습니다 . 무대가 끝날 때쯤에는 숨이 차서 괴로워 보였는데 , 고령화 사회 일본의 상징을 본 것만 같았습니다 .
 
참고로 이들이 소속돼 있던 쟈니스 사무소는 당시 인터넷을 외면하고 인터넷에 사진 한 장 게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일본에서 악명 높았던 ‘반일정권 (문재인 정권 ) 시대 ’도 끝났으니 ,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절차탁마해서 함께 발전해 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
 
곤도: 동감입니다 . 저는 지난해 출간한  '팩트로 읽는 미중 신냉전과 애프터 코로나 '에서  "한국과 대만은 일본보다  5년 앞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 썼습니다 . 사실 오늘 우리가 대담한 것처럼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앞선  IT  선진국입니다 .
 
일본인들은 한국 하면 징용공 문제와 위안부 문제만 떠올리며 ‘한국인은 과거를 보는 사람들 ’이라는 선입견을 품기 쉽습니다 . 그러나 실제 한국은  IT라는 무기를 활용해 일본이 닿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김 씨의 새 저서  ‘한국 초인터넷 사회의 어둠 ’을 통해 알게 됐으면 합니다 .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내셨네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
 
김경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번역기자:푸른울림 
해외 네티즌 반응
가생이닷컴 www.gasengi.com
위 출처의 변형,삭제등은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가생이닷컴 모든 번역물의 2차 가공,편집등은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성 댓글 및 부적절한 글은 통보없이 삭제 합니다.(또는 댓글 금지조치)
-운영팀-

☞ 코멘트 열기(0/56개)

목록 PC버전 위로

Copyright © gasengi.com